사진=윤지온 SNS
사진=윤지온 SNS
배우 윤지온이 음주운전으로 무기한 자숙에 들어간 가운데, 적잖은 팬이 그를 앞뒤 덮어놓고 감싸는 모습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법을 어긴 연예인을 향한 어긋난 팬심에 연예계 관계자들은 "이런 문화는 연예인이 성숙해질 기회를 막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6일 배우 윤지온(35)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17일 윤지온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기억을 못 할 정도로 술에 취해 길에 세워져 있는 오토바이를 무단으로 타고 이동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자기 잘못을 인정했다. 그는 "경솔한 행동으로 저를 응원해 주시던 많은 분께 실망을 드렸다. 정말 면목이 없다"며 "경각심을 갖고 뉘우치며 살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음주운전은 자신을 포함해 타인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어 '잠재적 살인 행위'로 불린다. 윤지온은 만취 상태로 오토바이를 운전, 도로교통법 제44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여기에 오토바이가 일면식 없는 사람의 소유라 절도로 간주돼 형법 제329조에 의거, 6년 이하 징역 혹은 1000만원 이하 벌금형도 받을 수 있다.

다수의 윤지온 팬은 "사람은 한 번씩 실수할 수 있다",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라", "잘 털고 일어나라"는 등의 말로 그를 감싸고 있어 부적절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중죄를 저지른 연예인을 향한 옹호가 또다시 문제로 제기되는 것이다.
사진=윤지온 SNS
사진=윤지온 SNS
어긋난 팬심의 다른 예로는 가수 김호중과 정동원을 들 수 있다. 김호중은 지난해 5월 9일 밤 서울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접촉 사고를 낸 뒤 도주했다. 사고 후 매니저가 김호중의 옷을 입고 경찰에 대리 자수했고 김호중은 사고 차를 운전한 건 자기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김호중의 소속사 본부장은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삼켜 증거를 인멸했다.

법을 어긴 김호중에 대해 당시 핵심 팬층은 '김호중 엄마'를 자칭하며 범죄를 옹호했다. 이들은 김호중의 학교폭력 의혹을 다룬 유튜브 영상에 "김호중 님을 욕되게 하지 말아라", "그러다가 칼 맞고 저세상 간다", "이제 와서 피해자라며 나오는 이유가 뭐냐" 등의 댓글을 남기는 2차 가해를 범했다.

가수 정동원의 팬들 역시 최근 그의 무면허 운전 사실이 알려진 후 정동원의 SNS에 "언제나 너를 응원해", "오늘도 변함없이 사랑하고 응원해" 등 그를 다독이는 댓글들을 달았다. 다수의 누리꾼은 "이런 걸 감싼다고?", "이런 팬들의 말이 아티스트를 망친다" 등의 반응을 얻었다.
김호중, 정동원 / 사진=텐아시아 DB
김호중, 정동원 / 사진=텐아시아 DB
아티스트를 향해 이 같은 어긋난 팬심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한 연예계 관계자는 "자신에게 힘이 되는 존재에게 심리적 애착을 형성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티스트가 잘못을 저질러도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기여했던 감정 투자 등이 있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걸 받아들이면 지금까지의 투자가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부정하고 '그래도 난 이 사람 믿어'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같은 팬심은 아티스트들로 하여금 진심 어린 반성이나 성찰 없이 문제를 가볍게 여기거나 무시하도록 만든다"며 "연예인은 자신의 문제점을 인식할 기회를 잃고 행동을 개선하거나 성숙해질 기회도 놓쳐 다른 잘못을 또 반복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정동원은 무면허 운전 사실을 아는 사람에게 "5억원을 달라"는 협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공개돼 정동원은 "호기심이었다. 반성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에 대해 그의 팬덤은 "정동원의 이번 행동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수의 연예계 관계자는 "잘못을 감싸기보다 사실을 직시하고, 필요한 경우 비판하되 진심 어린 사과와 변화에는 기회를 줘야 한다"며 "이런 태도가 팬 문화로 자리 잡는다면 연예인도 더 성숙한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다연 텐아시아 기자 ligh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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