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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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임수정이 4년 만에 드라마 컴백작 '파인: 촌뜨기들'(이하 '파인')로 화제성 1위에 올랐다. 임수정은 이번 드라마에서 출연자 라인업 마지막에 '그리고 임수정'이라고 소개됐다. 통상적으로 '그리고'는 유명세와 경력이 있지만 작품 주인공은 아닌 배우들이 특별 출연, 우정 출연 혹은 적은 비중이지만 포인트 역할로 등장할 때 붙는다. 하지만 '그리고 임수정'이 '파인'의 배우들을 모두 제치고 1위를 기록했을 만큼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청초하고 소녀 같은 이미지가 아닌 앙큼하고 비상한 '욕망의 화신' 악녀 캐릭터를 통해 연기자로서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도전에 성공했다.

최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파인' 종영 후 임수정을 만나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파인'은 1977년, 바닷속에 묻힌 보물선을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 촌뜨기들의 이야기. 웹툰 '파인'이 원작이다.
'파인' 스틸. /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파인' 스틸. /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임수정은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에서 발표한 8월 1주 차(8월 4일~10일) 드라마와 전체 출연자 부문 통틀어 화제성 1위를 기록했다. 임수정은 "'잉? 무슨 일이지?' 생각했다. 제가 표현한 양정숙이라는 인물을 인상 깊게 봐주신 것 같아서 좋았다. 긍정적이고 흥미롭게 봐주신 것 같아서 감사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임수정이 이 캐릭터를 하는데 잘 어울리네? 그래서 더 재밌다'는 반응이 감사하고 기분 좋았다"라고 전했다.

임수정은 흥백산업 경리에서 천 회장(장광 분)의 두 번째 부인이 된 양정숙 역을 맡았다. 양정숙은 표면적으로는 내조에 충실하지만 속에는 야망을 숨기고 있다. 양정숙은 천 회장이 병상에 눕자 억눌러왔던 돈과 권력에 대한 야망을 드러내며 폭주하더니, 결국 몰락한다. 임수정은 야망과 허영, 인간적 나약함까지 지닌 캐릭터를 리얼하게 그려내 시청자들에게 극찬받았다.

아름다우면서도 독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양정숙. 임수정은 캐릭터에 대해 "자기 자신한텐 솔직한 여성이다. 요즘 시대와 맞는 것 같다"며 "양정숙이 '테토녀'라는 쇼츠도 많이 생성되더라. 재밌었다.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싶었다"면서 웃었다. 이어 "주변에 여성들의 응원과 지지도 많았다. 이야기가 마무리될 즘에 '양정숙이 악역인데 멋있고 시원시원해서 그녀가 다 가지면 좋겠다'는 분들도 있었다"고 주변 반응을 전했다.

기존에 해왔던 캐릭터들과 다른 악녀를 연기하게 된 임수정은 "우리가 센 여성 캐릭터를 상상할 때 그리는 외형이나 연기적 스타일 등이 있는데, 나한테 원하는 건 전형적인 모습은 아닐 거 같았다. 내 마음대로 해보며 할 수 있는 걸 끄집어내서 표현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는 "몰입해서 나오는 목소리 톤이나 일그러지는 표정, 눈빛 같은 걸 스스로도 발견하면서 재밌었다.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아가며 신나게 연기했다"며 뿌듯해했다.
'파인' 스틸. /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파인' 스틸. /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임수정은 운전기사 임전출(김성오 분)이 자신의 전 남편이라는 사실을 현재 남편인 천 회장에게 숨겼었고, 천 회장 몰래 도굴꾼 무리 중 1명인 오희동(양세종 분)과 잠자리를 갖기도 한다. 이후 오희동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임수정은 "전 남편, 현 남편을 보면 그녀 주변의 남자들 중에 오희동이 그나마 양심적이고 선한 마음이 남아있었던 결이 다른 남자였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또한 "밀실 애정신까지는 선물로써 하나의 사건처럼 지나갈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정숙은 자신도 모르게 희동에 대한 감정을 키웠을 것 같다"고 추측했다.

임수정은 오희동을 향한 양정숙의 행동과 태도는 그녀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 대목이었다고 해석했다. 임수정은 "감독님은 인물에 입체감, 여성적 면모, 인간적 면모를 주고 싶었던 것 같다. 돈 좋아하고 야망 가득한 여성인데, 사랑에 있어서 만큼은 빈틈 있고 순수한 걸 기대하는 모습을 그런 장면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하셔서 그렇게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파인'의 또 다른 볼거리는 임수정의 스타일링이었다. 임수정은 고상하고 우아한 1970년대 서울말과 우아한 스타일링으로 양정숙의 '추구미'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일명 부잣집 사모님 스타일을 한 것. 양정숙 특유의 부풀린 헤어와 화려한 컬러의 의상은 보는 재미를 더했다. 임수정은 "70년대 여성들이 좋아했던 메이크업이 의외로 다양하더라. 그 안에서 일관된 건 날카롭고 각도가 높은 눈썹이었다. 눈썹을 지금의 이마와 눈썹 사이에 그렸더라"며 웃었다. 또한 "헤어는 볼륨감을 많이 준 스타일이다. 분장차에 가면 분장팀이 와서 헤어롤로 머리를 하나하나 말아서 전기를 준다. 예전에 미용실에서 어머님들이 하셨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열을 1시간 동안 줘서 부풀린다. 그 사이에 메이크업을 했다. 눈썹은 이마와 눈썹 사이에 그렸다. 눈에는 파란색, 초록색을 올려주셨고 입술도 맨날 빨갛게 해주셨다. 재밌었다. 그 시대에 한국 여성들의 유행, 문화, 취향을 볼 수 있어서 재밌었다"고 전했다.
임수정 /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임수정 /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얼마 전 임수정 출연작 중 명작으로 꼽히는 '미안하다 사랑한다'(이하 '미사')는 20주년을 기념해 리마스터링 감독판으로 공개됐다. 이에 요즘 세대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면서 작품이 회자됐다. 임수정은 "'미사 폐인' 분들은 반가워해 주셨다. '뿅뿅 지구오락실'에서 언급되면서 MZ 분들도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더라. 고맙고 반가웠다"며 감사를 표했다. 당시 임수정이 극 중에서 입었던 무지개색 니트는 신드롬급으로 유행하기도. 임수정은 "그 니트티는 안 가지고 있어서 좀 아쉽다"고 토로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방영될 때 임수정은 25살이었다. '파인'이 공개된 올해 임수정은 46살이 됐다. 그는 "20대 때는 제 삶이 배우로서 연기로만 가득했다. 하나하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게 재밌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온도가 미지근해지더라. 일에만 몰입하지 말고 내 개인의 삶과도 밸런스를 맞춰야겠다고 생각해서 일에 거리감을 두고 나 자신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내다가 2019년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를 만났고, 연기가 또 재밌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내가 연기에 다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단 건 배우로서 행운이다. 띄엄띄엄 적당한 타이밍에 내가 재미를 느낄 작품들이 와주고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했다.

임수정은 "요즘에 다시 연기가 재밌다"며 눈을 반짝였다. 이어 "'파인' 양정숙 할 때도 스스로 즐겁고 재밌게 연기했더니 더 잘 담긴 것 같다"며 "'나는 배우가 잘 맞는 건가'를 다시 조금씩 느끼고 있다. 10년, 20년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게 연기에 재미를 붙인 임수정은 차기작인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에도 이미 흠뻑 빠져서 촬영하고 있다고. 그는 "요즘 그 작품에 몰입돼 있는 상태다. 재밌게 찍고 있다. 당분간은 쫙 밀고 가는 힘이 있을 것 같다. 쉴 틈 없이 달려보려고 한다"며 미소 지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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