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윤의 한끗》
사진제공=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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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훈·지예은도 나섰다…"긴 영상은 부담" 티빙→디즈니+, OTT에 부는 숏폼 열풍 [TEN스타필드]
정세윤 텐아시아 기자가 흥미로운 방송계 이슈를 한끗 다르게, 물 흐르듯 술술 읽히도록 풀어냅니다.

OTT 업계에 숏폼 콘텐츠 열풍이 불고 있다. 긴 러닝타임 대신 짧고 강렬한 숏폼·미드폼 콘텐츠가 OTT 플랫폼에서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짧은 영상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의 소비 패턴 변화가 그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일 티빙은 자체 제작 숏폼 콘텐츠 '티빙 숏 오리지널'을 선보이며 20여 편의 숏드라마 라인업을 공개했다. 로맨스, 미스터리, 스릴러,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되어 있으며 연말까지 총 19편을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드라마 한 편당 길이는 1~2분 내외다. 티빙은 인지도 높은 배우 윤두준, 김슬기 캐스팅한 숏드라마 '냥육권 전쟁'을 17일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디즈니플러스도 미드폼 콘텐츠를 기획했다. 이들은 오는 22일부터 주 5일간 예능 시리즈 '주간오락장: 한 주 동안 열리는 예능 종합 놀이터'를 공개한다. 요일별로 다른 포맷의 예능을 선보일 예정이며 에피소드당 길이는 25~30분이다. 디즈니플러스는 공개에 앞서 방송인 지예은, 유병재, 서장훈 등 쟁쟁한 라인업을 공개하며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사진제공=디즈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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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와 왓챠는 한발 빠르게 숏폼 경쟁에 뛰어들었다. 웨이브는 지난 4월부터 인기 유튜브 웹 예능 콘텐츠를 확보해 10~20분 내외의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웨이브를 통해 '나래식', '르크크 이경규', '운동부 둘이 왔어요' 등의 유튜브 예능을 광고 없이 시청할 수 있다. 왓챠는 지난해부터 숏폼 드라마 전용 서비스 '숏차'를 선보이며 OTT 업계 내에서 가장 먼저 움직임을 보였다.

OTT 업계들이 숏폼 콘텐츠 경쟁에 뛰어드는 배경은 뚜렷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4 방송 매체 이용 행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동영상 시청자의 70.7%가 숏폼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숏폼 관련 앱의 1인당 월평균 이용 시간은 무려 52시간으로, 월평균 OTT 시청 시간(7시간 17분)의 7배 이상이다.

낮은 제작비도 숏폼 콘텐츠의 매력 중 하나다. 짧은 분량으로 인해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신인이나 무명 배우를 기용해 출연료를 절감할 수 있다. 제작 기간이 짧아 시청자 반응을 살피고 부족한 부분을 즉시 개선할 수 있어 트렌드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사진=방송통신위원회 '2024 방송 매체 이용 행태 조사' 보고서 캡처
사진=방송통신위원회 '2024 방송 매체 이용 행태 조사' 보고서 캡처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텐아시아에 "과거에는 콘텐츠의 기본 단위가 1시간 내외였지만, 이제는 긴 영상을 보는 것이 부담스러운 시대가 됐다"며 "인터넷과 모바일 중심 환경에서 콘텐츠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숏폼 드라마는 중국에서 이미 시장성을 입증했기 때문에, 국내 업계도 발 빠르게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 평론가는 "모든 콘텐츠의 길이가 짧아지면 시청자의 집중력이 저하되고 더 자극적인 내용만 찾게 될 수 있다. 또 서사적인 콘텐츠가 설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핵심은 포맷이 아니라 얼마나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숏폼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OTT 업계 전체가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어떤 OTT가 살아남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정세윤 텐아시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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