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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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은 2%지만 제작진의 생각은 달랐다. 눈에 보이는 성적보다 오래 볼 수 있는 생명력이 긴 콘텐츠를 지향하는 KBS1 특별기획 3부작 다큐멘터리 '월드 1945' 김종석 PD의 소신은 굳건했다.

'월드 1945'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의 해인 ‘1945년’ 이후 대한민국의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세 가지 키워드 석유, 핵, 달러를 중심으로 세계 지배 체제의 형성과 작동 원리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다.

최근 KBS에서 텐아시아와 만난 김종석 PD는 '월드 1945' 내레이터로 배우 김서형을 섭외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역사 프로그램은 남성들의 전유물이라는 선입견이 강하다. 반면 범죄물은 여성 시청자 비율이 60% 이상으로 높다"며 "여성 시청자들도 관심을 갖게 하고 싶다는 게 큰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느꼈을 때 역사물을 즐겨보는 여성은 30%도 안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범죄물과 역사물은 본질적으로 같다"며 "여성 시청자들에게 친근하면서도, 동시에 장르에 걸맞은 중량감과 카리스마를 가진 목소리가 필요했다"며 "김서형은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를 갖추면서도 카리스마와 전달력이 뛰어난 배우였다. 후보 리스트를 20명 넘게 올려두고 고민했지만 결국 김서형이 적임자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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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외 과정에 대해서는 "처음 요청드렸을 때 김서형도 부담감을 느끼신 것 같더라. 2~3일 정도 시간을 갖고 고민하신 뒤 수락했다. 본인도 이런 다큐멘터리를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이런 생각이 있으셨던 것 같다"며 "단순 휴먼 다큐였다면 섭외를 요청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무게감 있게 전할 수 있는 분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종석 PD는 현재 107회를 맞은 KBS2 '스모킹건'의 연출도 맡고 있다. '스모킹건'은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는 과학수사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과학수사의 중요성과 역할을 알리는 프로그램. 매주 다른 범죄 사건을 다루고 있다.

100회를 맞이한 데에 대해 김 PD는 "주변에서도 다들 100회까지 살아남을 줄 몰랐다더라"며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김 PD는 "방송 시장이 많이 어렵지 않나. OTT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지상파가 콘텐츠 경쟁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런 레드오션 속에서 신규 프로그램을 기획해 100회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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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킹건'은 출발부터 방송 시청률만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실제로 시청률은 2~3%대에 머물지만, 다시보기와 웨이브에서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요를 증명했다. 이에 김 PD는 "처음부터 웨이브나 유튜브 같은 디지털 플랫폼을 함께 지향했다"며 "수사물 장르를 좋아하는 시청층이 확실히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그것이 알고 싶다', '실화탐사대'처럼 장르물로서 가능성을 확인했고, 그래서 편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현모와 이지혜를 섭외한 이유에 김 PD는 "안현모는 T에 가까운 성향으로 사건의 본질을 빠르게 캐치한다. 프로그램에서 이성을 담당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정말 최악이다', '나쁘다' 같은 표현인데, 그게 안현모가 할 수 있는 최상급의 부정적인 표현이다. 욕 비슷한 것도 하지 않고 철저히 이성적인 잣대를 세운다"고 말했다.

앞서 안현모는 시즌1 종영 당시를 회상하며 "시즌 1을 마치고 잠깐 쉬어가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는 정말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줄 알았다. 눈물 섞인 송별회 자리에서 다 함께 '시즌2로 돌아올 수 있게 힘을 모으자'라고 다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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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지혜에 대해서는 "극 F라고 할 만큼 공감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대본만 보고도 눈물을 흘릴 정도로 피해자의 감정을 대변한다"며 "피해자의 입장과 당시 상황을 놀라울 정도로 잘 이해하고 공감을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출연진 섭외에도 철저한 의도가 있었다. 김 PD는 "처음부터 두뇌 역할은 안현모, 심장 역할은 이지혜, 그리고 두뇌와 심장을 잇는 역할은 척수 유성호 교수님으로 설정했다"며 "다른 범죄물과 달리 여성 MC를 전진 배치한 것도 공감 능력과 직관, 감성적인 힘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밝혔다.

김 PD는 연출자로서 안고 있는 고민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결국 생명력이 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콘텐츠를 기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PD는 "KBS처럼 레거시를 가진 방송국이 해야 할 책무다. 당장의 시청률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시청자들에게 오래 의미를 남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오히려 디지털 세상에서도 더 적합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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