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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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친구들 몇 명을 시사회에 초대했어요. 친구들이 너무 재밌어서 울다가 웃다가 했대요. 또 제가 장하다고도 말해줬어요. 시사회에 못 왔던 친구들도 개봉 당일에 개봉 축하한다며 극장 가서 보겠다고 해줬어요. 정말 고마웠죠."

고1에 첫 스크린 주연작인 영화 '좀비딸'을 선보이게 된 배우 최유리는 응원해준 친구들에게 고마뭐하며 이같이 말했다. '좀비딸'은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좀비가 된 딸을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한 딸바보 아빠 정환(조정석 분)의 코믹 드라마. 최유리는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딸 수아 역을 맡았다.

최유리는 '좀비딸'에 오디션이 아닌 캐스팅 제안을 받고 합류했다. 최유리는 "'좀비딸' 시나리오를 받은 이후 감독님과 일대일 미팅을 했다. 그때 감독님이 수아의 분위기와 캐릭터성에 대해 얘기해 주셨다. 웹툰 기반인 만큼 웹툰 특유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수아로 표현해주면 좋겠다고 하셨고, 저도 동의했다"라고 밝혔다.

"제가 워낙 좋아했던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를 연기하게 됐는데, 책임감도 있었지만 저한테 기회를 주셨다는 것에 감사했어요. 촬영 때도 정말 재밌었어요. 즐거웠죠. 원작 웹툰을 연재하고 있을 때부터 봤는데, 저한테 수아 캐릭터가 운명적으로 온 것 같아서 신기했어요."
사진제공=NEW, 스튜디오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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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딸'은 여타 좀비 소재 영화와는 달리 좀비가 내면에 인간성을 갖고 있다는 설정이다. 이에 극 중 좀비 바이러스가 감염된 수아는 아빠의 정성 어린 훈련 덕에 호전되는 모습을 보인다. 최유리는 "수아가 좀비지만 이제껏 봤던 좀비와는 달리 감정을 느끼고 감정 기복도 있다. 어떤 기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수아에게서 인간성이 드러나도록 연기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좀비라는 설정 탓에 말 대사보다는 '으어어'와 같은 소리 대사와 몸동작이 더 많았다. 최유리는 "이전 작품들에서 했던 역할은 대사가 있었기 때문에 캐릭터의 감정을 생각하기 용이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처음엔 헷갈렸다"고 털어놨다.

"수아 캐릭터를 완성하면서 많이 참고했던 게 반려동물이에요. 동물들은 말을 하지 않아도 몸짓이나 눈빛만으로도 자신의 상태를 전하잖아요. 이런 점을 참고해 수아의 몸짓과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동물들 영상도 찾아봤는데요, 사람과 친하지 않은 고양이나 동물원의 호랑이 등 주로 고양잇과 동물들의 영상을 찾아봤어요. 또 제가 반려견을 키우는데, 우리 집 강아지가 놀아주다 보면 '으르렁' 소리를 내곤 하거든요. 그 소리에서도 영감을 얻어 좀비를 연기했어요."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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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리는 극 중 아빠로 나온 조정석과 실제로 29살 차이가 난다. 실제 아빠와 딸 정도의 나이 차이다. 최유리는 "현장에서도 시나리오에 나온 것처럼 조정석 배우님과 서로 '아빠~', '수아야~' 이렇게 불렀다. 그러니까 정말 가족이 된 느낌이었고 더 애틋했다. 워낙 세심하게 배려해 주셔서 매번 감사했다. 그 덕분에 가족 같은 모습이 영화에 잘 담겼다"고 말했다.

최유리는 '조정석 딸' 전에도 '유명 배우들의 딸' 경험이 있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선 윤경호의 딸, 영화 '외계+인'에선 김우빈의 딸이었다. 최유리는 "매번 느끼지만 훌륭한 대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영광인데, 배우들이 정말 제 친아버지가 된 것처럼 매번 잘해주셨다. 세 분 모두 저를 많이 칭찬해 주셨다. 제가 아직 경험이 적어 헷갈려 하거나 미숙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선뜻 나서서 저를 도와주셨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좀비딸'에는 가수 보아의 'No.1'이 삽입곡으로 쓰였다. 이 노래는 수아가 댄스 경연대회를 준비하던 곡이고, 아빠 정환과 딸 수아의 관계성을 대변하기도 한다. 최유리는 2009년생인데, 'No.1'이 발매된 건 2002년. 최유리는 "가수 보아는 알았지만 'No.1'은 몰랐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감독님 말씀이 '우리 영화와 잘 어울리고 가사가 정환이 수아에게 하는 말 같다'고 하더라. 처음엔 단순 삽입곡인 줄 알았는데, 감독님 말씀을 듣고 노래를 다시 들어보니 정말 그렇더라. 밝은 분위기의 노래지만 슬픈 감정이 담겨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안무는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따로 있었어요. 4개월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따로 연습실을 잡아서 연습했어요. 제가 몸치라서 처음에 쉽지 않았죠. 안무가 선생님의 가르침과 감독님의 디렉팅 덕에 화면에는 덜 몸치처럼 나온 것 같아요. 하하."

평소 K팝 안무에 관심이 있냐고 묻자 "워낙 춤과는 먼 취미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 취미는 "관찰하기와 새 보기"라고 한다.

"새를 좋아해서 새 도감도 보고 직접 새 관찰을 하러 산책 나가기도 해요. 부엉이, 올빼미, 까마귀 같은 친구들을 좋아해요. 올빼미나 부엉이는 주변에서 볼일이 별로 없어도 까마귀는 볼 수 있어요. 가볍게 동네를 산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어서 까마귀 보러 산책을 많이 나가요. 수리부엉이를 보러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기도 했어요. 성체가 2마리, 어린 새가 3마리 정도 있었는데, 어린 새들은 솜털이 보송보송 붙어있어서 솜뭉치에 부리만 붙여놓은 것처럼 귀여웠어요."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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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리의 또 다른 취미는 '소설 쓰기'다. 그는 "얼마 전부터는 새를 소재로 한 이야기를 적고 있다. 까마귀와 수리부엉이에 관한 이야기"라며 "동물원에서 수리부엉이를 본 경험도 소설 쓰는 데 도움이 됐다. 수리부엉이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는 건 감회가 새로웠다"면서 눈빛을 반짝였다.

"습작들은 많지만 완결난 단편은 한 편이고, 완결 기준으로 보면 소설보다는 시가 많아요. 손 가는대로 쓰다 보니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소재 자체는 좋았는데' 하면서 덮은 게 많아요. 하하. 지금 쓰고 있는 새에 관한 소설도 서둘러 완성할 계획이에요. 아직 15% 정도만 진행됐지만요. 하하."

2014년 데뷔한 최유리는 아역 연기 경력이 탄탄하다. 고1이 된 최유리는 성인 연기자로서의 길을 준비해야 할 시기도 다가왔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만큼 작가의 꿈도 꾸고 있다.

"저는 배우라는 제 직업을 정말 사랑해요. 이후로도 꾸준히 배우로 활동하고 싶고, 또 활동할 예정이에요. 그러면서 글 쓰는 취미도 있다 보니 책을 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 활동을 꾸준히 이어 나가면서 동시에 작가도 병행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배우가 아닌 고1 최유리로서 관심과 고민거리는 무엇이 있을까. 그는 "고등학생이라 성적 관리가 중요한 시기가 됐다. 고민을 하고는 있는데 아직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 당장 '급식이 뭐 나오지' 같은 고민을 더 한다"며 웃었다. 또한 "좋아하는 올빼미 종류의 이름을 외우려고 하는데 잘 안 외워진다"며 꽤 진지한 고민을 토로해 미소를 자아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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