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감성 감독, 배우 윤경호. / 사진=텐아시아DB
필감성 감독, 배우 윤경호. / 사진=텐아시아DB
'좀비딸' 필감성 감독이 조정석 등 출연 배우들에 대한 신뢰감을 표했다. 또한 윤경호를 제지했던 이유를 밝혀 웃음을 안겼다.

2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좀비딸'의 필감성 감독을 만났다.

'좀비딸'은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좀비가 된 딸을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한 딸바보 아빠의 코믹 드라마.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필 감독은 "조정석이 아닌 정환은 상상하기도 싫었다"며 조정석을 향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이어 "원작 볼 때부터 조정석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매 순간 정석 씨를 생각하며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다행히 흔쾌히 하겠다고 해서 좋았다. 연애편지 보낸다고 생각하고 제안했다. 다행히 정석 씨가 '정말 나 같다'고 해주셔서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조정석은 실제로 딸을 둔 아빠. 필 감독은 "아빠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연기가 많았다. 특히 제가 좋아하는 장면은 수아를 훈련시키던 중 나온 (아빠로서) 표정이다. 그 표정이 이 영화를 다 설명해준다고 생각했다. 정석 씨가 뛰어나고 대단한 배우인데, 거기에 아빠라는 코드가 얹어지면서 더 좋은 연기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때 '최고다'라고 했다. 정석 씨도 제 어깨를 잡고 '다행이다'고 했다. 그때 크게 교감했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캐릭터와 싱크로율 높은 캐스팅에 대해서는 "다행히도 배우들이 다 제 원픽인데, 바로바로 캐스팅에 응해주셨다. 행복한 일이다"고 밝혔다. 이어 "조정석 씨 다음으로 이정은 선배가 캐스팅됐다. 밤순 역에 선배님이 아니면 이 영화를 못하겠다 싶을 정도로 다른 배우는 생각나지 않았다. 다행히 저와 전작을 같이 해서 서로 신뢰가 있었다"고 말했다.

필 감독은 전작인 스릴러 '운수 오진 날'을 이정은과 함께 작업했다. 이에 "작품에 하도 피가 많이 나오니까 스태프들이 제 이름이 '피감성'이라더라. 선배님한테 우스갯소리로 '이 작품으로 본명을 되찾았다'고 했다. 여기선 '필감성'이라고 했다. 다시 피 나오는 걸 찍으면 '피감성'이 된다며 장난쳤다"면서 웃었다.

좀비딸 수아 역 최유리 역시 오디션으로 발탁한 것이 아닌 캐스팅을 제안한 것이라고. 필 감독은 "영화 '외계+인'에서 최유리 배우를 인상적으로 봤다. 웃을 때 해사하고 사람을 무장 해제시키는데 묘한 슬픔이 있는 얼굴이 좀비 분장과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다. 정환의 심정으로 그 얼굴을 바라본다면, 이미 그 얼굴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어 "유리 배우는 연기 연습도 해야 하고 학업도 해야 해서 캐스팅되고도 할 일이 많았다. 저와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좀비 모션, 'No. 1' 춤 등에 대해서도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또한 "습득이 빠르더라. 열심히 해서 실력이 팍팍 느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자극됐다"고 했다.

조여정에 대해서는 "연화 캐릭터는 진지하고 엉뚱한데 자신은 그러한지 잘 모른다. 그런 지점을 누가 가장 잘 표현해낼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기생충'의 'Is It Okay with You?'라는 대사와 여정 씨의 얼굴이 떠오르더라. '어디 잡아 죽일 좀비 없나?'라는 대사와 그 느낌이 매칭되면서 여정 씨가 해주면 좋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분량도 많지 않아서 사실은 안 해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연애편지 보내는 마음으로 제안했는데, 가장 빨리 답을 주셨다. 우리 영화 PD한테 '거짓말 하지마'라며 둘이 손잡고 방방 뛰었다"며 웃었다.

현장에서 필 감독은 윤경호를 많이 제지했다고. 알고 보니 의욕이 넘쳤던 윤경호의 밸런스를 조절해준 것. 필 감독은 "경호 씨가 저를 처음 만났을 때 저한테 면담을 요청했다. 코미디에 대한 제 생각을 알고 싶다고. 저는 경호 씨가 추구하는 방식이 좋다고 했다. 애드리브나 과한 동작을 하지 않고 담백하게 가자더라. 좋아서 둘이 하이파이브하고 그랬다"며 웃었다. 하지만 "경호 씨가 촬영을 굉장히 열심히 준비했더라. 1안, 2안, 3안까지. 공교롭게도 하필 토르 코스프레 장면이 첫 촬영이었다. 담담하게 시작했어야 하는데, 워밍업 없이 토르 코스프레로 시작한 거다. 게다가 정석 씨와 붙는 장면이었지 않나. 제가 '경호 씨, 우리 얘기한 게 있잖아요?' 그랬다. 아직도 제가 우스갯소리로 얘기하는 에피소드"라며 웃었다.

'좀비딸'은 오는 30일 개봉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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