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더블랙레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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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카 님과 인스타그램 맞팔로우라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요. 만나면 항상 저를 안아주세요. 결혼하고 싶어요(웃음)."

최근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만난 댄서 리정이 2살 연상 쿄카에 대한 팬심을 내비치며 이렇게 말했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3'(이하 '스우파3') 종영을 맞아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리정은 오사카 오죠 갱 크루의 부리더 쿄카에 관해 "12년 전부터 정상에 있던 댄서다. '스우파3'에 출전한다고 들었을 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스우파3' 출연 댄서 모두가 충분히 심사 자격 있는 분들인데, 쿄카 님은 월드 챔피언"이라고 극찬했다.

지난달 22일 막을 내린 '스우파3'에서 리정은 4년 전 시즌1 때와 마찬가지로 강렬한 에너지와 비타민 같은 존재감을 자랑했다. 쿄카는 이번 시즌에서 최대 수혜자로 꼽히며 큰 사랑을 받은 오사카 오죠 갱 크루의 댄서다.

리정은 "월드 챔피언도 아닌 나조차 출연하기로 결정했을 때 '정말 잘해야 본전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쿄카 님이나 립제이 언니는 나보다 그걸 더 잘 알고 있을 텐데도 출연을 결심한 거다. 그 뜻은 댄서 업계의 부흥과 문화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여긴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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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과정이었죠.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춤이 곧 제 다른 자아이기 때문입니다."

리정은 탈락하는 순간 평소와 달리 오열하는 모습이 공개돼 주목받았다. 그에 관해 "패배감에 운 건 아니다"라며 "파이널에 가고 싶었다. 무척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우리 직업이 공식 석상에 올라 라이브로 춤을 선보일 수 있는 자리가 많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등수를 떠나서 소중한 지인들을 초대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감사한 기회라고 생각했다. 파이널에 가지 못해 아쉬웠지만, 그래도 춤은 계속 출 거다. 그러다 보면 언젠간 또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예상한 등수는 없었어요. 방송에선 '1등'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누가 우승하고 탈락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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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은 제 삶이기도 하고 저의 자아기도 해요. 결핍이 되기도 하고 용기가 되기도 하죠. 오늘 시점에서 춤은 제게 자부심입니다. 내일이 되면 바뀔 수도 있어요(웃음). 그날의 제가 어떻냐에 따라 매일 느끼는 감정이 다르거든요. 지정하거나 정의하고 싶진 않아요. 그러나 저의 너무 많은 걸 의미하는 건 사실입니다."

'스우파'를 또 찍는다면 그때도 주저 없이 출전하고 싶다는 리정. 그는 "이전까진 춤이 상당히 음지의 예술이라고 생각했다. 댄서들끼리만 공유하고 소통하는 줄 알았다. 이번 방송으로 음지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직업을 가진 사람들만 춤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전문적으로 접하지 않아도 누구나 춤을 사랑할 수 있고, 이미 사랑하는 분들도 계신다는 걸 안다. 너무 감사하다"고 얘기했다.

그는 "'스우파' 방송 이후 춤을 배우러 오는 학생들이 확연히 늘었다"며 "나 또한 어렸을 때 춤을 추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을 뿐 이런 직업이 있는지 몰랐다. 뭐가 되고 싶은지 말을 못 하기도 했다. 댄서라는 직업이 뭔지조차 잘 몰랐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러나 지금은 안무가, 디렉터, 백업 댄서 등 춤에 관한 다양한 직업군이 생겼다. 많은 인원이 댄서를 희망하는 것도 좋지만, 옵션으로 삼아주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발전이라고 여긴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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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스우파' 첫 시즌에 출연해 "24살에 뭐 하셨어요?"라는 명대사를 남긴 리정. 그로부터 4년이 지나 리정은 28살이 됐다. 그는 "시간은 흘렀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여전히 물보단 불같은 사람이 좋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이어 "'무조건 해낼 것이다', '증명할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정은 "이번 시즌에선 리더가 아닌 팀원이었기 때문에 적재적소에서 쓰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불을 죽여야겠다는 생각보단 상황에 따라 불을 피워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얘기했다. 리정은 "24살 때나 지금이나, 춤에 관해 항상 진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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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받고 승패를 가리는 게 관건이 아니었어요. 그간 여러 아티스트와 협업하고 제 중심으로 일하다가 오랜만에 댄스 신으로 돌아가니 새로운 걸 많이 느꼈죠. 제가 이렇게나 부족했는데도 큰 사랑을 받아왔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글로벌 시즌을 경험한 리정은 "한참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경우가 없었다. 이번에 정통으로 직면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나름 10년간 춤을 춰온 댄서로서 초반엔 '부족해서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있었다. 그러다가 좀 지나고 나니까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다행스러웠다"고 고백했다.

"저는 싫증을 빨리 느껴요. 그래서 춤에도 권태를 느낄까 걱정한 적이 있었어요. 이번 '스우파'를 통해 그럴 일은 없을 거라는 걸 알았죠. 저의 부족함을 체감하며 좋은 자극과 동기를 얻었습니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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