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독시'는 멸망한 세계를 그리는 소설의 10년 연재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판타지 액션. 배우 안효섭, 이민호, 채수빈, 신승호, 나나, 블랙핑크 지수, 권은성 등이 출연한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전독시'의 김병우 감독을 만나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연출 제안을 받은 후 김 감독이 원작 웹소설을 읽고 영화화 확정을 결심하기까지 거의 2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는 "재밌고 신선한데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당최 감이 안 잡혔다"라며 "영화에서 등장인물의 내레이션을 활용했는데, 원래는 제가 터부시하던 방법이었다. 극 중 게임 상태창 같은 것도 관객들이 편하게 볼 수 있을까 싶었다. 판타지 액션을 표방한 작품이지만 여러 장르가 혼합돼 있다. 원작을 모르는 분들도 어떻게 충분히 즐기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을 오래 했다. 그 확신이 생기기까지 2년 정도 시간이 걸렸다. 오히려 글 작업은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결심이 선 결정적 계기에 대해서는 "인물들을 더 활용할 수 있다면 관객들이 영화로서 재밌게 볼 수 있겠다 싶었다. 그전까지는 '원작 소설을 어떻게 정리할까'였다가 근원적인 질문으로 돌아가 봤다. '사람들이 영화를 왜 보는 걸까', '사람들이 이런 걸 보고 싶어 하지 않나'가 되더라. 소설과 원작은 매체의 차이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전독시'가 관객이 주인공에 빙의되는 듯한 "체험형, 참여형 콘텐츠"라는 점에 특히 매료됐다고 한다.

'전독시'의 또 다른 주요 캐릭터인 회귀 능력자 유중혁은 이민호가 연기했다. 유중혁은 10년 넘게 연재된 소설 속 최후 생존 캐릭터다. 이민호 캐스팅 의도는 안효섭과는 대비됐다. 김 감독은 "안효섭 캐스팅이 신선함의 방향성이었다면 유중혁 역 캐스팅에는 다른 방향성이 있었다. '확실한 것'이었다. 아무리 떠올려도 이민호라는 이름 석 자 말고는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만화 같은 대사들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사람, 존재만으로 장르를 만들 수 있는 사람, CG나 특수효과 없이 바스트샷만으로도 장르가 구현될 사람은 이민호뿐이었다. 유중혁 역에는 확실한 중심축을 잡아줄 배우여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캐스팅 전략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지수는 전작들에서 연기력이 아쉽다는 평가가 늘 따랐다. 김 감독은 "여러 지적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도 아주 잘된 캐스팅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에서 이지혜 역할은 지수가 아니었다면 잘 모르고 넘어갔을 수도 있을 법한 캐릭터다. 영화 마지막에 김독자가 보여주는 메시지와도 맞닿는 지점이 있는 인물이다. 영화를 어떻게든 끌고 나가서 힘을 발산하는 장면을 만들어야 했기에 등장인물 하나하나 쉬이여길 수 없었다. 여러 고민 끝에 캐스팅 고민에도 이르렀고, 지수를 캐스팅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번 영화에서 이지혜 캐릭터의 등장 분량은 상당히 적다. 그럼에도 화제가 되고 있다는 점에 김 감독은 "그만큼 주목받는 배우"라며 "편집된 건 없다. 시나리오상에서 딱 우리가 결정했던 분량"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수의 등장 타이밍이 상당히 늦다. 영화가 반 넘게 지났는데 등장한다는 건 시나리오 작법상 약간 반칙이다. 원작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인데, 그렇다고 등장 타이밍을 당길 수도 없는 게, 물리적으로 어떤 공간에 가야 그 인물이 등장한다"라며 "대중이 많이 알아봐 줄 수 배우가 한다면 그 존재감이 좀 더 부각될 거라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원작에서 이지혜를 뒤에서 후원하는 인물, 일명 '배후성'은 이순신 장군이고, 이지혜는 칼을 무기로 사용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총을 사용하는 것으로 설정이 바뀌었다. 팬들 사이에서 원작 왜곡이라는 논란이 생긴 이유다. 김 감독은 "원작에선 칼을 무기로 쓰는 인물이 다수 나오는데, 이걸 영화에서 시각적 전투 장면으로 구현할 때는 캐릭터별로 차별화를 두고 싶었다. 그래야 액션이 좀 더 재밌는 맛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검만 하지 말고 다양하게 해보자는 게 우리의 생각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본편만 551화라는 원작의 방대한 분량을 2시간가량 영화 한 편에 전부 담을 수는 없었다. 이에 선택과 집중을 했고, 후속작 가능성도 열어놨다. 김 감독은 "이번엔 '전독시'라는 작품을 관객들에게 어떻게 포지셔닝할지 명확하게 설정하는 게 순서상 맞는다고 생각했다"라며 "다음 편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저뿐만 아니라 배우들도 바라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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