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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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하 '전독시')의 세계관과 설정은 독특하다. 주인공이 소설의 주인공을 만나게 되고, 현실이 된 소설 세계관 안에서 게임처럼 미션을 하나씩 완수해 나간다. 처음 마주했을 때는 낯설고 서먹할 수도 있는 '전독시'. 하지만 열린 마음으로 이 독특한 세계관을 받아들인다면 낯섦은 참신함으로 변모한다. 그 후엔 오락성 가득한 세계를 흥미롭게 즐기며 웅장한 마무리를 맞을 수 있다. 서툴렀던 주인공들이 힘을 모아 미션을 깨고 괴수를 물리치며 한층 성장하는 것처럼 말이다.

'전독시'는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판타지 액션물이다. 김독자(안효섭 분)는 10년간 연재된 그 소설을 읽어온 유일한 독자이다. 김독자는 그 소설을 읽으며 위로 받아왔고 소설 속 완벽한 주인공 유중혁(이민호 분)을 동경해왔다. 하지만 유중혁만 살아남는다는 결말이 불만스러웠다. 이에 작가에게 혹평을 리뷰를 남긴다. 3호선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던 김독자는 작가에게서 '직접 만들어 봐라'는 회신을 받는다. 때마침 동호대교 위를 지나던 지하철 내에서 기이한 일이 일어난다. 도깨비 '비형'이 등장해 사람들에게 게임 시작을 알리더니, 얼마 후엔 한강에서 괴수가 나와 지하철을 덮친다. 아수라장이 된 지하철에서 김독자는 자신이 읽었던 소설 세계관이 현실이 됐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유일한 완독자 김독자는 소설 내용을 바탕으로 동료들과 함께 게임 미션을 클리어해 나가기 시작한다.
'전지적 독자 시점' 포스터.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전지적 독자 시점' 포스터.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전독시'는 기획 단계부터 기대와 우려를 모두 받았던 작품이다. 원작 웹소설이 누적 조회수 3만뷰에 달하는 메가 히트작이기 때문이다. 영화화된 '전독시'를 기대하는 이도 지켜보는 이도 많은 상황인 것. 외전을 제외하고 본편만 551화인 방대한 원작 소설을 약 2시간 분량의 영화로 압축하기에는 현실적 제약이 있다. 여러 우려를 딛고 영화 '전독시'는 영화만의 재미를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전독시'는 생소한 음식들로 차려진 푸짐한 한상차림 같은 작품이다. 애피타이저부터 조심스레 한 입씩 맛보며 그 순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디저트까지 와있게 된다. 한 번 세계관을 받아들이긴 어려울 수 있지만, 받아들이기만 하면 금세 몰입해서 보게 되는 것. 판타지, 액션, 드라마 등 '한상차림'인 만큼 장르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 극 중 혼란스러운 아포칼립스 속 인간 군상과 우리 사회의 모습도 반추하게 한다.
'전지적 독자 시점' 스틸.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전지적 독자 시점' 스틸.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들의 조합도 신선하다. 이민호는 그 존재만으로 '완벽남' 설정 그 자체를 설득력 있게 만든다. 캐릭터 설정상 분량이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나올 때마다 임팩트를 남기고,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영화는 처음인 안효섭은 관객들에게 안정감과 신선함을 모두 느끼게 해 준다. 특출나 보이는 것이 아닌 다른 배우들과 어우러지는 선택을 한 안효섭이다. 유중혁 혼자가 아닌 함께 살아남는 결말을 만들겠다는 김독자의 모습과도 일맥상통한다. '평범한 사람 김독자'라는 설정에 맞는 투박한 액션도 놓치지 않았다. 채수빈, 나나, 신승호, 지수는 극 중 명주실 생성, 검술, 방패, 사격 등 서로 다른 스킬을 갖고 있다. 손동작 액션, 파워풀한 액션, 민첩한 액션, 긴장감을 주는 액션 등 다양한 종류의 액션을 보는 재미가 있다. 고독한 완벽남과 불굴의 언더독들이 미션을 하나하나 완수해 나가는 과정이 다이내믹하다.

영화가 끝나면 속편 여부에 대한 궁금증이 저절로 생긴다. 속편이 나온다면 시간과 현실의 제약상 풀어내지 못했던 캐릭터들의 세세한 사연이 담길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전독시'는 오는 23일 개봉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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