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진기 감독이 세상을 떠난 고(故) 박지아 배우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17일 서울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ENA 드라마 '살롱 드 홈즈'의 연출을 맡은 민진기 감독을 만났다.
'살롱 드 홈즈'는 광선주공아파트를 배경으로 추리력 만렙, 전직 에이스 형사와 보험왕, 알바의 여왕까지 단지 내 해결사로 뭉친 여성 4인이 아파트 빌런을 응징하는 코믹 워맨스 활극이다. 지난 15일 자체 최고 시청률 3.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막을 내린 '살롱 드 홈즈'는 종영 하루 만에 시즌2 제작을 확정 지었다.
시즌2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묻자 민 감독은 "아직 논의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답했다. 그는 "구체적인 제작 시기나 방영 날짜는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다. 일단 내년 1월에 '신병 시즌4' 제작에 들어가야 하고, 올 하반기에는 영화 '신병 더 무비'도 준비해야 해서 '살롱 드 홈즈' 시즌2는 한참 뒤에 촬영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촬영했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그렇다"라며 웃어 보였다. 민 감독은 "원작 소설에서 나오는 캐릭터들이 워낙 매력적이었다"며 "이건 단발로 끝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시즌1 엔딩도 시즌2를 생각하고 만든 장면이었다"고 설명했다.

"'신병'에서 행정보급관 역할을 한 배우가 연극 '와이프'를 한다고 해서 보러 갔다가 박지아 선배님을 처음 뵀어요. 무대에서 열연을 펼치시는 모습을 보고 너무 인상 깊어서 바로 같이 작품을 해보자고 제안을 했죠. 선배도 '항상 센 역할만 하다가 이런 역할을 하게 돼서 너무 기쁘다'라고 하면서 좋아하셨어요."
박지아는 본인의 촬영이 끝난 후에도 현장에 머무르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민 감독은 "항상 촬영을 다 마치고도 집에 가지 않으셨다"며 "제 옆에 앉아서 '현장이 너무 좋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당시에 박지아 선배가 다른 작품도 찍고 있어서 저희 촬영장에 자주 오지는 못하셨어요. 그래도 종종 오면 촬영이 끝났는데도 집에 안 가고 제 옆에 앉아 있으면서 '그냥 사람들을 보는 게 너무 좋다', '현장이 좋다'라고 하셨어요. 그 누구보다 따뜻하고, 작품에 대한 애정도 깊으셨어요. 항상 헤어스타일, 의상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전부 메모해 와서 저랑 자주 이야기를 나누시곤 했어요."

박지아는 안타깝게도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났다. 민 감독과 제작진은 그를 기리기 위해 추모의 마음을 드라마 곳곳에 담았다. 그녀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졌던 8회 엔딩에 '고 박지아 배우를 기억하며'라는 문구를 삽입했고, 생전 필모그래피를 정리한 추모 영상을 제작해 ENA 공식 유튜브 채널에도 공개했다.
"보통은 첫 화나 마지막에 짧게 남기곤 하지만, 그건 너무 약하다고 생각했어요. 선배님의 존재감이 온전히 드러나는 회차에서, 가장 박지아다운 순간에 추모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어요. 선배가 '더 글로리'의 동은이 엄마로 유명한데, 저희 드라마를 보고 많은 사람이 동은이 엄마보다 '박지아'라는 이름으로 더 오래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어요."

정세윤 텐아시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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