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더블랙레이블 제공, 멜론 홈페이지 캡처
사진=더블랙레이블 제공, 멜론 홈페이지 캡처
"로제, 한음저협 탈퇴할 수밖에"…K팝 작곡가가 외제차 못 사는 이유 [TEN스타필드]
《이민경의 사이렌》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연예 산업에 사이렌을 울리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문제를 지적하고, 연예계를 둘러싼 위협과 변화를 알리겠습니다.


K팝 저작권자에게 가는 음원 수입이 국내 산업의 복잡한 유통구조 때문에 쪼그라들고 있다. 그룹 블랙핑크 로제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한음저협)에서 탈퇴한 것도 이 문제와 무관치 않다. K팝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산업 구조 재편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음저협은 지난 22일 발표한 '국내외 음악 스트리밍 시장 심층 분석 보고서'에서 "국내에서는 음원 수입 중 창작자에게 가는 몫이 주요 선진국 대비 적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스트리밍으로 생기는 음원 수익의 10.5%를 저작권자에게 분배한다. 미국(12.3%), 영국(16%), 독일(15%)과 비교했을 때 2~5%포인트 적다. 반면 멜론 등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 사업자의 수익 비중은 35%로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평균 30% 안쪽) 주요 선진국보다 높다.

한음저협 측은 이에 대해 "2008년에는 멜론 등 플랫폼이 57.5%를 가져갔고 저작권자의 몫은 5%에 불과했다"며 "지금은 어느 정도 개선됐지만, 타 국가 대비 여전히 플랫폼 배분율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시정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당사자 간 합의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이 필요해 쉽지 않다"고 밝혔다.
로제/ 사진 제공= 더블랙레이블
로제/ 사진 제공= 더블랙레이블
업계에서는 "음원 수입이 저작권자에게 가는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중간 다리(권리자)가 많은 게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인디 기획사 대표 B씨는 "해외 아티스트들은 많은 경우 퍼블리셔(음원을 유통하고 아티스트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회사)만 거치면 음원 수익을 받을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유통사에 이어 저작권관리단체까지 거쳐야 받을 수 있다"며 "해외에서 저작권자에게 가는 음원 수입이 많은 건 수익 분배 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덕분"이라고 했다.

국내 저작권관리단체는 한음저협, 한국음악실연자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 등 다양하다. 이들 모두에게 음원 수익의 일정부분을 관리 수수료로 줘야 하기 때문에 국내 저작권자에게 나눌 몫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그는 "주요 선진국에서 저작권관리단체는 음원 수입이 아닌 '공연 수익'에만 관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룹 블랙핑크의 로제가 한음저협 회원 자격을 포기한 것도 이런 유통 수수료 문제와 관련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제는 해외에서 발생한 음원 수익에 대해 현지 퍼블리셔에게 수수료를 낸다. 로제가 한음저협을 통해 음원 수익을 분배받게 되면 퍼블리셔 수수료를 공제한 잔액에 대해 국내 저작권관리단체에게 또 한 번 수수료를 납부해야 한다. 수수료 이중 납부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애플 뮤직과 직접 거래했을 때 100원을 받을 수 있다면, 국내 유통사를 거칠 경우 수입이 60~70원 정도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사진=한국음악저작권협회
/사진=한국음악저작권협회
업계서는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연예 기획사, 유통사, 플랫폼의 이해관계가 뚜렷이 갈리기 때문이다. B씨는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다"며 "국내 기획사 입장에선 유통사에 가로막혀 플랫폼과 직접 소통조차 할 수 없다. 따라서 요율에 불만이 있다 하더라도 불만을 제기할 수 없다"고 했다.

20년 이상 음악산업에 종사한 C씨는 "기획사가 카카오 등 대형 유통사에게 돌아가는 몫을 줄이려고 했다가는 이들과 척 지기 십상"이라며 "멜론 등 플랫폼은 대형 유통사에게 배너를 더 많이 할당해 주는 경향이 있다. 대형 유통사가 할당받은 배너에서 소속 가수의 곡을 노출시켜 줘야 스트리밍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에 기획사로서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K팝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복잡한 유통구조를 단순화해 저작권자에게 가는 음원 수입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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