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 / 사진=텐아시아DB
박지훈 / 사진=텐아시아DB
학교 폭력에 맞서던 10대 소년은 끝내 친구를 지키지 못한 채 '꼴통 학교'로 전학 간다. 새로운 환경에 놓였지만 여전히 학교 폭력이 끝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처절하게 싸워나간다. 약하지만 무너지지 않는 소년. 넷플릭스 시리즈 약한영웅 Class 2'(이하 '약한영웅2') 속 연시은(박지훈 분)의 모습이다. '약한영웅'이 공개 플랫폼을 웨이브에서 넷플릭스로 바꿔 돌아왔다.

최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약한영웅2'의 유수민 감독과 한준희 기획총괄을 만나 작품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약한영웅2'는 친구를 위해 폭력에 맞섰으나 끝내 지키지 못한 트라우마를 안고 은장고로 전학 간 모범생 연시은(박지훈 분)이 "다시는 친구를 잃을 수 없다"는 마음으로 더 큰 폭력과 맞서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배우 박지훈, 려운, 최민영, 유수빈, 배나라, 이민재, 그리고 이준영 등이 출연했다.
'약한 영웅2' 유수민 감독, 한준희 기획총괄 / 사진제공=넷플릭스
'약한 영웅2' 유수민 감독, 한준희 기획총괄 / 사진제공=넷플릭스
시즌1에서 연시은은 친구가 학교폭력으로 중태에 빠지자 죄책감에 휩싸인다. 시즌2가 시작된 배경은 여기에 있었다. 유 감독은 "연시은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게 동력이었다. 그대로 둘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시즌2 내내 무표정이던 연시은은 마지막에 가서야 웃는다. 유 감독은 시즌1의 편집을 끝내고 편집감독과 포장마차에 갔던 일화를 들려줬다. 그는 "한참 얘기하다가 시즌2를 하자고 하면 할 거냐고 하더라. '지금은 힘들어서 생각이 없는데, 다시 한다면 시은이를 웃게 해줘야겠다'고 했다.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다. 마지막 장면이 저한테도 중요했다"고 말했다.

학원물이지만 폭력을 다룬다는 점에서 어두운 분위기인 '약한영웅'. 그래도 시즌1에 비해서는 시즌2가 한결 가벼워졌다는 평가인데,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유 감독은 "의도한 바다. 시즌1의 기조는 유지하되, 조금 더 많은 국가의 많은 사람이 장르적 재미를 느끼고 감정 소모가 심하지 않게 편하게 볼 수 있는 정도로 조절했다"고 설명했다.

시즌1은 웨이브에서 공개됐지만, 시즌2는 넷플릭스로 플랫폼이 바뀌었다. 한 총괄은 "어떤 작품이든 들어가는 건 기적적인 일이다. 플랫폼이 바뀌었건 시즌1이건 2이건 많은 사람들이 중지를 모으고 끊임없는 회의를 거쳤다"며 "'약한영웅'을 이어가기 위해 웨이브도 넷플릭스도 모두 선의를 가지고 애써줬다"고 말했다. 또한 "다른 것보다 연시은의 다음 이야기를 보고 싶다는 게 컸다. 의지를 가지고 밀어붙이기도 하고 서로 양보하기도 하고,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지만 공개하고 보니 이어 만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시즌2에서 달라진 또 다른 하나는 연시은의 액션이다. 시즌1에서는 주변 지형, 지물을 활용한 지능적인 액션을 선보였다면, 시즌2에서는 좀 더 감정적인 액션으로 바뀌었다. 유 감독은 "시은의 액션이 달라진 건 싸우는 이유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즌1에서는 괴롭힘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온 액션이다. 이번에는 시은이가 '나는 싸우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시작하면서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하다 보니 좀 더 감정적인 액션이 나왔다. 또 시은이가 전술을 생각할 시간도 없이 싸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약한영웅2'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약한영웅2'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연시은 캐릭터는 시즌1에 이어 시즌2에서도 박지훈이 연기했다. 유 감독은 "박지훈 배우 몸에 연시은이 계속 남아있는 느낌이었다. 긴 시간 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표현하다 보면 그 인물이 겪는 고통도 같이 안게 된다"며 "(캐릭터에 녹아든 모습에) 현장에서 '어떻게 해?'라고 하면 박지훈 배우는 '모르겠다'고 그러는데, 옆에서 보면서 신기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시즌1 때보다 더 잘하더라"고 칭찬했다. 한 총괄은 "문득 모니터를 보다가 '저런 얼굴로 살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했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일진 연합 소속을 원하는 '강약약강' 캐릭터 최효만은 유수빈이 연기했다. 유수빈은 유 감독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유 감독은 "효만이의 악당적인 면모도 좋아하는데 초라한 모습도 좋아한다. 형이라서 동생의 그런 모습이 좋을 수도 있겠다"며 "6부에 소파에 누워 있는 효만의 뒷모습이 나오지 않나. 얼굴은 안 보이지만 몸의 곡선과 그 뒷모습이 강렬했다"면서 폭소를 터트렸다.

극 중 일진 연합의 정점 나백진(배나라 분)은 시즌1의 연시은처럼 지능적 액션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연시은과 닮았다. 나백진은 표창장까지 받을 정도로 학교에서는 인정받는 모범생이지만, 실체는 각 학교의 일진을 조종해 돈을 모으고 권력을 휘두르는 인물이다. 유 감독은 나백진 캐릭터에 대해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했다. 또한 "나백진이 연시은처럼 브레인 액션을 하는 것도 그렇고, 둘이 닮아있다. 하지만 둘은 다른 결말을 맞는다"며 "연시은은 혼자로 시작해서 많은 친구가 생기고, 나백진은 옆에 많은 사람이 있지만 결국 혼자가 된다. 여기서 오는 둘의 차이는 '누군가를 지키려는 소중한 마음이 있냐 없냐'이다. 의도적으로 닮은 인물로 구상했다"고 밝혔다. 닮았지만 다른 결말을 맞는 두 인물을 두고 유 감독은 "잔인한 발상일 수도 있지만 '등가교환'이 아닌가 싶다. 등가교환이라는 개념이 이 드라마를 더 강력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약한영웅2'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약한영웅2'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약한영웅2'는 결국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대가를 치르는 인물들을 이야기한다. 한 총괄은 "이 이야기는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고는 끝날 수 없다. 시즌1에서도 대가를 치렀다. 시즌1과 달라진 게 있다면 시즌2에서는 잘못을 알고 행하는 어른들로 인해 대가를 치르는 건 아이들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결말을 가져간다면 생각할 거리가 있을 것 같았다"고 전했다.

'약한영웅2'는 나백진의 관리자 최사장(조정석 분)의 깜짝 등장으로 끝을 맺는다. 열린 결말을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시즌3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 총괄은 "어떤 작품이든 다음 시즌에 대한 판단은 저희가 하는 것은 아니다. 저희에겐 다 소중한 캐릭터이고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술 먹으면서 '나중에 어떻게 될까' 이야기하긴 한다. 상상을 펼쳐서 별의별 이야기를 해본다"며 "아직 구체화하긴 이르다. 많이 사랑해주시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