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준원 텐아시아 기자 @wizard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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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자·주현미·조항조 호소 이유 있었네…전통가요, 트로트 그림자 속 죽어가고 있었다 [TEN스타필드]
《이민경의 송라이터》
현직 싱어송라이터인 이민경 기자가 음악인의 시각에서 음악 이야기를 쓰겠습니다. 곡의 숨겨진 의미부터 들리지 않는 비하인드까지 분석합니다.

가수 이미자, 주현미, 조항조가 "약 100년 역사를 지닌 우리 전통가요의 맥이 끊어질 위기에 놓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통가요는 트로트의 그림자 아래 입지를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진=조준원 텐아시아 기자 @wizard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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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자가 5일 '이미자 전통가요 헌정 공연 '맥(脈)을 이음'' 개최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저는 트로트의 여왕보다는 전통가요를 부르는 가수 이미자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가요라는 건 지금의 트로트와 다르다"고 했다.

주현미도 같은 의견을 냈다. 그는 "트로트는 원래 음악적으로 서양풍의 리듬을 뜻한다. 춤을 추기 위한 리듬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에서는 옛 음악을 통칭하는 말로 쓰인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히트곡 '비 내리는 영동교'에 대해서도 "이 곡은 트로트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사실 전통가요 역시 서양의 왈츠를 바탕으로 1920년대 만들어진 장르다. 주현미가 "트로트는 서양풍의 리듬"이라고 했지만, 그렇다고 전통가요가 비(非) 서양 음악인 건 아니다. 두 장르 모두 한국인의 정서를 표현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최초의 전통가요 가수 이애리수/사진=문화원형백과
최초의 전통가요 가수 이애리수/사진=문화원형백과
하지만 두 장르에는 차이점도 있다. 전통가요는 '한(恨)'을, 트로트는 '흥(興)'을 대표하는 장르라는 점이다.

이미자는 1920년대 시작된 전통가요의 정서에 대해 "우리 민족에게는 일제 강점기를 겪고, 해방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전쟁을 겪은 한이 서려 있다"며 "독일 등 타지로 떠나가 어렵게 살던 분들이 부르고 위로를 느끼던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대중가요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전통가요도, 20세기 중반까지는 오늘날의 K팝과 다름없는 국내 대중가요였다. 10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한의 정서가 대중 공감대에서 멀어졌을 뿐이다. 주현미는 이에 대해 "제 자녀를 비롯한 21세기 대중은 '나라를 잃은 슬픔'을 이해하지 못한다. 간접경험도 못 하는 설움 아니냐"고 했다.
가수 임영웅-이찬원/사진 =텐아시아 사진DB
가수 임영웅-이찬원/사진 =텐아시아 사진DB
반면, 트로트는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노래다. 트로트는 전통가요에서 '꺾기'와 같은 노래 방식만 가져다 썼다. 트로트는 슬픔 대신 즐거움을 노래한다. 흥을 극대화하기 위해 화려한 드럼 비트, 신스 소리 등을 더하면서 흔히 말하는 '뽕짝' 트로트 리듬이 태어났다.

20세기의 아픈 우리 역사를 기억하는 데 있어 전통가요를 빼놓을 수는 없다. 1928년 가수 이애리수의 '황성옛터'를 시작으로 100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전통가요는 분명 한국 고유의 음악이다.

이런 역사에도 불구하고 전통가요는 외면받고 있다. 판소리와 가곡(조선시대 불리던 정가)이 국가 무형유산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것과 달리 전통가요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다. 이미자는 후계자로 주현미, 조항조를 지목하고 역사를 잇고자 마지막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 전통가요 가수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길 기대해 본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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