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에서도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사고를 당한 남학생들은 왠지 모르게 미정을 꺼리며 피해 다녔다. 그럴수록 미정에 대해 수근대는 소리가 학교에 전염병처럼 번졌다. 설상가상 비 오는 날 미정에게 고백했던 정환(배윤규)이 벼락에 맞아 죽으면서 그녀가 ‘마녀’라는 소문이 퍼져 나갔다. 미정은 그날 이후로 “정환이 나를 만나지 않았다면 죽지 않았을까”라는 죄책감에 시달렸고,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려워졌다. 그래서 조용히 숨어 지내듯 학교를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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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노정의, 독사에 물렸다…父 독 빼내다가 사망, 결국 도망치듯 떠나 ('마녀')](https://img.tenasia.co.kr/photo/202502/BF.39534124.1.jpg)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단절시킨 미정은 그 후 한 번도 집밖에 나가지 않았다.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잊어 주길 바라며 방 안에서 숨어 지냈다. 그렇게 지내다 보면 잊힐 줄 알았는데, 소문은 오히려 마을 구석구석으로 곰팡이처럼 번져갔다. 부모들조차 아들이 다친 걸 미정의 탓으로 돌렸고, 마을에선 미정이 남학생들을 홀리고 다닌다는 소문이 돌았다. 예쁘고 바르기만한 딸의 이름이 안 좋게 오르내리자 종수의 속은 한없이 문드러졌다.
그래서 한평생을 지냈던 태백을 떠나 서울로 이사를 결심했다. 감자 농사를 잘 지어 이사 밑천을 마련할 계획도 세웠다. 그런데 ‘죽음의 법칙’은 미정을 가만두지 않았다. 종수가 하루가 멀다하고 딸에 대해 수근대는 마을 사람들과 싸워 농사를 도와줄 일손이 부족해지자, 미정이 아빠를 돕겠다며 밭으로 나섰다. 그런데 하필 그곳에서 독사에 물리게 될 줄 미정은 꿈에도 몰랐다. 쓰러진 딸에게 달려온 종수는 지독한 풍치를 앓고 있음에도 제 입으로 그 독을 빼기 위해 분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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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은 이제 완전히 혼자가 됐고, 아버지마저 죽인 ‘마녀’가 됐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도망치듯 마을을 떠나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10년 뒤 도망쳐 나온 저만의 세상에서도 미정은 지독한 외로움을 견뎌내고 있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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