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으로 센세이션하게 데뷔한 전종서
유독 장르물에 모습을 비추는
강렬한 캐릭터 벗어난 일상적인 캐릭터?
유독 장르물에 모습을 비추는
강렬한 캐릭터 벗어난 일상적인 캐릭터?

2018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으로 데뷔한 전종서는 속내를 읽기 힘든 해미를 연기하며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바람에 자유로이 몸을 맡기며 그레이트 헝거와 리틀 헝거의 춤을 표현한 전종서의 몸짓은 우아하며 매혹적이었다. 해가 모습을 감춘 하늘을 배경으로 어디에도 구속받지 않고 움직이는 실루엣은 감히 '버닝'의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당돌한 말투와 사랑스러운 미소를 보여준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2021)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찡그리거나 섬뜩한 표정을 보여주곤 했다.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2023)에서도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는 복수에 사활을 건 캐릭터 옥주를 맡았다. 친구 민희(박유림)의 죽음으로 인해 옥주는 지치지 않는 괴물처럼 앞만 보고 나아간다. 민희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최프로(김지훈)을 죽이기 위해 맨몸으로 달려드는 무모함도 엿보인다. '발레리나'는 전작 '콜'에 이어 호흡을 맞춘 이충현 감독의 작품. 전종서는 '발레리나'의 감독 이충현과 3년간 교제하며 공개 연애 중이다.

강렬한 장르적 색채와 스타일리시한 이미지에 강한 이충현 감독과의 협업은 전종서에게 득일까, 실일까. '발레리나'가 공개된 이후, 옥주의 복수 서사에 극과 극의 평가가 나뉘고 있다. 전작부터 서사의 층이 얇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는 이충현 감독이 '발레리나'에서는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미장센으로 이야기 대신 이미지를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물론 '발레리나' 속에서 전종서는 몸을 날리는 액션과 얼굴 위로 흘러내리는 핏방울로 감정적 동화가 되기에 충분한 독보적인 연기를 펼친다.

배우는 다양한 얼굴, 배역을 연기하는 사람이다. 한 분야나 장르에서 이름을 각인시키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테지만, 어째서인지 전종서에게는 아직 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다.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에서 언뜻 보여줬던 러블리한 모습만이 아니더라도 희로애락을 보여주는 전종서의 얼굴을 대중들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차기작 드라마 '우씨황후'에서 전종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전종서가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넓은 영역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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