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교주 폭로 '나는 신이다', 사회적 파장
조성현 PD "가족, 친구도 사이비종교 피해자, 속죄 같은 주제였다"
피해 사실 적나라한 묘사 "사실을 보여줘야 해"
신변의 위협 받기도
조성현 PD "가족, 친구도 사이비종교 피해자, 속죄 같은 주제였다"
피해 사실 적나라한 묘사 "사실을 보여줘야 해"
신변의 위협 받기도

10일 서울 소공동의 롯데호텔에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조성현 PD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지난 3일 공개된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은 한국 현대사 속 '메시아'들과 이들 뒤에 숨은 사건과 사람을 추적하는 8부작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JMS, 신의 신부들', '오대양, 32구의 변사체와 신', '아가동산, 낙원을 찾아서', '만민의 신이 된 남자' 등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JMS 정명석의 실체를 다룬 에피소드가 특히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JMS의 정명석 총재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17차례에 걸쳐 여신도 2명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준강간·준유사강간·준강제추행·강제추행)로 구속기소돼 대전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나상훈)의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정 총재는 2009년 4월 비슷한 혐의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2018년 2월 출소했다. 출소 직후 2018년 2월~2021년 9월 충남 금산군 소재 수련원에서 홍콩 국적 여신도 등을 총 17회에 걸쳐 강제 추행하거나 준강간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MBC 소속인 조 PD는 "'PD수첩'에서 했다면 8주에서 10주 정도 시간을 들여서 제작했을 거다.만나는 분도 훨씬 적었을 거다. 이 다큐를 제작하며 200분 넘는 분을 인터뷰했더라. 제작 기간도 생각보다 길어졌다. 2년에 가깝다. 어떤 방송보다 심층적으로 다가가서 다루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뤘다"고 말했다. 또한 "피해자로 등장하는 메이플이라는 친구를 만나서 직접 인터뷰하기까지 40일을 기다렸다. 그 친구가 저희와 인터뷰하겠다고 마음 먹고 한국에 들어오기까지. 제가 PD 수첩에서 제작했다면 아마 안 됐을 거다. 편성, 방식 등에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저한텐 좋았다"고 전했다.
조 PD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이비 교주가 신도에게 몹쓸 짓을 했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피해자들이 어떤 피해를 당했고, 그럼에도 사람들이 왜 그들을 메시아라고 믿는지 등을 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미행, 협박은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가장 힘들었던 건 인터뷰에 응하기로 했던 피해자들이 갑작스레 사라지거나 연락을 받지 않는 일이 많았다는 거다. 촬영 내내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그들은 사이비가 얼마나 위험하고 공포스러운 존재인지 알고 있었던 거다. 변심하는 너무 많은 사람들, 그게 제작진 입장에선 힘들었다"고 말했다.

조 PD는 "선정성이라는 키워드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거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게 영화나 예능이 아니라 실제로 누군가 당했던 사실이다. 그 점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 많은 언론과 방송이 이 사건을 다뤘는데, 어떻게 이 종교단체들이 존재해왔고 이런 일이 반복돼왔을까, 오히려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조 PD는 "논란이 되는 게 두어 가지라고 생각한다. '50번 쌌어'는 정명석과 메이플의 녹취록. JMS는 어떤 식으로 신도들을 교육시키는지 (담으려고 했다). AI를 통해서 조작한 거다고 말하고 있고 여성들이 욕조 안에 나체가 드러나는 장면이 방송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부터 모자이크 상태로 여러 번 나갔다"고 설명했다. 조 PD는 종교단체 측 입장을 전했다. 그는 "거기서 한 말을 그대로 전하겠다. '몸 파는 여자들이 돈을 받고 의도적으로 조작해서 저런 영상을 만들었다'는 게 첫 번째 해명이었다. 그리고 잘못해서 내부자가 공개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자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찍은 동영상이라고 얘기했다"고 했다.
적나라하게 그대로 보여준 이유에 대해 조 PD는 "저희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내부에 있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방어를 구축해갈 것이라 생각한다. 아주 명백하게 보여주는 것, 그 안에 있는 사람들 중에 한두 명이라도 사실을 파악하고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선정성에 대해서는, 그걸 보고 섹스어필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가. 너무 끔찍하고 추악한 일이다. 정명석 씨는 그걸 보면서 선정적이라고 느꼈을지 모르지만 일반적인 남녀는 그걸 보고 참담함을 느낄 것이라 생각한다. 넷플릭스 측에서 이런 장면을 넣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는 제작자 입장에서 제일 앞에 '50번 쌌어'는 꼭 넣어야 했다"고 말했다.
![[종합] '나는 신이다' PD "선정성 아닌 참담함의 표현…MBC 안에도 JMS 있다더라"](https://img.tenasia.co.kr/photo/202303/BF.32850197.1.jpg)
피해자들을 섭외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고 하자 조 PD는 동의했다. 그는 "특히 여성 피해자들 섭외가 어려웠다. 남편 분들이 모르는 경우도 있었고 제작자인 제가 남자라 여성 분들 중에 연락을 받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인터뷰하지 않고 먼저 만남을 했고, 긴 시간을 갖고 신뢰를 얻었다. 그 후에는 그들이 저희 앞에서 끔찍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말씀해주셨다. 다큐가 나간 후에는 더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지만 나간 것에는 좋아했다"고 전했다.

조 PD는 "사이비는 우리 사회가 길러낸 괴물이라고 생각한다. 정명석이 그렇게 많은 여성들에게 몹쓸 짓을 하고 10년형을 선고받았다. '미국판 JMS'라고 불리는 워런 제프스는 종신형에 20년형을 받았다. 비슷한 유형의 범죄다. 심지어 강조는 정명석이 더 셀 거라고 생각한다. 정명석이 출소하고 나서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였는데, 또 피해자가 생겼고 그 중에는 미성년자도 있다. 왜 매번 우리 사회는 이렇게 교주들에게 안전한 나라가 되고 있는가, 그런 의문은 저도 아이템을 고민하고 서칭하며 그런 생각이 들더라. 우리 사회가 교주들에게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는 게 아닌가 했다. 종교성을 인정하지 않아야 하는 거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해보게 된다"고 털어놨다. 이어 "저희가 잊지 않았으면 하는 게 있다. 종교단체에 들어가는 분들이 능력이 떨어지거나 그런 게 아니다. JMS는 초창기에 명문대생들이 들어갔던 곳이다. 사회적으로 이런 문제는 종교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관해야할 게 아니라 어느 정도 규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서 김 교수는 KBS에도 JMS가 있다고 폭로해 파장을 일으켰다. 연예계에 JMS 신도가 누구인지 대중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KBS에서도 연예계에서도 '색출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
조 PD는 "취재하면서 놀랐던 건 고위층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사회 곳곳에 흔히 이야기하는 사이비종교 신자들이 포진해있다. 종교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된 나라에서 사는 사람으로서, 그 사람들이 종교를 믿는 것이 잘못됐다고는 할 수 없다. 어제 그런 일을 보고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MBC 안에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냐는 물음에 "MBC 안에 있다고도 들었다. '왜 이렇게 정보가 유출돼?' 할 때 팀에 있는지도 의심하고 넷플릭스 쪽에도 안에 있는 게 아니냐고 확인해보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어디든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을 색출할 것인가. 종교를 본인들이 선택했을 뿐이다"며 "그 분들이 사회에 해악을 끼치지 않는다면 마녀사냥이 될 수도 있다. 잘못은 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아니고 종교를 만들어서 사람들을 잘못된 길로 이끄는 교주와 그 위에 있는 사람들이다"고 강조했다.

조 PD는 개인적 신변의 위험도 당했다고 한다. 또한 가족들을 걱정했다. 조 PD는 "저희 가족들이다. 제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저희 가족들이 걱정하기 시작했다. 늦게 낳은 아들과 딸이 한 명씩 있다. 아이들이 유치원, 어린이집을 다니는데 보낼 때마다 걱정된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작과정에서 나에게 벌어졌던 일은 무엇이며 메이플이 묵고 있는 숙소 앞에서 진을 치고 있고, 믿고 싶은 마음과 실제 벌어진 일 사이에서 괴리가 있다"며 씁쓸해했다.

조 PD는 피해자들과 사이비종교에 빠진 부모로 인한 자식들을 고통에 대해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조 PD는 "피해자들은 용기를 내서 피해를 고백한 이들이다. 존경 받고 존중 받아야 한다. 조롱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다큐에 등장한 피해자들도 있지만 이제는 관심을 돌려서 2세라는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선택권도 없이 노출된 2세는, 그들의 자식이어야 한다는 것. 그런 것에 대한 취재를 진행해보면 어떨까.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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