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 최도하, 불쾌하고 찝찝한 늪·안개 이미지 상상하며 연기"
"장례식장 웃음 애드리브, 불규칙한 불쾌함 보여주고 싶었다"
"내 죽음의 의도? 나도 작가님꼐 물어보고파"
"이종석, 교도소 다녀 오더니 완전히 달라졌다"
"작품마다 향수 다르게 뿌려, 내 냄새 각인 시키는 이유는…"
"'우영우', 대본도 안 보고 출연 결정, 운이 좋았다"
"장례식장 웃음 애드리브, 불규칙한 불쾌함 보여주고 싶었다"
"내 죽음의 의도? 나도 작가님꼐 물어보고파"
"이종석, 교도소 다녀 오더니 완전히 달라졌다"
"작품마다 향수 다르게 뿌려, 내 냄새 각인 시키는 이유는…"
"'우영우', 대본도 안 보고 출연 결정, 운이 좋았다"

늦게 불붙었지만, 그만큼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안동대학교 미대(조소)에 입학했지만, 제대 후 연기에 대한 갈망으로 서울예술대학교 연기과에 입학, 28살 늦은 나이에 연극 무대로 데뷔한 배우 김주헌이 혹독한 스케줄에 두 번이나 위궤양까지 왔다고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김주헌을 만나 MBC 금토드라마 '빅마우스'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빅마우스'는 승률 10%의 생계형 변호사가 우연히 맡게 된 살인 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희대의 천재 사기꾼 '빅마우스(Big Mouse)'가 되어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거대한 음모로 얼룩진 특권층의 민낯을 파헤쳐 가는 이야기. 극 중 김주헌은 숨겨진 최종 빌런이자 구천 시장 최도하 역을 맡아 열연했다.

한 작품 속 다양한 캐릭터 변주를 보인 김주헌. 그는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보면 인물의 변화가 보이지만, 연기할 때는 초반, 중반, 후반의 감정과 표현을 안배하며 연기하지는 않았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점점 드러나는 모습에 맞게 연기하려고 했다"며 "촬영 전 최도하가 최대 빌런이 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것들을 정확히 짤 수는 없었기에 첫 회부터 뼈대를 쌓아나가는 게 중점을 잡았다"고 밝혔다.
김주헌은 인물을 연기할 때 자연에서 오는 이미지들을 형상화했다. 그는 "누군가에게 강하게 들어가야 하는 대사가 있다면 송곳을 들고 이 사람 급소를 찌르는 느낌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연기한다. 재밌는 인물을 연기할 때는 벌새가 꿀을 따기 전 행동이나, 귀여운 동물들을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주헌이 떠올린 최도하의 이미지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고요한 호수에 안개가 깔린, 습하고 불쾌한 느낌"이라며 "확 들어가서 겁주는 게 아니라 천천히 그 사람한테 스며드는, 늪 같은 불쾌하고 찝찝한 느낌을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천 시장이라는 역할로 드라마에 나오지만, 초반에는 대중들에게 중요한 인물로 기억될 만큼의 인물이 아니었으면 했다. 저 친구에게 뭔가 있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지만, 최대한 드러나지 않았으면 했다"고 말했다.

극 중 최도하의 취미인 프리 다이빙은 김주헌의 실제 취미로, 작가가 이를 반영해 대본에 넣은 설정이다. 김주헌은 "작가님에게 취미에 대해 말했는데 그런 설정이 들어갈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최도하에게 프리 다이빙은 휴식을 취할 수 있고 계획을 정리하지 않는 곳인가 했는데 작가님이 어느 날 밤에 전화가 왔다. 그곳이 최도하가 엄마 배 속에 있었을 때의 양수처럼 편안함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리고 나의 최후는 그곳이 될 것 같다고 미리 귀띔을 해줬다"고 밝혔다.
최도하에게 물은 상징적인 공간이다. 어린 시절 물에 빠져 죽을 뻔했던 최도하는 결국 물로 인해 사망에 이르는 것. 그러나 최도하의 죽음을 두고 일각에서는 '법의 심판'이 아닌 이종석의 사적 복수로 너무나 허무하게 죽었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에 김주헌은 "나도 작가님에게 물어보고 싶다. 왜 최도하의 결말이 죽음이었는지"라며 "물론 시청자 입장에서는 황당하게 느낄 수도 있다. 그런데 대본만 봤을 때는 그렇게 황당하지는 않았다. 현실을 살다 보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데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 않나. 최도하의 죽음이 더 고통스러워야 하는 건 맞지만 현실에서는 그것조차 안되니까"라고 말했다.
"원래 최도하의 죽음은 피를 토하는 게 아니었어요. 대본에는 몸 온갖 곳에서 피가 나오며 더욱 처참하게 죽는 거였죠. 그런데 전 최도하의 죽음에 많은 힘이 실리지 않았으면 했고, 최도하의 죽음이 멋있어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간단하게 피만 토하고 '뭐야' 하다가 죽고 싶어서 연기의 힘을 뺐죠. 최도하의 죽음이 크게 보이는 게 싫었습니다."

이어 "대학로에서 같이 공연하는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선지 친해지는 게 어렵지 않았다. 경원이 주는 자극이 많다. 나는 호흡이란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믿음이 있으면 이미 50% 이상 됐다고 본다. 경원이는 마지막까지 자신이 하는 걸 놓치지 않고 하기 때문에 믿음이 컸다"고 덧붙였다.
부부로 호흡 맞춘 현주희 역의 옥자연에 대해서는 "부부로 만나는데 부부가 맞나 싶어질 정도로 부부의 결을 찾기 힘든 관계다. 자연이는 그런 힘든 감정이나 대사가 있을 때마다 있는 그대로 힘든 감정선들을 바로 부딪쳐서 풀어내려고 노력했다. 충분히 자기가 더 좋게 나올 수 있는 감정과 대사로 갈 수 있을 텐데도 대본이 이렇게 쓰인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믿고 가는, 정공법을 택하는 멋있는 배우더라"며 "또 사람이 겸손하고 배려심 있다. 차분함에서 나오는 안정감을 많이 느꼈다. 그 안정감이 느껴지니까 최도하로서도 안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종석에 대해서는 "연기 너무 잘한다"며 극찬했다. 그는 "처음 이종석을 승률 10%의 변호사인 박창호 모습으로 만났다가 교도소에 가면서부터는 한참을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 박창호가 감옥에서 풍파를 겪고 나와 대적하는 관계가 됐을 때는 눈빛이 완전히 달라져 있더라. 역시 이종석은 연기를 잘한다고 느꼈다"며 "감독님이 내게 교도소 촬영본을 한 번씩 보여줬는데, 교도소 배우들의 에너지가 장난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저작 본인은 칭찬받는 것에 민망해하면서도 남을 칭찬하는 데 열의를 불태우는 김주헌. 그는 자신만의 인간관계를 쌓아가는 방법으로 칭찬과 함께 '향수'를 꼽았다. "나는 작품마다 다른 향수를 뿌린다. 은연중에 이 사람한테 내 냄새를 각인시키려고 한다. 이 냄새가 그 사람에게 편하게 느껴지게. 그걸 상대방에게 이야기는 안 한다. 나만의 방법이다. 향수가 너무 강하면 보디로션을 쓰기도 한다"며 "대놓고 친해지자고 하면 못 친해진다. 향수는 내 나름의 방법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성적이었지만, 인기 많은 친구를 보며 부러워하고 동경했다. 콤플렉스 비슷한 게 있었다. 마음은 계속 있었는데, 제대하고 나서야 실천으로 옮긴 거다. 만약 누구 앞에서 연기를 하는 게 끼가 있어야만 한다면 나는 못했을 거다. 나는 연기를 학문이라고 생각했다. 선배들을 보면 해박한 지식이 많고, 철학도 알아야 하고, 미학도 알아야 하고, 똑똑해야 하더라. 나도 맨 처음에는 말도 못 해서 혼도 나고, 소리만 지르고 단순하게 표현한 적도 있었지만, 무대에 계속 오르면서 점점 나만의 방법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김주헌은 "'우영우'는 유인식 감독님 작품이라는 말에 대본도 안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 '낭만닥터 김사부'로 호흡을 맞추며 김주헌이라는 사람을 배우로 만들어 준 분이지 않나"라며 "운이 좋게 잘 된 작품에 내가 있던 거라 민망하기도 하다. 나는 잠깐 출연했는데 이렇게 좋게 봐주셔서 너무 좋다. 내가 운이 좋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감사하게도 저한테 '별들에게 물어봐' 대본이 들어왔는데 호기심이 가는 역할이 제의가 와서 결정하게 됐어요. 저와는 인연이 깊은 박신우 감독님 작품이라 거기서도 재밌는 연기하고 싶습니다. '낭만닥터 김사부'도 다시 만나게 될 식구들과 즐겁게 내년까지 촬영할 것 같아요. 그 뒤로는 약간 쉬는 시간을 가질 것 같습니다. 코로나도 자유로워졌으니 잠깐 여행을 다녀오고 싶어요."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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