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건의 오예≫
'스우파'·'걸스플래닛' 온도차
겨우 살아난 엠넷 '노심초사'
'스우파'·'걸스플래닛' 온도차
겨우 살아난 엠넷 '노심초사'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음악 전문 채널 엠넷(Mnet)이 매주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와 '걸스플래닛999'(이하 '걸스플래닛')가 극과 극 평가를 받으면서다. 폭발적인 관심 속에 승승장구하는 '스우파'와 달리 갈수록 논란만 쌓이는 '걸스플래닛'의 불편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다. 엠넷은 최근 몇 년 사이 시청자들의 신뢰와 관심을 모두 잃었다. 2016년부터 방송된 '프로듀스101'의 전 시즌을 조작한 사실이 뒤늦게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비판의 중심에 섰다. 겉으론 시청자들이 원하는 참가자들을 뽑을 수 있는 것처럼 포장해놓고 뒤에선 자신들의 입맛대로 합격자들을 결정해 공분을 샀다. 같은 시기에 선보인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돌학교'에서도 시청자들의 유료 문자 투표를 조작한 혐의가 드러났다.
일부 제작진은 결국 법의 심판을 받고 실형을 살게 됐다. 하지만 엠넷을 향한 시청자들의 분노와 불신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에도 엠넷은 제갈길을 재촉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을 앞세운 '아이랜드', 한중일 3개국 출신 소녀들이 참가하는 '걸스플래닛999' 등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끊임 없이 선보였다. 피해자들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과 배신감을 느낀 시청자들을 위로하는 과정은 과감히 생략됐다. 별다른 반성도 하지 않은 엠넷이 비슷한 포맷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건 예상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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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은 소녀들의 꿈을 이루는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하며 정치색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국내 누리꾼의 반응은 냉랭했다. 최근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반중 정서가 고조돼 있는데 K팝 시장에 중국인들을 끌어들이는 상황이 탐탁지 않기 때문이다.
논란은 외부 상황에서 그치지 않았다. '걸스플래닛'은 8회째 0%대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자 연습 과정에서 참가자들간 갈등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극적인 장치를 마련하려 했으나 공교롭게도 논란의 중심에는 특정 국가의 참가자들이 빠지지 않고 등장해 오히려 반감만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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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이 직접 안무를 짜고 편곡을 해야 하는 미션에서 이러한 불미스러운 논란이 발생했지만 제작진은 2주 가까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앞서 '스우파'가 이슬람 종교 음원을 사용했다는 의혹의 불씨가 살아나자 엠넷 측이 곧바로 해명문을 내놨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에 대해 엠넷 측은 28일 텐아시아에 "참가자들이 직접 안무를 짠 게 맞다"면서도 "다만 빅스 엔의 버전이 15초 정도 사용됐는데 소속사 젤리피쉬와 미리 협의한 내용이다. 방송 화면에 표기하지 못해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끼친 것 같다. 추후 VOD 등에 수정을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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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아픈 손가락 '걸스플래닛'의 상처를 딛고 바로설 수 있다면 엠넷은 부활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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