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인서트》
마블 첫 아시안 히어로 주인공
기존 마블영화와는 다른 동양풍 무술 접목한 액션
동양 신화 속 영물들의 등장
가족 간 갈등·화해가 주요 소재
마블 첫 아시안 히어로 주인공
기존 마블영화와는 다른 동양풍 무술 접목한 액션
동양 신화 속 영물들의 등장
가족 간 갈등·화해가 주요 소재

영화 속 중요 포인트를 확대하는 인서트 장면처럼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수요일 영화계 이슈를 집중 조명합니다. 입체적 시각으로 화젯거리의 앞과 뒤를 세밀하게 살펴보겠습니다.
검은 머리를 가진 황인종의 히어로가 동양풍 무술로 용과 함께 혼을 먹는 괴물을 무찌르는 영화. 마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아버지가 이끄는 어둠의 조직 후계자가 되길 거부하고 평범한 삶을 살던 샹치가 자신의 진정한 힘을 깨닫고 히어로로 거듭나는 이야기. 백인 남성 히어로라는 틀에서 벗어나 여성, 흑인, 장애인 등 다양성을 위해 노력해온 마블이 아시안 히어로를 메인 주인공으로 내세운 첫 작품이다. 게다가 마블 페이즈4를 본격적으로 여는 작품. 때문에 이번 영화는 '서양에서 보는 동양'이 아닌 동양 그 자체로서 문화와 정서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중요했다. 마블의 그러한 노력이 영화에 여실히 보인다.

마블은 1970~80년대 홍콩 액션·누아르 영화를 연상하게 하는 연출이나 무협풍 와이어 액션을 의도적으로 집어넣었다. 극 중 웬우(양조위)와 장 리(진법랍)가 숲속에서 처음 만나 무술을 겨루는 장면이나 후반부 샹치와 웬우가 겨루는 장면에서 특히 이 같은 기법이 도드라진다. 촌스럽기도 하지만 익숙하고, 또 기존 마블영화에서 보던 화려한 CG나 스케일 큰 액션신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가 나왔다.

이번 영화에서는 용이 주인공 샹치에 버금가는 활약을 한다. 강물 속에 살며 탈로를 수호하고 악령들의 봉인을 지킨다. 또한 샹치가 내면의 힘을 각성하게 한다. 샹치가 입은 슈트는 용의 비늘로 만들어졌다. 샹치가 괴물들을 퇴치할 때 용은 그를 등에 태우고 다니며 협력자가 돼준다. 마블은 용의 겉모습 역시 서양에서 묘사되는 익룡과 비슷한 모습이 아닌 동양에서 묘사되는 뱀과 비슷한 모습으로 묘사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미국이란 국적을 달고 있는 영화인 만큼 오리엔탈리즘(서양의 동양에 대한 왜곡된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래도 여러 장치와 설정들을 사용해 동양적 시선에서 미국적 영화를 풀어내려고 노력했다. 어찌됐든 백인이 아닌 아시안 히어로가 마블 페이즈4를 여는 주인공이 됐다. 오는 11월 개봉 예정인 마블 '이터널스'에는 마동석이 출연하고 박서준도 '더 마블스'에 캐스팅됐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이후 탄생할 아시안 히어로의 선봉에 섰다는 점에서 완벽하진 않았어도 합격점을 주고 싶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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