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중음악의 흐름에서, 일찍이 교통편이 발달하여 서울 밴드와의 교류가 활발했던 대전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마하트마, 뉴크, 락신, 잭 인 더 박스, 헬리온 등 몇몇 눈에 띄는 밴드를 배출했다.
주 포지션인 기타 외에 보컬까지 담당하고 있는 서진호는 스래쉬메탈 외에도 정통 하드록이나 프로그레시브록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중추 신경을 흥분시키는 각성제(methamphetamine)와 서정파 아트록 밴드 카멜(Camel)의 독일어 표기 카멜(kamel)의 합성어로 이루어진 메쓰카멜이란 밴드명에서 알 수 있듯 서진호의 음악적 지향성은 그대로 메쓰카멜의 음악에 녹아 있다.
2015년 메쓰카멜을 결성했지만 서진호와 장현일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가 자리를 잡지 못하며 꾸준한 활동에 제동이 걸렸고, 불안했던 라인업이 본 궤도에 올라온 건 2019년 박지온(기타)과 남철우(드럼)가 합류하면서다. 새롭게 합류한 두 멤버는 헬리온 출신이다. 대전을 대표하는 밴드의 주역들이 이제 메쓰카멜이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모였다.
데뷔앨범의 포문을 여는 곡인 ‘Thin Ice’는 짧은 드럼의 필인에 얹히는 타이트한 기타 리프로 단숨에 청자를 긴장시킨다. 갑작스런 브레이크, 도입부의 긴장감을 쥐락펴락하며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템포의 전개, 적절히 치고 빠지는 악기의 솔로파트 등으로 이후 이어질 메쓰카멜의 음악적 특징을 엿볼 수 있다.
‘Wry Reality’는 선이 뚜렷한 리프와 트윈 리드기타의 매력을 한껏 살린 솔로로 클래식록 애호가들에게도 크게 어필할 만하며, 무려 7분에 육박하는 음반에서 가장 긴 러닝타임을 자랑한다. ‘99.9’는 완벽을 꿈꾸는 일부 인간들의 욕망에 관한 곡으로 내레이션을 동반한 프록메탈 스타일의 서사적인 연주파트가 인상적인 곡이다.

보컬 파트에서 분노가 느껴지는 'Redkamel'과 'Astrology'는 각각 원주민들의 땅을 가로챈 자본주의의 표본 같은 미국과 하늘의 별에 소원을 빌던 무지하고 맹목적인 믿음의 나약함에 대해 신랄한 목소리를 낸다.
단순한 듯 들리지만 곡의 일부를 스킵하고 듣는다면 전혀 다른 곡으로 느껴질 만큼 한 곡 안에서 변화무쌍한 진행을 보여주는 'Plainmadness'는 오프닝 트랙 'Thin Ice'에서 설명했던 메쓰카멜의 특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Horizon End'는 바다 속 거대한 고래와 병 속 요정의 항해를 그린 곡으로 희망 찬 여정에 대한 곡이다. 동화와 같은 내용과 달리 다소 무거운 진행을 보여주는 건 결국 모든 게 거짓이었다는 다소 의외의 결말이 이어지는 까닭이다.

철저한 준비성으로 무장한 것은 물론, 오랜 시간 준비한 만큼 수준 높은 실력의 뮤지션으로 구성된 중고참 신인 밴드 메스카멜의 행보에 많은 국내를 비롯한 해외의 많은 리스너들이 응원과 기대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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