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식 평론가가 추천하는 이 작품]
수많은 관객에게 사랑 받는 대작부터 소수의 관객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는 숨은 명작까지 영화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텐아시아가 '영화탐구'를 통해 영화평론가의 날카롭고 깊이 있는 시선으로 우리 삶을 관통하는 다채로운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박태식 평론가가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입니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는 1968년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평화롭게 시작했던 반전 시위가 경찰 및 주 방위군과 대치하는 폭력 시위로 변하면서 7명의 시위 주동자 '시카고 7'이 기소됐던 악명 높은 재판을 다룬 작품입니다. 재판 과정을 통해 시간이 흘렀으나 여전한 부조리와 정의롭지 못한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현대의 상황을 반추하게 만듭니다.
![[영화탐구]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세계가 보고 있다!](https://img.tenasia.co.kr/photo/202011/BF.24554874.1.jpg)
폭력사태로 한바탕 소란을 겪은 후 남은 문제는 시위대와 진압경찰, 둘 중 어느 쪽이 사태를 유발시켰는지 가리는 일로 귀착됐다. 이로 인해 검찰에서 고발한 시위주동자들이 1969년 9월에 일리노이 법정에 섰는데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감독 아론 소킨)은 바로 일곱 피고(the Chicago 7)의 재판을 극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당시에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
![[영화탐구]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세계가 보고 있다!](https://img.tenasia.co.kr/photo/202011/BF.24554890.1.jpg)
재판은 주동자들이 폭력사태를 선제적으로 일으켰다는 점을 증명하는 방향으로 진행됐고 이는 새로 구성된 닉슨 대통령 정부의 의도를 십분 반영하는 것이었다. 바로 베트남 전쟁의 확대였다. 그래서 무고한 자들을 유죄로 몰아가려 법무부 장관 존 N. 미첼(존 도먼)은 슐츠 검사(조셉 고든 레빗)를 선임했고 닉슨 정부에 우호적인 줄리어스 판사(프랭크 랑겔라)의 법정에서 재판이 열렸다. 재판에서 이들은 5년형을 받았지만 항소 법원에서는 원심을 파기했다. 이 정도면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라는 영화의 목적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닉슨 정부의 불의와 부정을 고발함과 동시에 오늘날 미국에서 벌어지는 사태의 시금석으로 삼자는 뜻이다. 인종차별을 반대 시위에 불순 세력이 끼어들었다고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을 기억하기 바란다.
![[영화탐구]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세계가 보고 있다!](https://img.tenasia.co.kr/photo/202011/BF.24554891.1.jpg)
변호사 없는 재판을 거부하는 바비 실의 고집, 갖은 유머를 동원해 줄리어스 판사를 비웃는 에비, 참다못해 결국 주먹을 쓰고 마는 평화주의자 데이빗, 언제 증인으로 부를지 몹시 기다렸다는 전직 법무부 장관 렘지 클라크(마이클 키튼), 어떻게 해서든 재판을 재판답게 만들려는 변호사 컨슬러(마크 라일런스), 감동적인 최후 소명을 한 톰, 그 순간 기립하는 슐츠 검사까지, 출연 인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어떤 강조점을 두어야 하는지 감독이 잘 알고 있다. 특히 법정모독죄를 남발하고 피고인의 이름마저 헷갈렸던 줄리어스 판사의 묘사가 뛰어났다. 후에 시카고 변호사들의 78%가 그를 부적격 판사로 지명했다고 한다.
컨슬러 변호사는 재판엔 오직 민사재판과 형사재판, 두 종류만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에비는 이것을 결론부터 정해놓고 하는 '정치재판'이라 불렀고 결국 에비의 말이 맞아떨어졌다. 미국은 사법권이 완전히 독립돼있어 어떤 외압도 가할 수 없다고 하는데 닉슨 정부가 감히 이를 넘보려 한 것이다. 그러나 결국 사법 정의는 승리했고 그 후로 미국에서 사법권 독립이 보다 분명해질 수 있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우리나라 사법 현실이 얼마나 처참했는지 다시금 생각나게 해주는 영화였다. 영화에서 그 점을 확인하시기 바란다.
![[영화탐구]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세계가 보고 있다!](https://img.tenasia.co.kr/photo/202011/BF.24554893.1.jpg)
이 영화는 (비록 필자가 싫어하는 용어지만) '완성도'가 상당히 뛰어난 작품이다. 당시 영상기록들을 곳곳에 병렬시켜 사실감을 더해 줬고 재판에 관련된 인물들의 후일담까지 알려줘 '시카고 7인의 재판'이 단지 1969년 열린 한 번의 재판이 아니라 그 후로 미국 사회에 오랫동안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그 중 톰 헤이든은 캘리포니아 주의 7선 하원의원이었다.
"세계가 보고 있다(Whole World is watching)!"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는 훌륭한 법정영화다. 장담한다.
박태식(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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