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은 씨, 이쯤되면 병만족의 복덩이 아닐까요
시은 씨, 이쯤되면 병만족의 복덩이 아닐까요
시은 씨, 이쯤되면 병만족의 복덩이 아닐까요
시은 씨, 이쯤되면 병만족의 복덩이 아닐까요
지난 봄, 박시은 씨가 SBS ‘정글의 법칙 2’에 합류하게 됐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 당연지사 오보이겠거니 했어요. 그즈음 MBC 일일극 에서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에 목을 매는 부잣집 딸내미로 나오고 있었기에 더 그랬을 거예요. 그처럼 하얗고 세상 물정 모르지 싶은 말간 얼굴로 무슨 온갖 벌레들이 우글거리는 정글이겠어요. 인천공항에서 박시은 씨와 첫 대면을 한 김병만 부족원들도 표는 안 냈지만 딱히 반기는 기색은 아니었죠? 먼저 소개된 추성훈 씨를 맞이할 때와는 사뭇 달랐거든요. 하기야 그럴 만도 하죠. 어지간하면 여배우의 합류를 두 손 들어 환영하겠지만 이건 같은 프로그램의 ‘런닝맨’도 아닌 ‘정글의 법칙’이잖아요? 게다가 햇빛, 먼지, 동물, 알레르기 삼종 세트를 지닌 신입 멤버라니, 왜 근심이 안 되겠어요.

특히나 ‘정글의 법칙 W’를 통해 투지를 증명한 전혜빈 씨를 내심 신입 멤버로 바라던 부족장 김병만 씨로서는 심란하기 그지없는 일이었을 거예요. 제 한 몸 간수하기도 버거운 마당에 노우진 씨와 광희 군으로도 모자라 혹 하나를 더 달고 떠나는 셈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기우라는 말을 이번에 실감했지 뭐에요. 화산섬에 도착한 첫날 우리가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는 걸 시은 씨가 입증했으니까요. 화산재가 뒤섞인 미끄러운 비탈길을 걸을 때나 화산재가 코앞으로 날아오는 자리에서 비박을 해야 했을 때나 눈살 한번 찌푸리지 않는 모습을 보니 괜한 걱정이었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도전을 마무리 지을 날이 가까워온 지금 시은 씨보다 잘해낼 사람은 적어도 대한민국 여자 연예인 중에는 없다고 감히 말하고 싶네요.

알고 보니 시은 씨, 야무지고 예쁜 처자더군요
시은 씨, 이쯤되면 병만족의 복덩이 아닐까요
시은 씨, 이쯤되면 병만족의 복덩이 아닐까요
나는 과연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시은 씨의 도전을 보면서 생각해봤어요. 물론 체력 면에서야 한참 뒤처지겠으나 저도 나름 오기 있기로 소문난 대한민국 아줌마가 아닙니까. 아등바등 어떻게든 낙오되지 않으려고 애를 써보긴 하겠죠. 무엇보다 일행들에게 폐는 끼치지 않으려고 죽어라 노력은 할 것 같아요. 그러나 별의 별 수를 다 쓴다 해도 제가 따라 할 수 없는 것 한 가지가 있습니다. 시은 씨에겐 남다른 밝은 에너지가 있더군요. 어딜 가나 주위를 밝고 편안하게 만드는 복덩이가 있잖아요? 시은 씨가 바로 그런 사람이더라고요. 시즌 1 때보다 훨씬 난이도가 높아져서 체력적으로는 더 힘이 들었겠지만 갈등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사실, 아마 시청자들도 다들 느끼셨을 텐데요. 그건 필경 엄마 같은 존재 시은 씨 때문일 거예요.

원시 부족도 이내 친구로 만드니 사회성 좋은 건 말 할 것도 없고요. 배려 깊고 눈치도 빨라서 분위기가 자칫 험악해질라치면 이내 말을 돌려 상황을 부드럽게 만들고요. 생전 처음 맞닥뜨린 해괴한 음식이 아무리 맛이 없어도 뭐든 먹어야 살 수 있으니 ‘맛있다, 맛있다’ 먼저 먹어가며 동료들에게 권하곤 했죠. 그런가하면 야자수 잎을 엮어 그릇도 만들고 하다못해 누군가가 불을 지필 때면 곁에 앉아 말동무 노릇을 해줍니다. 그처럼 자신의 쓰임새를 스스로 찾아가는 자세에 감탄을 아니 할 수 없더라고요. 도전을 포기했던 광희 군이 마음을 돌려 복귀할 수 있었던 것도 엄마처럼, 누나처럼 얘기를 들어주고 보듬어준 시은 씨가 있었기 때문이죠 뭐.

그래도 정글엔 또 가지 마세요
시은 씨, 이쯤되면 병만족의 복덩이 아닐까요
시은 씨, 이쯤되면 병만족의 복덩이 아닐까요
“안전 장비가 저희 부족원들이었어요.” 오지에 꼭꼭 숨어 산다는 말말족을 만나기 위해 마치 영화 에 나올 법한 원시림을 어렵게 통과한 후 시은 씨가 말했어요. 아름답기는 했으나 섬뜩한 느낌을 주던 호수 블루홀. 수영을 할 줄 모르는 시은 씨가 불평 한 마디 없이 줄 하나에 의지한 채 용기 있게 호수를 건너더군요. 어언 40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리를 가는 동안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어요.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이어진 나무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야 했고 그 다음엔 또 야생 그대로의 원시 동굴이 나타났으니까요. 이거야 원, 컴퓨터 게임도 아니고 어떻게 이리 험난한 미션이 끝이 없나요. 하나가 발을 헛디디면 다른 동료에게까지 피해가 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인지라 정말이지 가슴이 오그라들더라고요.

그러나 시은 씨의 말대로 안전장비는 오직 동료들뿐이었습니다. 선봉은 족장 김병만이 서고 후미는 리키와 추성훈 씨가 맡았던 이번 도전이 화합의 정석이란 생각이 들어요. 힘과 지혜의 조화가 돋보였다고 할까요? 어떻게 이끌고 어떻게 따라야 하는지, 어떻게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가야 옳은지를 김병만 부족이 보여줬다고 봐요. 그리고 그 중심에는 겉으로는 새침해 보이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한 시은 씨가 있었죠. 이번 도전은 시은 씨에게는 물론 우리에게도 많은 깨우침을 줬습니다. 그러나 제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거에요. 다시는 가지 마요.
시은 씨, 이쯤되면 병만족의 복덩이 아닐까요
시은 씨, 이쯤되면 병만족의 복덩이 아닐까요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