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에서 튀어나온 ‘송베르’ vs 뜨거운 가슴을 가진 ‘박베르’
10년이라는 세월동안 가 받는 사랑만큼 여주인공 롯데는 그만큼의 비난의 화살 역시 감당해야만했다. 생김새도 성격도 판이하게 다른 알베르트와 베르테르 두 남자의 열렬한 사랑을 받아서이기도 하지만, 지난 공연들의 롯데는 두 사람 사이에서 명확한 노선도 중심도 없이 그저 갈팡질팡하는 단편적인 인물로 해석되어 “회색의 느낌”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여 2010 에서는 롯데 캐릭터의 수정보완에 가장 많은 힘을 쏟는다. “그 당시 호메로스를 읽는 여자인 만큼 대담하게”(김민정) 혹은 “하얀색이든 파란색이든 좀 더 명확한 색깔을 지닌 여자”(임혜영)로 롯데를 그릴 예정이며, 이와 함께 김민정 연출은 롯데를 통해 “남자의 시선에 의해 그려지는 여자가 아닌 분명한 색과 세계관을 가진 여성상”을 표현하고자 한다.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마냥 신나고 희망적인 판타지로만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는 한없이 우울하고 지독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작품이다. 30곡에 가까운 뮤지컬넘버는 대부분 단조로 이루어져있고, 최소한의 인원으로 꾸려진 실내악단은 조용히 감정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특히 200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괴테의 문장들은 특별한 미사여구가 없이도 관객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파고들어 감탄을 자아낸다. 또한 김민정 연출가는 의 최초 여성연출가. “조광화 연출은 본인이 베르테르라 생각했고, 김민정 연출은 자신을 롯데라 생각한다.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 기존 작품들이 베르테르의 아픔과 자살로 이르는 과정에 스토리가 있었다면, 지금은 좀 더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굉장히 색다르다.” 스스로는 “별로 역할이 없는 연출가”라 고백하지만 두 번째로 작품에 참여하는 민영기의 발언처럼 여성연출가 특유의 섬세한 공연을 기대해도 좋을듯하다. 또한 섬세한 감성과 함께 자칫 잘못하면 막장드라마로 변모될 가능성이 충분한 기본 줄거리 안에서의 미묘한 줄타기 역시 필수적이다.
글. 장경진 three@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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