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과장 그렇게 안 봤는데 괘씸하던 걸요

그래요. 그날은 영애 씨 생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장 과장은 왜 영애 씨 생일 날, 그것도 구름 위에 올라앉은 기분인 영애 씨 가슴에 대못을 박은 걸까요. 사귀자고 했다는 사실이 도통 기억 안 난다는 말을, 아무래도 술이 너무 취했었나 보다는 말을, 9년 동안 사귀다 딴 남자와 결혼한, 그러나 이제는 돌싱인 옛 애인에게 자꾸 마음이 가는 자신이 싫어 그냥 해본 소리인 모양이라는 맘 아픈 말을 왜 굳이 영애 씨 생일 날 했어야 되느냐는 겁니다. 딴에는 한시라도 빨리 확실히 해두는 게 도리라 여겼나본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제 입에서는 욕이 튀어나올 뻔 했습니다. 미친 거 아니냐며 등짝을 한 대 갈기고 싶기까지 했어요. 연신 미안하다고는 했지만 영애 씨가 얼마나 처참한 기분일지는 잘 모르는 것 같더라고요. 하기야 장 과장이 워낙 무심하고 눈치 없는 사람이긴 합니다. 무엇보다 괘씸한 건 말이죠, 옛 애인인 현주와의 어정쩡한 감정은 아무 소리 못한 채 감수하고 있으면서 영애 씨에겐 잘도 선을 그었다는 사실입니다. 한 마디로 영애 씨를 만만하게 본 거라고요.
지금 영애 씨에게 가장 필요한 것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가장 가슴 아픈 순간은 아이가 “엄마, 나는 쟤가 너무 너무 좋은데 쟤는 내가 싫대”라며 괴로워할 때 아닐까 해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돈으로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부모가 아무리 노력한다 한들 대신 얻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죠. 영애 씨가 얼마나 오래도록 장 과장에 대한 마음을 키워왔는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서로에 대한 존중이 남녀 사이의 필수 덕목이다 생각하는 저로서는 영애 씨가 어서 장 과장에 대한 마음을 접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 한 가지, 제발 자신을 좀 더 사랑하세요. 만약을 대비해서 눈 화장 제품은 워터 프루프로 바꾸고 상처 치료용 밴드도 챙겨 다니시고요. 장 과장에게 상처 받았다고 산호에게 유턴할 생각은 더더욱 하지 마시고요. 그저 자신을 돌보는 데에 힘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서른셋이라는 인생의 절정기를 남 때문에 흘려보낼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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