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은의 10 Voice] 송지선의 죽음이 남긴 숙제](https://img.tenasia.co.kr/photo/202001/2011052602484004536_1.jpg)
이 기이한 이야기는 5월 초 국내에서 여섯 번째 시즌의 막을 올린 뮤지컬 의 내용이다. 1994년 미국 뉴욕의 한 드랙퀸 클럽에서 발표된 짤막한 쇼에서 출발, 어느덧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은 한국에서도 2005년 초연 이후 30만 명에 이르는 관객을 만났다. 독일 동베를린, 성별이 모호한 육체, 요란한 가발과 화장으로 치장한 중년의 록가수를 키워드로 가진 은 2000년대의 한국과 조금도 접접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한국의 여성, 특히 젊은 여성 관객들은 에 열렬한 지지를 보낸다. 뮤지컬 시장의 주요 소비층이 2, 30대 여성 직장인임을 생각하면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은 캐릭터 자체가 스토리이자 치유와 구원의 아이콘이며, 그것은 한국의 여성들에게 나라와 성별과 취향을 뛰어넘어 독특한 공감을 선사한다.
이성애자 남성을 제외한 모든 성에 가해지는 폭력성
![[최지은의 10 Voice] 송지선의 죽음이 남긴 숙제](https://img.tenasia.co.kr/photo/202001/2011052602484004536_2.jpg)
MBC 에서 구애정이 ‘비호감 연예인’으로 찍힌 뒤 겪는 일은 한국에서 여성이 어떤 종류의 정신적 폭력에 시달리는지 보여준다. 구애정은 ‘비호감’이라는 이유로 온갖 루머에 시달리고, 심지어 ‘걸레’라는 비난까지 듣는다. 구애정은 “그냥 일반 직장생활을 십년 정도 했으면 입사 초에 동료랑 다투거나 사내연애 한 번 한 거 가지고 아직까지 씹히진 않겠지?” 라며 한탄한다. 누구나 사랑을 하고 실수를 하지만 연예인의 사랑은 ‘스캔들’이고, 실수는 ‘사회적 논란’이 된다. 인터넷 매체들은 실체가 불분명한 ‘대중’ 혹은 게시판 아이디로 인용되는 몇 명의 ‘시청자’를 등에 업고 이를 문제 삼거나 부풀린다. 가십이 중요한 뉴스로 대우 받으며 포털 사이트를 휩쓸고, 대중을 지배한다. 그 안에서 누군가는 자신의 인격과 삶 자체가 부정되고 조롱당하는 것을 본다. 그 중에서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모독의 수위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잔인한 동시에 아무렇지 않게 이루어진다.
잔인한 5월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
![[최지은의 10 Voice] 송지선의 죽음이 남긴 숙제](https://img.tenasia.co.kr/photo/202001/2011052602484004536_3.jpg)
송지선 아나운서가 사망한 다음 날, 그와 함께 를 진행해 온 동료 김민아 아나운서는 방송 말미에 “송지선 아나운서가 이제 함께 할 수 없게 됐습니다”라는 완곡한 표현으로 비극적인 소식을 전했다. 아무리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다.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끝난 것이다. 그럼에도 이 끔찍한 삶을 견딜 수 없었던 이들에게 “살라”고 강요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단지 “그럼에도 살아 있어주면, 지금 그 고통의 순간을 조금만 더 견뎌주면, 우리와 함께 있어주면 고맙겠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아니, 그런 말을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의 마음이라도 가졌다면 좋겠다. SNS, 가십 기사, 악성 댓글에 책임을 돌릴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다른 정체성의 사람을, 약자를, 여자를 얼마나 천박하고 폭력적으로 대했는가. 타인의 고통에 무감한 세상에서 나는 과연 인간의 마음을 가졌다고 할 수 있는가. 잔인한 달 5월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다.
사진제공. 쇼노트
글. 최지은 five@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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