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님보다 더 큰 파란이 일어날 텐데 어쩌죠?
그렇지만 아무리 팔자 탓을 한다고 쳐도 선생님 모양 실타래처럼 엉킨 팔자도 드물지 않나요? 호랑이 같으신 시어머님(김용림)에다, 그 어머님에 버금가게 편치 않은 큰 시동생에, 물색없이 나설데 안 나설데 못 가리는 작은 시동생(윤다훈), 그리고 통 곁을 안 주려드는 전실 자식 태섭(송창의)까지, 집안에 상전이 어디 한둘이어야죠. 게다가 전 남편 소생인 따님(우희진) 내외를 한 울타리 안에 두고 계신 것도 은근히 시어머님 눈치가 보일 일이고요. 처음엔 시어머님이 엄하시긴 하셔도 경우만큼은 똑 부러진 분이신줄 알았는데 손자 태섭이를 두고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니 영락없는 시어머니시더군요. “전실 자식이라 무심한 거 밖에 안 돼. 그게 니 입장이라구. 니 맘속에 온전한 니 새끼가 아니니까 그렇겠지”라는 말씀에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아니 태섭 씨 결혼 안 하는 게 왜 선생님 탓이랍니까. 당신께서도 두 아드님을 여직 데리고 계시면서 웬 억울한 트집이신지 모르겠어요. 더구나 지금은 짐작조차 못하실 테지만 조만간 태섭 씨로 인해 시아버님의 귀향보다 몇 배는 더 큰 파란이 일 텐데 이를 어쩝니까?
이번만은 무조건 태섭 씨 편에 서주시길
그러나 지금껏 누구에게도 속내를 보이지 못한 채 끙끙 앓고 살았을 태섭 씨를 생각하면 딱해 죽겠습니다. 기억나시죠? 키우는 내내 겉도는 통에 시어머님보다 아들 눈치를 더 봤다며 서운해 하시는 선생님께 “어머니만 힘들었던 게 아니라고, 어머니만 최선을 다하신 게 아니라고, 어머니가 낳으신 지혜(우희진)와 지혜에게 다정하신 아버지, 그렇게 자신은 3대 1이었다”라고 말하는 태섭 씨의 표정을 보니 가슴 속에 뭉쳐진 응어리가 꽤 단단하던 걸요. 그래서 이번만큼은 이해를 하고 못하고를 떠나 무조건 태섭 씨 편에 서주십사 청하고 싶어요. 아버지가 재혼하신 다섯 살 즈음부터 혼자였다고 하잖아요. 삼십년 가까이 마음 붙일 곳 없었던 태섭 씨에게 겨우 의지하고픈 사람이 나타났다는 걸 다행으로 여겨주세요. 자신이 남다르다는 걸 알게 된 후에는 또 홀로 얼마나 괴로웠겠어요. 어려우시겠지만 그저 아무 말 말고 품어주시길 바래요.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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