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낯선데 자꾸만 눈길이 간다. 묘한 매력으로 사람을 끌어당긴다. [TEN흥신소]는 떡잎부터 다른 신인들을 소개하는 코너다. “흥할 신인을 소개합니다”[편집자주]
배우 전성우 / 사진제공=크다컴퍼니
SBS ‘의문의 일승’(극본 이현주, 연출 신경수)은 ‘누명 쓴 사형수’에서 ‘어쩌다 탈옥수’가 된 의문의 한 남자 김종삼(윤균상)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종삼이 살인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된 이유, 수감 생활 10년 만에 탈옥하게 된 배경에는 한 사람이 있다. 의동생 딱지다. 딱지는 ‘김종삼’의 삶과 ‘의문의 일승’의 전개에 개연성을 부여하는 인물이다. 앞으로는 ‘어쩌다 탈옥수’에서 ‘가짜 형사’가 된 김종삼의 조력자 역할도 할 전망이다. 말 그대로 키 플레이어(key player)다. 딱지 역을 맡아 열연 중인 배우 전성우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전성우가 연기하는 딱지의 본명은 금별. 어린 시절 맞아 죽을 뻔한 자신을 구해준 김종삼과 의형제를 맺고 그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 다녀 딱지라고 불리게 됐다. 김종삼이 살인자로 오해 받고 고문 당할 때 그가 고통 받는 게 싫어 딱지는 “내가 죽였다”고 거짓으로 자백했다. 그러나 결국 김종삼은 사형 선고를 받았다. 자신도 공범으로 함께 잡혀 들어갔다.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입양 보낸 여동생 차은비(김다예)가 그리운 것 빼고는 김종삼과 함께 있어 10년의 수감 생활도 버틸 만하다고 여기는 딱지다.
전성우 / 사진제공=SBS ‘의문의 일승’ 방송화면
딱지가 가진 여러 얼굴에는 이처럼 사연이 있다. 전성우는 딱지를 연기하며 눈빛과 말투, 표정에 그 사연들을 하나하나 녹인다. 여동생이 있다고 부러워하는 김종삼에게는 “내가 형의 귀엽고 착한 동생”이라며 애교를 부렸다. 출소를 하루 앞둔 딱지가 김종삼에게 “우리 둘 다 죄 없잖아”라고 화를 낼 때는 사형수인 김종삼을 두고 떠나야 한다는 죄책감에 목소리가 떨렸다. 강간미수범 송길춘(윤나무)이 먼저 출소하면서 딱지 여동생의 편지를 읽고 주소를 외웠다고 하자 “저 자식, 강간범이잖아요”라고 울부짖는 얼굴에서는 미치기 일보 직전의 심경도 읽혔다. 이 때문에 김종삼이 딱지 대신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탈옥하자 불안, 초조, 미안함으로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도 섬세하게 그렸다.
전성우는 여러 얼굴을 가진 배우다. 안방극장 시청자들에게는 아직 낯설겠만 2007년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로 데뷔해 연극·뮤지컬계에서는 ‘아이돌’로 불리며 사랑받아온 베테랑이다. TV 드라마에는 2015년 SBS ‘육룡이 나르샤’로 처음 데뷔했다. 지난해 KBS2 ‘뷰티풀 마인드’에도 출연했다. 올해 8월에는 영화 ‘더 테이블’을 통해 스크린에도 데뷔했다.
여러 장르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의문의 일승’ 초반 분량을 촬영할 당시에도 세 작품을 병행했다. 지난달 26일 막을 내린 연극 ‘엘리펀트송’, 현재 상연 중인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다. 두 작품에서 전성우는 각각 주요 배역을 맡았다. ‘엘리펀트송’에서는 사랑에 결핍돼 예민하고 애처로운 정신과 환자 마이클 알린으로 열연했다. 90분간의 공연에서 전성우는 한 차례의 퇴장 없이 긴 대사와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의 진폭을 완벽히 소화해 호평을 받았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서는 류 요이치 역을 맡아 마약에 중독된 야쿠자이자 어긋난 사랑으로 파멸에 치닫는 남자를 연기하고 있다. 여기서 전성우는 딱지와는 전혀 다른 묵직한 톤의 연기를 보여준다.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전성우 프로필 메이킹 / 사진제공=크다컴퍼니
전성우가 ‘의문의 일승’의 키 플레이어를 맡게 된 이유는 분명하다. 캐릭터를 해석하고 소화하는 능력이 남다른 덕분이다. ‘의문의 일승’ 4회에서 딱지는 출소 후 김종삼이 부탁한 대로 진진영(정혜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전화 덕분에 김종삼은 ‘형사 오일승’으로 신분을 세탁하게 됐다. 조력자로서 딱지의 역할이 시작된 것이다. 앞으로 딱지가 김종삼에게 어떤 도움을 주며 극에 반전을 더할지, 이 과정에서 전성우가 보여줄 연기와 윤균상과의 호흡에 기대가 쏠린다.
‘의문의 일승’은 오늘(4일) 오후 10시에 5회가 방송된다. 전성우가 출연하는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내년 1월 7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