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평해전’에서 고 한상국(진구) 하사의 아내 김지선을 연기했다.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대로 따뜻하면서도 지고지순한 캐릭터다. 아무래도 내가 연기한 역할이 실존인물이다 보니 책임감이 많이 느껴졌다. 이번 영화로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지 않느냐고? 그런 것에 대한 욕심은 없다. ‘연평해전’이 우리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다시 한 번 상기할 수 있는 영화이지 않나. 참여한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그저 나중에라도 ‘아, 그때 그 배우’라고 기억해주는 사람이 한 분이라도 계시면 행복할 것 같다.
연기는 스무 살이 넘어 시작했다. 평범하게 대학교에 들어가 생활하던 무렵,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뭐지, 란 생각에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김우형 윤공주 캐스트의 뮤지컬 ‘컨페션’을 봤다. 소극장 공연이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 무대에서 매일 노래하고 연기하고 산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어졌다. 중고등학교 때 연극부 활동을 하긴 했지만 내가 연기를 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말이다. 고등학교 선배 중에 연극영화과에 간 언니가 있어 연락해서 물어본 뒤 바로 연기학원에 다녔다. 그때가 스물한 살이다. 부모님이 반대할 걸 알았기에 알바를 하며 몰래, 3개월 동안 독하게 했다. 아침 7시에 학원에 가서 내가 문을 열고, 밤 10시에 닫고 왔다. 그렇게 해서 서울예대 연극과에 들어갔다.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얼굴 같다. 화장하는 법에 따라 느낌이 많이 바뀐다. 작년에 출연한 ‘응급남녀’와 이번 ‘연평해전’을 보신 분들이 ‘이 사람이 이 사람인가?’ 하며 몰라보시는 경우도 있더라. 처음엔 내 얼굴이 너무 두부 같은 느낌이어서 불만이 많았는데, (웃음) 지금은 좋다. 이 역할 저 역할 다양하게 해볼 수 있지 않나 싶다. 장점화 시켜야지.
눈이 슬퍼 보인다는 얘기를 많이들 하셨다. 왜 그럴까 생각해 봤는데 학교 다닐 때 뮤지컬을 다 끝내고 같이 작업했던 친구들과 교수님이랑 같이 태백 고향 집으로 MT를 간 적이 있다. 우리 동네 한우가 유명하거든. (웃음) 그날 교수님이 아빠가 있어서 그러셨는지, “이렇게 훌륭한 딸을 키워서 좋으시겠어요”라며 나를 칭찬하시더라. 그런데 아빠가 “얘는 한참 멀었다”며 “얘는 힘들고 지친 것들을 속 안에 담아 두곤 늘 자기를 괴롭히며 힘들어한다”고 하셨다. 그 순간 (고개를 젖히며 눈물 참는 행동을 하며) 눈물이 나면서 아, 내가 참는 성향이라 눈에 그런 감정들이 담겨 있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빠 말대로 난 오픈하는 성향이라기보단 힘든 건 나 스스로 해결하려 하거든. 나도 모르게 그런 감정들이 내제된 건지도 모르겠다.

뮤지컬이나 음악 영화, 액션, SF 다 해보고 싶다. 욕심이 좀 많다. (웃음) 어렸을 때부터 노래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 장르의 영화도 해보고 싶고, 운동신경이 좋아서 액션도 하고 싶다. 초등학교 때 학교 대표 수영선수였고, 중학교 땐 검도도 했거든. 좋아하는 배우는, 너무 많다. 우리나라에선 전도연 선배님, 문소리 선배님, 외국에선 메릴 스트립, 로라 리니, 제니퍼 로렌스… 다 너무 좋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직접 소개해 보라고? 하하.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옆을 쳐다보며) 저는 양파 같은 매력을 가진 천민희라고 합니다. 흔히 ‘볼매(볼수록 매력있다)’라고 하죠? 하하. 처음 볼 때보다 두 번째 볼 때가 더 괜찮고, 세 번째 볼 때 더 괜찮은 사람이랍니다. 다음을 기대해주세요. (웃음)
이정화 기자 lee@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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