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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부당거래>│죽거나 더 나쁘거나

    영화 <부당거래>│죽거나 더 나쁘거나

    착한 놈은 없다. 류승완 감독의 신작 에는 나쁜 놈과 더 나쁜 놈, 약한 놈과 센 놈이 있을 뿐이다. “청와대에서 직접 보고를 들을” 만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초등생 연쇄 살인 사건'에 사활을 건 경찰과 검찰. 경찰대 출신이 아니어서 번번이 진급에서 미끄러지는 최철기 반장(황정민)은 범인 검거로 라인보다 강력한 한 방을 노리고, 배경도 '스폰'도 든든한 주양 검사(류승범)는 사건 마무리로 탄탄대로를 다지려 한다. 두 공직자를 일하게 만드는 ...

  • 강동원 “고수의 매력은 눈”

    강동원 “고수의 매력은 눈”

    영화 . 이건 분명 제목이 잘못된 것일 게다. 강동원과 고수 주연이라면 응당 가 되어야 할 터. 그러나 제목이 잘못 되었다고 해서 캐스팅까지 흠 잡을 수는 없다. 남들과 다른 초능력자 초인 역에 어디로 보나 남들과 다를 수밖에 없는 강동원이, 그의 초능력이 유일하게 통하지 않는 순수한 규남을 사슴 눈을 가진 고수가 아니면 누가 할 수 있을까? 눈으로 타인을 조종하는 초능력을 가진 초인이면서도 “눈알이 빠질 만큼 힘들어서 지구 정복은 할 수 없다...

  • [PIFF+10] 뭔가 보이는 라디오

    [PIFF+10] 뭔가 보이는 라디오

    빨갛다, 레드카펫이. 벌겋다, 공형진 과 류승룡 의 얼굴이. 지난 10일 부산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의 DJ 공형진과 게스트 류승룡의 얼굴은 마치 개막식 때 그들이 밟았던 레드카펫 색깔과 비슷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좀 더 어두웠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달린” 공형진은 선글라스로 충혈된 눈을 가리고 잠시 광고가 나가는 사이 연신 음료수를 들이켰고, 며칠 째 잠을 제대로 못 잤지만 라디오 출연을 위해 서울 올라가는 시간까지 미룬 자칭 ...

  • [PIFF+10] PIFF 9박 10일, L의 기록

    [PIFF+10] PIFF 9박 10일, L의 기록

    “하…” 레슬링 미션을 끝낸 MBC 멤버들이 왜 저 한마디를 내뱉고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를 취재하기 위해 열흘 간 머물렀던 부산을 떠올려보니, 역시 “하…”라는 감탄사밖에 나오질 않네요. PIFF의 또 다른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존재감을 보여주신 김동호 위원장님의 마지막 영화제이자 이제 갓 에 발을 디딘 기자의 첫 영화제라니, 이런 인연 역시...

  • [PIFF+10] 당신들의 사랑이라면 돈 주고 사고 싶어요

    [PIFF+10] 당신들의 사랑이라면 돈 주고 사고 싶어요

    이제 제 15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가 막을 내릴 순간도 몇 시간 뒤로 다가왔다.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마지막으로 꾸리는 PIFF의 폐막작은 그가 프로듀서로 참여하기도 한 영화 다. 부산시와 부산의 기업들이 투자해서 만든 “부산의 영화” 는 해운대, 보수동 책방골목, 자갈치 시장, 금련산 산책로 등 부산의 곳곳을 무대로 1979년과 2010년 현재, 가까운 근 미래에 이르기까지 세 연인들의 사랑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진다. 세 명의 ...

  • [PIFF+10] 그렇게 즐겁게, 게이답게

    [PIFF+10] 그렇게 즐겁게, 게이답게

    첫 번째 기적. 20대 후반 정체성의 혼란기를 겪던 이혁상 감독은 서른 살이 되던 해 커밍아웃을 했다. “처음으로 남자와 연애다운 연애”를 했던 그의 서른 살은 “참 행복했던 한 해”였다. 두 번째 기적. 막연하게 “만약 영화를 찍게 된다면 내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찍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는 첫 연출작으로 다큐멘터리 을 선택했다. 2년을 훌쩍 넘긴 작업 기간을 거친 은 제 15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에서 첫 선을 보이게 됐다. 이혁상...

  • [PIFF+10] 류승룡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PIFF+10] 류승룡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영화 의 이서군 감독은 류승룡에 대해 “선물 같은 배우”라고 했다. 그러나 그가 얼마나 좋은 배우인지에 대해 말하는 건 사실 지겨운 일이다. 영화 , , , 등 최근 1-2년으로만 한정시켜도 풍성한 필모그래피를 늘어놓거나 MBC드라마넷 의 강승조, MBC 의 최관장처럼 근엄함과 귀여움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운신의 폭을 측정하는 작업도 이미 있었다. 오히려 배우가 아닌 사람 류승룡에게 포커스를 맞췄을 때도 여전한 매력을 말하고 싶다. 인터뷰라는 공...

  • [PIFF+10] 김중혁, 김연수의 영화 이야기

    [PIFF+10] 김중혁, 김연수의 영화 이야기

    이건 '아주담담'이라기보다는 '쾌도난담'이라는 타이틀이 어울릴 것 같다. 제 15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 아주담담 '소설로 말하는 영화'에 참석한 김연수, 김중혁 두 소설가의 대화는 그만큼 거침없었다. 무례하거나 공격적이었다는 뜻은 아니다. 이미 에서 재기 넘치는 영화 칼럼을 연재한 바 있지만 이 두 작가는 시네필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영화 마니아가 아니라는 바로 그 지점에서 그들의 영화 이야기는 훨씬 유연하고 흥미롭게 이어질 수 ...

  • [PIFF+10] 미야자키 아오이는 아직도 엄마한테 어리광을 부리는 딸이다

    [PIFF+10] 미야자키 아오이는 아직도 엄마한테 어리광을 부리는 딸이다

    설탕과 소금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철부지 엄마(오타케 시노부)가 어느 날, 나이차가 띠동갑이 넘는 연하남을 집에 데려오더니 덜컥 결혼발표를 해버린다. 엄마의 재혼을 결사반대하던 딸 츠키코(미야자키 아오이)는 죽은 아빠의 위패를 가지고 집을 나가려다 엄마와 몸싸움까지 벌이고, 함께 결혼예복을 보러 가자며 자신의 손을 끈질기게 붙잡는 엄마를 끝끝내 뿌리친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이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 전까지. 에 이은 재...

  • [PIFF+10] 이선균, 느슨하게 빛이 나는 이 남자

    [PIFF+10] 이선균, 느슨하게 빛이 나는 이 남자

    이선균은 딱딱한 차림새보다는 캐주얼한 룩이, 엄숙한 자리보다는 느슨하고 편한 만남에서 더 빛이 나는 남자다. 그런 면에서 이 배우를 만나기에 부산국제영화제는 최적의 장소인 셈이다. 올해 부산에서의 첫 만남은 해운대 횟집에서, 두 번째 만남은 롯데시네마의 파티에서, 그리고 세 번째 만남은 로 인연을 맺은 명필름의 200만 돌파를 축하하는 조촐한 술자리에서였다. “영화제 오는 거 너무 좋아요. 특히 개막식에 참여하는 경우엔 개막작도 볼 수 있잖아요...

  • [PIFF+10] 줄리엣 비노쉬의 화양연화

    [PIFF+10] 줄리엣 비노쉬의 화양연화

    “단순히 영화 한 편을 더 찍으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지루한 일이다.” 멋진 말이다. 누구나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배우가 이런 말을 정말 자신의 실존을 걸고 실천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멋진 일일 것이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연출한 와 함께 제 15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를 찾은 줄리엣 비노쉬처럼. 12일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줄리엣 비노쉬의 업적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키에슬로...

  • [PIFF+10] 츠마부키 사토시의 얼굴

    [PIFF+10] 츠마부키 사토시의 얼굴

    츠마부키 사토시의 그런 얼굴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말간 얼굴로 해사하게 웃거나 '으앙'하고 울음을 터트리는 어린아이처럼 울던 그에게서 살기와 분노, 고독을 느낄 줄이야. 제 15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의 에서 츠마부키 사토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을 하고 있다. 요시다 슈이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의 이상일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하고 싶은 얘기는 모두 그의 얼굴에 있다는 듯 츠마부키 사토시가 보여주는 미세한 떨림에 집중한다...

  • [PIFF+10] 김지운 감독 “다음 영화는 <다이하드>류의 액션물”

    [PIFF+10] 김지운 감독 “다음 영화는 <다이하드>류의 액션물”

    김지운 감독에게 2010년은 어떻게 기억될까? 영화 에 이어 크랭크인에 들어간 는 본인이 각본을 쓰지 않은 첫 영화였고, 자신을 “극단으로 몰아 넣을” 만큼 심리적으로 힘든 작품이었다. 게다가 완성한 영화는 두 번이나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으며 그를 “미쳐 날뛰게” 만들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개봉한 의 평은 극단적으로 갈렸다. 9일 제 15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에서 이리저리 잘려 나갔던 가 온전한 모습으로 관객과 만났다. 제대로 ...

  • [PIFF+10] 말레이시아 감독, 일본 제작자, 한국 여배우가 만나면

    [PIFF+10] 말레이시아 감독, 일본 제작자, 한국 여배우가 만나면

    제 15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 '아시아 영화의 창'에 소개된 은 홍콩의 외딴 리조트를 찾은 한국과 일본의 젊은 여성이 서로를 통해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독특한 작품이다. 여기서 두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상대방의 정체성을 받아들이며 누굴 누구로 정의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정말 정체성을 쉽게 정의할 수 없는 건 이 작품 자체일지 모르겠다. 말레이시아의 신예 감독인 림 카와이가 연출을 맡고, 일본의 배우인 스기노...

  • [PIFF+10] 아오이 유우, 용맹하고 아름다운 짐승 한 마리가 벚꽃 속을 달리네

    [PIFF+10] 아오이 유우, 용맹하고 아름다운 짐승 한 마리가 벚꽃 속을 달리네

    아오이 유우를 생각하면 늘 흩날리는 벚꽃이 떠올랐다. 십대 소녀들의 청명한 공기가 사랑과 우정사이에서 잔잔하게 흔들리던 에서도, 자기 몸집만한 붓을 들고 싸우듯 그림을 그리던 에서도 그녀의 풍경엔 늘 분홍의 봄꽃이 있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아오이 유우는 봄날의 벚꽃처럼 작고 연약한, 식물성 소녀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히로키 류이치 감독의 신작 로 제 15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아오이 유우는 그저 꽃이 아니라 꽃나무로 가득한 숲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