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죽인 죄로 7년 째 복역 중이던 애나(탕웨이)에게 어느 날 어머니의 죽음이 전해진다.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72시간의 특별휴가를 받은 애나는 시애틀 행 야간버스에 오르고, 그곳에서 누군가에게 쫓기듯 뛰어든 남자 훈(현빈)을 만난다. 마음과 몸이 굳게 닫쳐버린 애나와는 달리 이 남자, 훈은 몸도 마음도 활짝 열려있다. 늦겨울과 한여름의 기운을 가진 남과 여. 가슴팍에 두 손을 꽂은 채 걷던 남자와 땅을 향해 두 팔을 늘어트린 여자는 어느...
열여덟 어린나이에 미혼모가 된 혜화(유다인)는 씩씩한 여자였다. 학업을 중단하고 미용기술을 배우면서도 뱃속의 아이가 커나가는 순간을 함께할 그 녀석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세상 무서울 게 없었다. 하지만 아이의 아빠인 한수(유연석)가 비겁하게 도망가고 난 후, 혜화에게는 말 할 수 없는 비밀이, 남몰래 숨겨놓고 싶은 아픔이 생겼다. 살아있지만 사는 게 아닌, 동서남북 어디로도 움직일 수 없는 삶을 살던 혜화에게 겨울(冬)이 찾아오고, 죽은 줄만 알...
저녁 만찬을 준비하는 안주인의 손길이 분주하다. 몇 단계를 거쳐야 진입할 수 있는 웅장한 저택의 살림을 솜씨 있게 단속하고, 일 하는 사람들을 다루는 모습이 영양처럼 날렵하고 우아하다. 화장하는 손놀림부터 음식을 저작하고 와인을 넘기는 제스처까지 완벽하게 귀족적인 이 여인의 이름은 엠마(틸다 스윈튼). 이탈리아의 재벌 가문 레키가의 며느리인 그녀에게는 자랑스러운 아이들과 자신의 원래 이름마저 버릴 정도로 사랑했던 남편이 있다. 그러나 아들의 친...
봉준호, 류승완, 정성일, 최동훈. 한국 관객들이 사랑한 영화감독들은 어떤 영화를 사랑할까. 그들의 절절한 사랑의 리스트를 훔쳐볼 수 있는 기회가 돌아왔다.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인들이 직접 고른 영화들을 소개하는 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가 1월 18일부터 2월 27일까지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시네마테크 설립 취지에 공감하고 그 활동을 지지하는 영화인들의 참여로 2006년 시작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시네마테...
한 때 프로야구 간판 투수였던 상남(정재영)은 이제는 퇴물 취급 받는 신세다. 음주 폭행 사건을 일으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상남은 매니저 철수(조진웅)의 간곡한 부탁으로 청각장애인학교인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의 임시 코치직을 맡는다. 실력도 없고 교체 선수는 더더욱 없는 성심학교 아이들의 목표는 전국대회 1승. 소박하기 그지없는 이들의 꿈이 우습기만 하던 상남, 그러나 순수하게 야구를 사랑하는 아이들을 보며 점차 꿈 많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
를 기대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심형래가 오랜만에 영구로서 돌아온 를 최대한 열린 마음과 호의적인 태도로 보려 했던 이유는 영화를 통해 과거의 추억을 환기하고 싶다는 욕구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것은 의 전략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TV에서, 그리고 수많은 시리즈물 속에서 애견과 함께 귀신을 퇴치하고(), 월남전에서 적군의 로봇을 무찌르던() 영구와의 추억을 간직한 세대를 위한 영화다. 이 영화의 개그 코드는 심형래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이에게 온...
빚더미에 올랐지만 마작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구남(하정우)은 사람 하나 죽이면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면가(김윤석)의 말에 연변에서 서울로 향한다. 태원(조성하)은 사주한 살인이 깔끔하게 마무리 되지 않아 불안하다. 연변에서 서울로, 다시 부산으로 그들의 무대가 이동하는 사이 청부살인 말고도 한국으로 떠난 뒤 소식이 끊긴 아내의 행방도 알아내야 하는 구남과 도망간 구남을 ㅉㅗㅈ아 한국으로 온 면가가 서로 얽히면서 영화는 러닝타임을 흐르게 하기 ...
눈을 떠보니 관 속이다. 사방이 깜깜하고, 몸을 옴싹달싹 하기도 힘들다. 거기다 드문드문 모래가 세어드는 것으로 보아 땅 밑이다. 산 채로 관에 넣어져 매장 당한 것이다. 주어진 것은 라이터와 휴대폰 뿐.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인가? 이라크의 전후 재건을 위해 진출한 미국 기업의 트럭 기사 폴(라이언 레이놀스)은 어느 날, 의문의 총격을 받는다. 정신을 잃은 뒤 눈을 뜬 곳이 바로 관 속이다. 90분밖에 버틸 수 없...
진부한 스토리 때문에 매번 출판사에서 퇴짜 맞는 만화가 정배(이선균)는 “엄마 그 자체”인 초상화를 지키기 위해 당장 돈 오천만 원이 필요하다. 각종 논문과 온갖 보고서를 짜깁기하며 섹스 칼럼을 쓰던 다림(최강희)은 남자 경험도 없는 주제에 자신만의 섹스 칼럼을 써보겠다고 고집을 피우다가 해고된다. 남자는 스토리 작가가 필요하고, 여자는 제대로 된 글을 쓰고 싶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돈이 필요하다. 약 1억 원의 상금이 걸린 성인만화 공모전...
“니 한국 가 사람 하나 죽이고 와라.” 돈 벌러 한국으로 떠난 아내는 소식이 없고 쌓여가는 빚 때문에 절망에 빠진 연변의 택시운전사 구남(하정우)에게 살인청부업자 면가(김윤석)가 손을 내밀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황해를 건너온 두 남자의 쫓고 쫓기는, 죽고 죽이는 처절한 구도가 어딘가 익숙하다면, 맞다. 는 의 나홍진 감독, 김윤석, 하정우가 다시 만난 작품이다. 한국형 스릴러의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은 전작의 그림자는 감독마저 “독이 될 수...
모녀만 살고 있는 이층집에 수상한 남자 창인(한석규)이 세 들어온다. 자신을 작가라고 밝혔지만 틈만 나면 아래층을 기웃거리는 그에게는 물론 다른 목적이 있다. 그 집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뭔가'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는 주부 연주(김혜수)와 외모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중학생 딸 성아(지우)는 시종일관 히스테릭한 태도로 창인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고, 오지랖 넓은 옆집 아줌마(이용녀)마저 그의...
국내 스타의 성공적인 할리우드 데뷔작일 것인가, 아니면 섣부른 시도일까. 지난 22일,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는 장동건 주연의 영화 의 언론시사회와 이승무 감독, 장동건, 케이트 보스워스가 함께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그동안 는 장동건의 할리우드 진출 및 주연작으로서, 또한 한국의 기획과 할리우드 자본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아 왔다. 사실 이런 경우 대중과 언론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마치 단번에 할리우드를 정복할 것처럼...
같은 사무실에 앉아있는 동료들이 말을 안 하기 시작했다. 대신 그 대화는 트위터의 '타임라인'으로 옮겨진다.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가 나의 취향과 생각을 일방적으로 늘어놓는 공간이라면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는 나의 취향과 생각을 '누구와' 나누는지를 전시하는 공간이다. 주로 1:1로 이루어지는 '메신저'의 휘발성 소통이 아니라 우리의 대화를 누군가를 보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공개...
남자와 여자가 있다. 배를 타고 아무도 살지 않는 외딴 섬에 도착한 그들은 바다를 바라보며 꽁치를 굽는다. 한 마리는 남자를 위해. 한 마리는 여자를 위해. 연기 자욱한 그곳에서 가끔 다투기도 하지만, 그들은 행복하다. 꽁치가 있고, 여자가 있고, 남자가 있고, 섬이 있으니까. 11월 17일 (수) 개막하는 ‘제 7회 메가박스 일본영화제 – 재패니메이션의 모든 것’(이하 ‘일본영화제’)에서...
영화 는 거두절미하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름도 없이 초능력자로 지칭되는 초인(강동원)이 어째서 초능력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의 능력의 한계나 약점 또한 알려주지 않는다. 끊임없이 초인에게 당하면서 그에 대해 짐작해가는 규남(고수)처럼 관객에게 역시 초인은 초월적인 미지의 존재다. 에서 초능력은 슈퍼히어로의 영웅서사만을 위한 도구나 스펙터클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온전히 인간의 초능력 그 자체다. 눈으로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