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인성, 조여정, 전도연, 설경구가 영화 '가능한 사랑'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 사진=윤지인 기자
배우 조인성, 조여정, 전도연, 설경구가 영화 '가능한 사랑'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 사진=윤지인 기자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의 신작 '가능한 사랑'으로 돌아온다. '밀양'을 함께했던 전도연, '박하사탕', '오아시스'를 함께했던 설경구와 다시 손을 잡았고, 조인성, 조여정까지 합류해 묵직한 배우진을 완성했다. 네 배우는 출연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로 한목소리로 '이창동 감독'을 꼽았다. 출연을 위해 스케줄까지 조정할 정도였다고 한다.

25일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영화 '가능한 사랑'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창동 감독과 배우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 참석했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녀의 남편,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만나 서로 다른 삶과 숨은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이 감독은 "8년 만이라 마음이 설렌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감독은 이번 작품에 대해 "제목처럼 사랑에 관한 영화다. 이 영화에 대한 성격이나 내용을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사랑에 관한 영화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영화의 내용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랑은 남녀 간의 사랑을 비롯해 많은 사랑이 있다"며 "우리가 살아가며 어떤 사랑이 가능한지, 그 사랑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질문을 담고 있다"고 전했다.
배우 조인성, 조여정, 이창동 감독, 전도연, 설경구가 영화 '가능한 사랑'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 사진=윤지인 기자
배우 조인성, 조여정, 이창동 감독, 전도연, 설경구가 영화 '가능한 사랑'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 사진=윤지인 기자
제목의 의미에 대해서는 "보통 사랑 이야기라고 하면 '러브 스토리'로 받아들이는데, 그 사랑이 잘 이뤄지기 어렵다를 전제로 받아들이게 된다. 쉽게 이뤄지고 모두에게 축복받는 사랑 이야기는 굳이 서사로 만들어져 관객들에게 전달될 이유가 없다. 사랑 이야기라고 하면 사실을 괄호 안에 '이뤄질 수 없다', '불가능하다'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는 오히려 '가능한' 사랑을 한다. 어떤 사랑이 가능한지, 사랑이 가능하게 하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해고 노동자라는 소재를 다룬 배경에 대해 이 감독은 "대기업에서 집단 해고 사태는 파장이 크다. 경제적인 것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삶 자체가 바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자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앞으로는 피할 수 없는 사태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람들은 자기가 무슨 일을 하게 되느냐에 따라 정체성을 갖게 되는데, 사람들의 정체성까지도 바꿀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사랑도 소재로 한 이유에 대해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게 사랑이다. 우리의 삶을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어나가게 하는 것이 사랑의 관계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불가능한 스케줄을 '가능한 사랑'으로…"시나리오 빨리 달라" 전도연도 재촉한 이창동 신작 [종합]
4명 배우는 이번 영화의 출연 이유로 입을 모아 '이창동 감독'을 꼽았다. 전도연은 "가장 매력적이었던 건 '이창동 감독님'이었다는 거다. 감독님이 작업한다고 했을 때 안 들어갈까봐 빨리 시나리오부터 달라고 했다. '저 하겠다'고 하고 그 다음날부터 시나리오부터 달라고 했다"며 웃음을 안겼다. 이어 "시나리오를 덮고 그 여운이 '역시 이창동 감독님이구나' 했다"고 했다.

설경구도 "저도 똑같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스케줄상 할 수 있던 상황이 아니어서 식은땀이 나더라. 이 자리를 빌려 '들쥐' 김홍선 감독님에게 감사드린다. '너랑 못 하겠다'고 하시더라. 제가 돌아버리겠더라. 해결하고 오겠다고 했다. 스케줄 가능하게 해오겠다고 했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이창동 감독님과 하는 자체로 좋아서 책 달라고도 안 했다. 나중에 감독님이 너는 관심이 없냐, 책 달라고도 안 하냐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는 아끼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인성은 "'휴민트' 찍고 있을 때 라트비아에서 처음 이야기를 들었다. '호프'와 '휴민트'를 찍고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쉬어야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감독님이 제안을 주셔서 이것까지는 하고 쉬어야 한다는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두 번째는 제가 너무 좋아하고 존경하는 두 선배님과 함께할 수 있어서다. 같이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던 동료 여정씨도 합류해서 안 할 이유가 없다는 마음으로 하게 됐다"고 전했다.

조여정은 "저는 가능한 상태였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배우들 마음 다 똑같다. 감독님과의 작업은 배우들이 다 고대하는 작업이다"고 말했다. 또한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는 여운이 진해서 오히려 바로 연락드리기 어려웠다. 3일 정도 담아두고 있었다. 제가 읽고 바로 '좋아요'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깊이일까 싶더라. 그래서 조금 시간이 걸렸다. 당연히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두 선배와 인성 씨 같은 동료를 감독님 영화 안에서 또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싶었다. 여러 가지로 복된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가능한 사랑'이 오는 9월 23일 극장 개봉하며, 11월 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 사진제공=넷플릭스
'가능한 사랑'이 오는 9월 23일 극장 개봉하며, 11월 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 사진제공=넷플릭스
전도연은 해고 노동자 호석의 아내 미옥 역을 맡았다. 미옥은 자신도 마스크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로 총파업이 가족에게 남긴 후유증 속에서도 상처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인물이다.

미옥 캐릭터에 대해 전도연은 "평온한 생활을 즐기고 싶어하는 인물이다. 가슴 안에 있던 화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인물이다. 가슴 안에 시한폭탄을 갖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여려 보이지만 강인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준비를 했냐는 물음에는 "이창동 감독님 작품을 할 때는 어떤 준비를 한다기보다 내가 얼마나 마음을 열어놓는지가 준비인 것 같다. 최대한 마음을 열어놓으려고 했다"고 답했다.

이창동 감독과 영화 '밀양'을 함께했던 전도연은 "20년 만이다. 시간이 그렇게 많이 지났는데, 감독님을 보고 그렇게 많이 지났다는 느낌이 나지 않더라. 엊그제 같았다"며 재회 소감을 밝혔다.
불가능한 스케줄을 '가능한 사랑'으로…"시나리오 빨리 달라" 전도연도 재촉한 이창동 신작 [종합]
설경구는 해고 노동자 호석 역을 맡았다. 호석은 총파업과 강제 진압 현장에서 겪었던 일들로 오랜 시간이 지나도 후유증을 겪고 있다. 호석 캐릭터에 대해 설경구는 "이 영화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해고 노동자다. 죄책감, 분노, 수치심 등 여러 감정을 갖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님의 현장은 준비를 하면 안 되는 현장이다. 오히려 비워야 하는 현장이었다.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설경구는 '박하사탕', '오아시스'에 이어 '가능한 사랑'까지 이창동 감독과 함께했다. 그는 "시나리오 읽기 전까진 자유로웠는데, 시나리오 읽고 '박하사탕' 때 만큼은 아니지만 긴장감이 오더라. 당시의 초심 같은 게 좋았던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생각했다. 제가 의도적으로 한 것도 있고 잘 들으려고 하고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박하사탕' 때 힘들었다. 경험도 많이 없고 저한테 주어진 감정은 벅찼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그때의 감정이 그리웠던 것 같다. 그 그리움이 다시 현실화됐다. 그 이후에 경력은 좀 됐지만, 다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 싶더라"고 회상했다.

전도연과 설경구는 연인, 부부 관계의 캐릭터로 3번째다. 전도연은 "설경구 배우와 또 부부 호흡을 맞춰서 다른 배우와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있어서 진짜 부부 케미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 조인성이 영화 '가능한 사랑'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 사진=윤지인 기자
배우 조인성이 영화 '가능한 사랑'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 사진=윤지인 기자
조인성은 부유한 집에서 나고 자란 상우 역으로, 상우는 해고 노동자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는 아내 예지를 옆에서 응원하고 돕는다. 조인성은 상우에 대해 "부유하게 자랐고, 특별히 콤플렉스를 가지지 않은 인물이다. 그래서 더 알 수 없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이창동 감독과 첫 작업인 조인성은 "감독님을 워낙 좋아했다. 배울 기회들이 많지는 않은데, 감독님한테 배운다는 마음으로 현장에 갔다. 실제로 감독님에게 많이 배웠고,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영광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 앞에서는 모두가 초심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며 "감독님 디렉션을 놓치지 않으면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촬영을 마치고 저희가 똑같은 감정이 들었던 게, '현장이 그리울 것 같다'고 했다. 동료애가 충만한 현장이었다"고 돌아봤다.
불가능한 스케줄을 '가능한 사랑'으로…"시나리오 빨리 달라" 전도연도 재촉한 이창동 신작 [종합]
조여정은 해고 노동자의 삶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감독 예지 역을 맡았다. 예지는 고등학교 동창이자 미국 유학 시절 연인으로 발전한 상우가 남편이다.

'가능한 사랑'은 제84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부터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제64회 뉴욕영화제 메인 슬레이트 부문까지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 받았다. 이 감독은 "베니스영화제에서 영화가 최초 공개하게 됐다. 이 영화를 과연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최초의 반응이 궁금하다. 그 뒤에 이어지는 영화제에서도 관객들의 반응이 어떨지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설경구는 "예상을 했었지만, 막상 소식을 접하니 기분이 좋더라. 감독님과 23~24년 됐는데, 좋았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조인성은 "영광스럽다. 이 작품에 같이 참여하기도 했지만, 이창동 감독님의 작품을 많은 사람들이 기다린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전했다.
'가능한 사랑'이 오는 9월 23일 극장 개봉하며, 11월 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 사진제공=넷플릭스
'가능한 사랑'이 오는 9월 23일 극장 개봉하며, 11월 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 사진제공=넷플릭스
이번 작품은 한달 반 정도의 기간을 두고 극장에서 개봉한 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넷플릭스와의 작업에 대해 이 감독은 "넷플릭스가 처음부터 이 작품에 대해 신뢰를 갖고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극장용 영화로 만들기 위한 투자처를 찾으면서 기다려졌다.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을 때 다시 넷플릭스와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작 전 과정에 걸쳐서 어떤 간섭이나 요구사항이 없었다. 절대적으로 감독으로서의 독립성을 인정해줬다. 영화가 끝나고 지금까지도 그런 자세를 견지했기 때문에,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지금까지의 영화 작업보다 가장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설경구는 "기대를 충족할 영화다. 보시기 전후 계속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전도연은 "이창동 감독님의 영화를 오래 기다렸던 팬이기도 하다. 제 영화지만 너무나 기다리고 보고 싶었던 작품이다"라며 "여러분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달라. 너무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니 겁나기도 하지만, 예쁘게 '가능한 사랑'을 봐달라"고 말했다.

'가능한 사랑'은 오는 9월 23일 극장 개봉하며, 11월 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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