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스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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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대본, 가창, 안무, 미술, 무대, 연출 등 다양한 요소가 총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대중적인 공연 양식.' 사전에서는 뮤지컬을 이렇게 정의한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그 틀을 완전히 깨버렸다. 그럼에도 작품은 관객을 놀라게 했고, 강렬한 메시지를 남겼다.

'라이프 오브 파이'(이하 '라오파')는 국내 초연으로, 지난 2일부터 GS아트센터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이 작품은 얀 마텔의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가 원작이다. 태평양 한가운데 구명보트에 남겨진 소년 파이와 벵골 호랑이 라처드 파커의 227일간 여정을 다룬다.

작품은 뮤지컬이라고 소개되고 있지만, 연극이라고 볼 수도 있다. 특정 장르로 한정되지 않는다. 그저 '원작 도서가 무대화한 공연'이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뮤지컬에는 음악, 가창, 안무가 있어야 하지만 이 작품에는 어느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객석 곳곳에선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라오파'만의 특징과 매력이 통했던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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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공연 내내 '퍼펫'(배우가 조종하는 동물)을 활용한다. 객석에서는 배우들이 퍼펫을 컨트롤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하지만 실제 동물 소리처럼 들리는 배우의 음성과 동물의 디테일한 근육 움직임이 몰입감을 높였다. 먹이사슬 구조에 따른 약육강식 분위기까지 세밀하게 구현했다. 벵갈 호랑이 '리처드 파커'가 등장할 때 맹수의 전형적인 위압감이 그대로 구현돼 서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라오파'는 이같은 퍼펫 예술로 2022년 해외 공연에서 '퍼펫티어'(인형을 움직이는 배우들) 조연상을 거머쥐었다. 디렉터였던 케이트 로우셀은 수상 당시 "퍼펫티어도 공연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걸 입증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생동감 있는 연출도 돋보인다. 넘버 하나 흐르지 않지만, 세트장 사방에서 세찬 빗줄기가 몰아치고 높은 파도 그래픽이 넘실댔다. 이런 연출에 걸맞은 음향과 조명은 관객을 병원과 인도, 필리핀 그리고 바다와 육지로 데려갔다.

작품은 관객의 눈과 귀에 느낌표를 달아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여운이 남는 메시지도 전했다. 이 작품 1막은 파이가 조난당하는 과정이고, 2막부터는 파이의 본격 생존 과정이 나온다. 1막에서 파이는 자신을 '채식주의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조난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 2막의 파이는 "어떻게 죽여요"라는 말을 뱉자마자 생존을 위해 바다거북을 먹어 치웠다. 그것도 자신이 애정하던 동물을 잡아먹어 경멸의 존재가 된 리처드 파커와 함께.

작품은 인간의 생존과 상상력, 인간 정신의 강인함 그리고 어두운 폭풍 속에서도 존재하는 희망을 얘기한다. 창작진은 "사랑과 상실, 투쟁과 두려움, 고통과 미지 그리고 생존 스토리는 파이만의 것이 아니다"라며 "관객도 여기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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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연 텐아시아 기자 ligh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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