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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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논란이 올해 예능판을 잇따라 흔들었다. 크고 작은 조작 의혹이 반복되며 시청자들의 분노와 피로감이 커졌고, 진짜와 연출의 경계를 둘러싼 의심도 커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영상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 속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진='놀면 뭐하니?'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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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경은 지난달 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일부 누리꾼들로부터 과하다고 비난받았던 '면치기 논란'을 언급했다. 이이경은 모두 짜여진 설정이었다고 주장하며 "그때 분명 하기 싫다고 했는데 (제작진이) '너 때문에 국수집을 빌렸다'며 해 달라고 부탁했다. '예능으로 하는 겁니다!'라는 제 멘트는 편집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면치기 장면이 논란되자 제작진은 황당한 말만 했다. 논란은 오롯이 제가 감당해야 했고, 제 이미지는 큰 손상을 입었다"고 호소했다.
사진='미운 우리 새끼' 캡처
사진='미운 우리 새끼' 캡처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는 전 배드민턴 국가대표 이용대와 그룹 에이프릴 출신 배우 윤채경의 열애설이 지난달 19일 불거지면서 진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7월 이용대가 '미운 우리 새끼'에서 3 대 3 단체 소개팅을 했기 때문. 한 매체가 보도한 이용대와 윤채경의 교제 기간은 약 1년으로, 열애설이 사실일 경우 소개팅 시점과 열애 기간이 겹친다. 이에 시청자들은 "출연진에게도, 소개팅 상대에게도 예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미운 우리 새끼'의 진정성 논란은 한 차례 더 있었다. 지난달 19일 배우 김민종은 한 방송에 출연해 "'미운 우리 새끼'에서 양평에 컨테이너 하우스를 짓고 거기서 생활하는 모습을 촬영했는데 방송이 무섭다. 그 당시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됐는데 내가 거기 사는 것으로 포장해 버렸다"고 폭로했다. 해당 발언은 방송 직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져나갔다. 시청자들은 "'미운 우리 새끼'가 출연자에게 설정을 부여해 연기를 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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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예능 '신발 벗고 돌싱포맨'도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2021년 7월 첫 방송을 시작해 4년 5개월여간 방송된 '돌싱포맨'은 돌싱 연예인 탁재훈, 이상민, 임원희, 김준호가 게스트를 집으로 초대해 편한 분위기에서 얘기를 나누는 토크쇼 예능이다. 돌싱들의 솔직한 일상을 보여주며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 이상민과 김준호가 재혼하며 프로그램의 정체성 논란이 불거졌다. 두 사람을 향한 하차 요구가 빗발쳤지만 방송은 그대로 계속됐다. 이후 시청률 하락세를 겪은 '돌싱포맨'은 결국 오는 23일 213회 방송을 끝으로 종영한다.

"예능에서 어느 정도의 연출은 불가피하다"는 게 방송가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하지만 "보는 사람을 실망시킬 정도의 연출은 연출이 아닌 조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한 연출'은 프로그램 신뢰도 자체를 흔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시청자들이 이미 영상 제작과 편집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무엇이 연출이고 무엇이 조작인지 금방 파악한다"며 "예능 리얼리티에 대한 요구 수준과 눈높이가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기 때문에 진정성 논란이 여러 차례 불거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방영 중인 스포츠 예능들
현재 방영 중인 스포츠 예능들
올 한 해 진정성을 앞세운 다수의 예능은 좋은 성과를 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은 것은 바로 '스포츠 예능'이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최근 예능 프로그램이 진정성을 의심받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시청자들이 리얼리티를 선호하게 됐다. 그런 점에서 스포츠만큼 뛰어난 리얼리티 소재가 없다"며 "경기 안에서 극적인 상황이 수시로 벌어지고, 예측 불가능한 전개가 이어지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감동과 웃음을 모두 담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 예능의 강세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현재 방송 중인 스포츠 예능은 채널A '야구여왕', JTBC '뭉쳐야 찬다4', SBS '골 때리는 그녀들' 등 총 7개다. 최근 종영한 MBC '신인감독 김연경'은 5주 연속 일요일 예능 2049 시청률 1위와 TV·OTT 비드라마 화제성 1위를 기록하며 호평 속에서 막을 내렸다. 시청률이 1회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그렸으며 마지막 회는 5.8%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이경→김준호·이상민…진정성 무너진 예능, 시청자 분노만 남겼다 [2025 방송 결산]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거짓 설정이나 과도한 연출에 의존한 예능은 설 자리를 잃기 쉽다. 한 방송 관계자는 "내년 예능 프로그램의 성패를 가를 가장 중요한 키워드 역시 '진정성'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세윤 텐아시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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