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
사진 제공 =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
국내 '동물복지 돼지 농장 1호'의 주인공 이범호가 이윤보다는 동물의 자유와 행복을 먼저 생각하는 사업 철학으로 깊은 울림을 전했다.

3일 방송된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이하 '이웃집 백만장자')에는 1990년대 국내에 '냉장육 시대'를 연 1세대이자, 전 국민의 기념일 '삼겹살 데이'를 탄생시킨 장본인 이범호가 출연했다. 그는 돼지로 '오백만 불 수출의 탑'까지 수상하며 대한민국 양돈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현재 이범호는 8,700평 규모의 돼지 농장과 무항생제 사료를 생산하는 사료 공장, 돼지고기 유통 회사까지 총 3개 기업을 운영 중이다. 세 회사의 총 연 매출은 무려 약 1,800억 원에 이른다. 특히 육가공 공장을 자녀가 아닌 20년 이상 함께한 '1호 사원'에게 물려준 사실이 드러나며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범호는 이런 파격적인 행보에 대해 "가장 잘하는 사람에게 주는 게 맞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범호는 고등학생 때 우연히 목장을 배경으로 한 영화 '빅 컨츄리'를 본 뒤,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S대 축산학과에 진학했다. 1984년 결혼 직후, 여기저기서 빚을 모아 4,700평 돼지 농장을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양돈의 길에 뛰어들었다. 어미돼지 10마리로 시작해 승승장구하던 농장은, 1990년 발생한 대형 화재로 위기를 맞았다. 절망 속에서도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긴 그는 '함께 사는 삶'의 의미를 가슴 깊이 새기게 됐다. 1997년 IMF 외환 위기가 터지며 이범호에게 다시 시련이 닥쳤다. 외화 대출로 공장 증설을 진행하던 그는 환율이 3배로 치솟으며 빚 역시 3배로 불어나는 벼랑 끝 상황과 마주했다. 하지만 끝내 육가공 공장을 완공, 일본에 950만 불 규모의 냉장육 수출을 해내며 기적처럼 다시 일어섰다.
사진 제공 =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
사진 제공 =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
2010년 발생한 구제역 사태는 이범호의 삶에 다시 한 번 큰 전환점을 만들었다. 불과 몇 달 사이 전국에서 수백만 마리의 가축이 살처분됐고, 그의 농장에서도 돼지 7~8천 마리가 매장됐다. 구제역을 계기로 돼지의 생명을 다시 생각하게 됐고, 이는 동물복지 농장의 출발점이 됐다. 일반 돼지우리에서는 0.3평 남짓한 틀 안에서 평생을 보내야 하지만, 동물복지 농장에서는 돼지들이 자유롭게 먹고 뛰고 돌아다니는 '본성 그대로의 삶'을 누린다. 이범호는 "동물복지란 돼지를 자유롭게 놀게 하는 것 즉 돼지의 본성에 맞게 기르는 것"이라며, "돼지도 사는 동안만큼은 자유롭고 행복했으면 한다"고 따뜻한 철학을 전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재 국내 양돈 농가 중 동물복지 인증 농장은 0.2~0.3%에 불과하다. 평당 키울 수 있는 마릿수 제한으로 생산 원가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소비자 가격도 높아져 판매처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범호는 "이 부분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담담히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빌 게이츠의 "죽을 때 부자로 죽지 않겠다"는 말을 인용하며 "돈의 노예가 되지 말고, 좋은 곳에 쓰고 가자"는 삶의 지향점을 밝혔다.

다음 주에는 '토마토 하나로 천억 부자 된 농부' 김호연 편이 방송된다.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는 매주 수요일 오후 9시 55분에 방송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o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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