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해피엔딩'은 오랜 절친으로 알려진 박천휴 작가와 미국의 윌 애런슨 작곡가가 함께 만든 작품이다. SF(사이언스 픽션) 장르다.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구형 헬퍼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서로를 아끼며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우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지난 6월 미국의 시상식 '제78회 토니어워즈'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극본상, 음악상, 연출상, 남우주연상, 무대 디자인상까지 총 6개 부문 트로피를 싹쓸이했다. '토니어워즈'는 미국 공연 분야의 최고 권위 시상식이다.
올리버와 클레어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산다. 이 아파트에는 각자의 주인에게 버려진 '은퇴한 헬퍼봇'이 모여 산다. 로봇들이 사는 아파트답게 소품으로 네온사인이 많다. 배우들의 옷 안에는 자석이 붙었다. 관객들에게 '충전식 로봇'에 대한 이해와 SF 배경에 대한 감정 이입을 돕기 위한 것이다.
올리버와 클레어는 같은 로봇이지만 인간처럼 서로 성격이 다르다. 올리버의 일상은 규칙적이다. 아침이 되면 먼저 몸에 이상이 있는 곳은 없는지 움직여 보면서 점검한다. 이후 양치하고 우편부에게 소식지와 부품을 받고 인사한다. 화분에 물을 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변화를 싫어하며,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루틴대로 움직인다.
클레어는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올리버와 달리 활발하고 즉흥적이다. 자기 기분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두 로봇의 상반된 성격은 '각기 다른 버전의 로봇'이라는 대사로 충분히 설명된다. 두 로봇은 점점 많은 교류를 하며 서로 가까워진다. 관객들의 눈에 이들은 '귀여운 철부지'다.
올리버는 주인과 만나지 못한다. 그는 버림받는 아픔을 처음으로 경험한다. "서로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는 규칙을 세웠던 두 로봇은 이 상처를 계기로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둘은 포옹도 해 보고 입맞춤도 나누며 인간이 나누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서로에게 느낀다. 새로운 기분을 느낀 두 로봇은 행복감을 만끽한다.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두 로봇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마냥 해피엔딩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로봇에는 '수명'이 있다. 사람의 인연이 결국 죽음으로 인한 헤어짐을 맞는 것처럼, 올리버와 클레어도 로봇의 수명 문제와 마주한다. 올리버와 클레어의 귀여운 사랑에 몰입했던 관객은 이 대목에서 종종 눈물을 보인다. 해당 장면은 "이런 사랑도 '어쩌면 해피엔딩'이지 않을까"라는 메시지를 던지기에 충분했다.
과거 토니상 3관왕과 그래미상 3관을 차지했던 공연 프로듀서 션 패트릭 플라하반 최고책임자는 '어쩌면 해피엔딩'에 대해 "공상과학적 설정이지만, 스토리가 구체적이고 관객 모두에게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어 잠재력이 큰 작품"이라고 했다. 극이 끝나고 한 관람객은 "이번 공연이 여섯 번째 시즌이던데, 이런 공감과 울림이라면 앞으로도 관객들과 오래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다연 텐아시아 기자 ligh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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