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캣츠아이 메간, 소피아, 마농, 윤채, 라라, 다니엘라 / 사진 제공 = 하이브 x 게펜 레코드
(왼쪽부터) 캣츠아이 메간, 소피아, 마농, 윤채, 라라, 다니엘라 / 사진 제공 = 하이브 x 게펜 레코드
그룹 캣츠아이가 K팝의 미국 현지화에 성공해 빌보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미국 사회문화의 핵심 가치인 '다양성'을 전면에 내세워 대중의 공감을 얻었다는 평가다.

캣츠아이가 지난 6월 발매한 EP 2집 'BEAUTIFUL CHAOS'(뷰티풀 카오스) 수록곡 'Gabriela'(가브리엘라)는 이번 주 빌보드 메인 차트 HOT 100에서 40위를 기록했다. 발매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꾸준한 인기로 전주보다도 높은 성적을 경신했다. 이들의 또 다른 히트작 'Gnarly'(날리)도 같은 차트에서 97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 'Gabriela'는 글로벌 음악 플랫폼 스포티파이 'Global Top Song Daily'(글로벌 톱 송 데일리) 차트에서도 최고 성적 7위로 기록이 좋다.

캣츠아이는 해외에서 좋은 성적 보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부진한 성적을 보인다. 미국서 커리어하이 달성한 'Gabriela'로는 국내 음원 플랫폼인 멜론 메인 차트 TOP100엔 이름도 올리지 못했다. 'Gnarly'도 마찬가지다.

캣츠아이는 당초 K팝의 미국 현지화를 겨냥하고 결성된 다국적 그룹이다. 멤버는 한국인 1명, 미국인 3명, 스위스와 이탈리아 이중국적자, 필리핀과 미국 이중국적자로 구성됐다. 일반적인 K팝 아이돌 그룹에도 타 국적을 가진 멤버는 많지만 다양한 인종을 멤버로 기용한 사례는 드물다.
그룹 캣츠아이/사진=캣츠아이 공식 SNS
그룹 캣츠아이/사진=캣츠아이 공식 SNS
이들이 미국에서 호응을 얻는 이유 중 하나는 다양성이다. 멤버 구성에 인종적 다양성이 있단 점을 제외하고서도 캣츠아이는 성 소수자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미국 MZ세대가 공유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에 적합한 행보다. 지난 29일 캣츠아이의 공식 SNS 채널에는 멤버들이 'We love the gays'(우린 남성 동성애자들을 지지해요)라고 외치는 영상이 게재됐다. 멤버 중 라라, 메간은 성 소수자로 커밍아웃했다.

같은 이유로 국내에서 캣츠아이는 대중들과 심리적 거리감이 커졌다. 국내에선 여전히 성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미국과는 사회적 분위기가 다른 셈이다.
캣츠아이. 왼쪽부터 소피아, 메간, 다니엘라, 라라, 마농, 윤채/ 사진 제공=하이브 레이블즈
캣츠아이. 왼쪽부터 소피아, 메간, 다니엘라, 라라, 마농, 윤채/ 사진 제공=하이브 레이블즈
캣츠아이는 국내에 일렉트로팝(전자 음악 중심의 팝 장르)이 유행하기 수개월 전부터 미국 현지의 대중가요 흐름을 따랐다. 지난 6월 올데이프로젝트가 'FAMOUS'(페이머스), 'WICKED'(위키드) 등 일렉트로 힙합 장르 곡을 내세우기 전까지 국내에서 이 장르는 대중성이 없었다. 그룹 에스파만이 이들 고유 정체성으로 불리는 '쇠맛'으로 이 장르 요소를 차용했을 뿐이다. 캣츠아이의 대표 일렉트로팝 곡 중 하나인 'Gnarly'는 지난 4월 발매됐다.

정돈된 표정으로 깔끔한 퍼포먼스를 하는 국내 K팝 아이돌과는 달리, 캣츠아이는 미국 대중을 겨냥해 과감한 표정과 섹시한 무드를 강조한 퍼포먼스가 특징적이다. 'Gnarly'에서 캣츠아이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표정 연기로 주목받았다. 또, 과할 정도로 에너지 넘치는 퍼포먼스로 미국 대중들에게 사랑받았다. 섹시한 분위기의 'Gabriela'에서는 곡의 무드를 강조하고자 걸리시 댄스 요소를 넣었다. 걸크러시한 퍼포먼스를 주로 선보이는 국내 여자 아이돌과는 결이 다르다.

반면, 캣츠아이는 미국 현지화 그룹인 만큼 음악 장르나 가사 면에서 국내 대중에게 친절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캣츠아이에 대해 "노래 가사가 전부 영어로 돼 있다 보니 K팝이라는 실감이 잘 나지 않는 게 사실"이라면서 "음악 장르도 국내 대중이 듣기엔 낯선 감상이 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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