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려원은 14일 만에 촬영을 끝낸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자부심을 보였다. '하얀 차를 탄 여자'는 피투성이 언니를 싣고 병원에 온 도경(정려원 분)이 경찰 현주(이정은 분)에게 뒤죽박죽 진술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 눈으로 뒤덮인 산골 마을에서 의문의 사건들이 생기고 꽁꽁 언 사체도 발견된다. 정려원은 조현병을 앓는 작가이자 사건의 목격자인 도경 역을 맡았다.
"2022년 2월 4일부터 찍었어요. 14회차 밖에 없었는데, 생각해보면 장점도 있었어요. 14일밖에 없고 단막극이니 박제될 일은 없을 것 같았어요. 그러니 마음껏 제대로 놀고 개운하게 끝내자 싶었죠. 보는 분들이 좋아할지 말지 재볼 시간도 없었어요. 회의 끝나기 전까지만 고민하고 작업한 게 오히려 좋았던 것 같아요.
"찍어놓은 걸 보고 우리끼리 '영화 같다'는 얘기를 하긴 했어요. 감독님이 가져가서 편집하던 중 CP님이 영화로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더라고요. 그래서 단막 1, 2부를 붙여 영화로 내게 됐어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도 상영했는데, 당시 영화제 테마가 'TV와 영화의 경계가 허물어지다'였어요. 그 테마에 잘 부합하는 작품이었죠. 그 과정을 지켜보니 신기했어요."
"최대한 신발을 안 벗으려고 했어요. 풀샷이면 신발을 벗어야 하니까 클로즈업 신에서는 최대한 신으려고 했죠. 하하. 게다가 세트장에도 못 들어가니까 너무 추운 거예요. 폐가도 춥고, 누워있어도 춥고 어떻게 있어도 추웠어요. 그런데 정만 역의 배우가 추운데도 눈 속에 파묻혀있는 장면 있잖아요. 더미도 아니고 실제로 그렇게 누워있었어요. 그거 보고 '내가 이러고 있을 군번이 아니다'라고 각성하고 신발을 바로 벗었어요."
기존에 해왔던 익숙한 전문직 캐릭터가 아닌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에서 조현병 작가라는 캐릭터에 도전한 정려원. 장르도 캐릭터도 새로웠을 것. 어려운 점도 있었겠지만 그만큼 해냈다는 기쁨도 있었다.
"없는 레퍼런스를 만드는 게 어려워요. 내 안에 없는 걸 형상화해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 작품은 설득이 안 되면 끝나는 게임이라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내 커리어를 이 친구(고혜진 감독) 손에 쥐여줬다는 걸 찍으면서 알았죠. 하하. 하지만 하면서 재밌었어요. 또 감독님이 '이게 문제'라고 하기보다 다음 것들로 넘어가는 걸 보면서 조금씩 확신을 얻은 것 같아요. 모두가 예뻐했던 현장이었어요. 그런 현장이 흔치 않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불사르고 가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영화 내내 정려원의 옷차림은 남루하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다. 조현병 환자이자 사건 목격자인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서다. "정은 선배님이랑 저랑 '콧구멍 샷이 너무 많다'고 그랬어요. 하지만 오히려 해방감이 들었어요. 모니터에 어떻게 잡히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거죠.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더 중요한 거예요. 은연중에 붙잡고 있던 것들을 내려놔도 괜찮다는 용기를 준 작품이에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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