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그룹 아이들 미연 'Reno (Feat. Colde)'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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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니까 죽였지" 미연, 천사 같은 얼굴로 악마 됐다…70년 전 노래 '깜짝 재해석' [TEN스타필드]
《이민경의 송라이터》
현직 싱어송라이터인 이민경 기자가 음악인의 시각에서 음악 이야기를 쓰겠습니다. 곡의 숨겨진 의미부터 들리지 않는 비하인드까지 분석합니다.


그룹 아이들의 미연이 내달 3일 솔로 컴백을 앞두고 선공개한 곡 'Reno (Feat. Colde)'(레노)에서 밝고 청량한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그간 보여온 모습과 180도 달라진 것이다. 그는 이 곡에서 서부 개척 시대 감성을 자극하는 웨스턴(Western) 스타일 음악을 K팝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다양한 방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 업계 호평을 얻고 있다.
사진=그룹 아이들 미연 'Reno (Feat. Colde)'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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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그룹 아이들 미연 'Reno (Feat. Colde)'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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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연은 지난 28일 오후 6시 두 번째 미니 앨범 'MY, Lover'의 수록곡 'Reno (Feat. Colde)'를 선공개했다. 그는 이 곡에서 지금까지 보여준 적 없었던 '파괴적 사랑'의 끝을 보여줬다. 이 곡 시작 부분에서 미연은 감옥에 갇힌 채 과거를 회상한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죽였던 일을 떠올린다. 미연은 '죄책감은 없다'며 '그의 죽음으로 우리의 영원한 사랑이 완성된 것'이라고 노래한다.

뮤직비디오 앞부분에서도 미연은 자신이 사랑하는 남성을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곤 행복에 젖은 미소를 보이는 사이코패스적 연기를 한다. 그간 자신의 이미지였던 순수함·청순함 대신 반사회적인 퇴폐미를 보여준다.

네티즌은 유튜브 뮤직비디오 댓글에서 "원래 이런 느낌은 민니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미연도 정말 잘 어울린다", "미연의 새롭고 놀라운 모습을 봐서 좋았다"는 등 긍정적인 평가를 남겼다.
사진=그룹 아이들 미연 'Reno (Feat. Colde)'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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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연의 'Reno'는 1950년대 미국 사회의 혼란을 보여주는 두 곡을 연상시킨다. 'Reno'는 재즈 대가 Louis Armstrong(루이 암스트롱) 등을 프로듀싱한 Gordon Jenkins(고든 젠킨스)가 만들고 그의 아내 Beverly Mahr(베벌리 마어)가 부른 'Crescent City Blues'(크레센트 시티 블루스)를 오마주한 곡이다.

'Crescent City Blues'를 오마주한 곡은 이전에도 있었다. 1950년대 전설적인 미국 가수 Johnny Cash(조니 캐시)가 1955년 발표한 'Folsom Prison Blues'(폴섬 프리즌 블루스)가 대표적이다. 이 곡은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고든 젠킨스가 바깥세상을 누리는 남성을 부러워하는 소외된 여성 화자의 시선에서 곡을 썼다면, 조니 캐시는 여성 화자를 죄수로 둔갑시켜 또 다른 사회적 소수자의 입장을 대변했다. 조니 캐시는 무의미한 살인을 저지르고 감옥에 갇힌 채 후회하는 죄수의 심정을 노래했다.
사진=그룹 아이들 미연 'Reno (Feat. Colde)'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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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연 측은 원곡자인 고든 젠킨스 측과 저작권 협의를 했지만, 실제 'Reno'는 고든 젠킨스의 곡보다 조니 캐시의 곡과 가깝다. 조니 캐시의 곡에 상상력을 덧입힌 모양새다. 제목 'Reno' 역시 애초에 "I shot a man in Reno"라는 'Folsom Prison Blues' 가사에서 나왔다. 미연은 그 죄수가 여성이고, 영원한 사랑을 위해 남자를 살인해 감옥에 갇혔다는 스토리를 덧붙여 노래했다.

미연은 곡 초반 내레이션에서 'Folsom Prison Blues'의 가사 "I hear the train a-comin'
"(기차가 오는 소리를 듣는다)를 그대로 읊는다. 바로 그다음 가사에서 미연은 "끊임없이 내리쬐는 햇빛이 따가워 싫다, 기차 소리도 듣기 싫어 귀를 막는다"고 한탄한다. 곡 전반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해석하면 남자를 죽임으로써 미연의 내면에선 영원한 사랑이 완성됐다. 햇빛, 기차 소리 등 외부의 자극은 마주하고 싶지 않은 고통이다.

이는 조니 캐시가 "보이지 않는 햇빛이 그립다, 저 기차가 나를 감옥에서 벗어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노래한 것과 상반된다. 조니 캐시는 감옥 안에서 자신은 누릴 수 없는 바깥세상을 그리워한다.
사진=그룹 아이들 미연 'Reno (Feat. Colde)'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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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950년대에 발매된 두 미국 노래는 각각 블루스, 컨트리 장르였지만 미연의 곡은 2020년대 얼터너티브 K팝 장르다. 현대적인 멜로디는 섹시하면서도 중독성 있다. 하지만 K팝의 공식을 단순하게 따라간 건 아니다. 곡의 중심이 되는 기타 소리는 서부 개척 시대 감성을 자극한다. 곡의 마지막 하이라이트에선 미연 특유의 날카로운 고음으로 곡에 긴장감을 더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곡에 대해 "다양한 장르가 섞여 모호한 느낌을 주는 곡이 됐다"며 "미연의 보컬 스타일과 캐릭터에 맞는 완성도 높은 곡"이라고 평가했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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