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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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토일드라마 '태풍상사'가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태풍상사'는 1997년 IMF, 직원도, 돈도, 팔 것도 없는 무역회사의 사장이 되어버린 초보 상사맨 강태풍(이준호 분)의 고군분투 성장기를 그린 드라마. 방영 2주 차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TV(비영어권) 부문 주간 순위 5위로 진입했으며, 지난 26일 방송된 6회 시청률은 8.9%를 기록했다.

이러한 가운데 온몸으로 부딪히며 성장하는 이준호와 김민하(오미선 역)의 청춘 서사가 눈길을 끈다. IMF의 거센 바람은 춤과 노래, 그리고 꽃을 사랑했던 압구정 청년 강태풍을 무너뜨렸다. 결국 그는 "사람이 꽃보다 더 향기롭고 돈보다 더 가치 있다"는 아버지 강진영(성동일 분)의 가르침을 따라 상사맨으로서 사람과 신뢰를 지키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빚에 시달리는 동료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회사를 살리기 위해 밤을 새우며 이윤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상사맨으로 거듭나고 있는 강태풍. 현실의 파도는 거셌지만 미친 패기를 보여주며 하루하루 성장해 나가고 있다.

퇴근 후 학원을 전전하며 대학 진학을 꿈꿨던 오미선 역시 현실 앞에서 방향을 틀었다. 공부 대신 일터로 향한 그는 냉철한 판단력과 이성적인 태도로 버티며 논리파 상사맨으로 성장했다. 영어 발표로 안전화 계약을 따내던 모습은 그간의 피나는 노력을 방증하는 대목이었다. 행동파 태풍과 논리파 미선,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성향으로 충돌해도 결국 같은 목표를 향해 가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고 있다.
사진제공=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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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상사'의 또 다른 흥행 원동력은 시대 재현의 완성도다. 이나정 감독은 "그 시절의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이겨냈는지 유쾌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담고 싶었다"고 밝히며 실제 상사맨들을 만나 취재하고, 박물관에서 소품을 직접 공수할 만큼 정교한 재현에 힘썼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을지로 사무실 거리, 로데오 거리까지 실제 촬영지를 기반으로 한 세트 구현은 "97년의 공기가 그대로 느껴진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여기에 달파란 음악감독의 사운드트랙이 더해져 1997년의 공기와 감성을 지금의 언어로 재해석하고 있다. 아날로그와 현대적 감성을 적절히 섞어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동시에 세련된 완성도를 선사하고 있는 것. 이처럼 섬세한 연출과 각본, 음악이 유려하게 맞물린 '태풍상사'는 추억을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1997년을 살아낸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되살려냈다.

'태풍상사'는 매주 토, 일 오후 9시 10분에 방송된다.

정세윤 텐아시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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