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캡처
사진 =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캡처
결혼 9년 차 세 아이를 둔 육아휴직 부부가 육아와 복직 문제를 두고 깊은 갈등을 겪는 사연이 공개되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20일 밤 10시 45분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서는 복직하고 싶은 남편과 살림만 하라는 아내 '육아휴직 부부'의 사연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복직을 간절히 원하는 남편과 달리 아내는 6년의 추가 육아휴직을 요구하며 남편에게 욕설과 폭언까지 서슴지 않아 충격을 안겼다.

해양경찰 출신인 남편은 "2014년도에 필기와 체력 시험에 합격하고 정말 힘들게 경찰이 되었다"고 밝혔으나 현재는 20개월째 육아휴직 후 전업주부로 살림과 육아를 전담하고 있다. 남편은 요리, 청소, 빨래 등 못하는 것이 없는 살림꾼이지만 "간절하게 일하고 싶다"며 복직을 원했다. 남편은 "길어야 1~2년 후에 복직할 거라 생각했다"며 "휴직하고 다른 사람을 만난 적도 거의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의 복직을 원하지 않았고 "자기가 회사에 적응하는 시기이니 6년 정도 육아휴직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남편은 아내가 새벽에 출근한 후 초등학교 3학년, 1학년, 4세 아이를 위해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등 하루 종일 육아에 매달리고 있었다. 남편은 일과 육아 중 육아가 더 힘들다고 말하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새벽에 출근해 늦은 시간에 퇴근하는 아내 역시 힘든 상황이었다. 아내는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직이 1주일도 안 남았을 때 다른 부서로 옮기라는 전화가 왔다"며 "전공과 전혀 관련 없는 부서로 보내서 너무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연차가 거의 10년이 되어가는데 보통 제 연차면 직책을 달고 진급도 하는데 저는 다른 신입들보다 못하니까 제가 봐도 제가 초라하다"며 "여기서 더 나빠지면 회사에 다닐 수 없는 상황이라 목숨 걸고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힘든 현실을 고백했다.

남편은 육아휴직 후 전업주부가 됐고 아내는 늦은 퇴근 후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만 보는 등 지친 모습을 보였다. 아내는 남편에게 집안일이 제대로 안 돼 있다며 잔소리를 쏟아냈고 심지어 집이 정리돼 있지 않으면 남편에게 욕설과 폭언이 담긴 문자를 보냈다. 남편은 "아내가 나를 나락으로 보낸다"며 "아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견디기가 힘들고 미쳐버릴 것 같다"고 하더니 오열했다. 남편은 결국 더는 견디지 못하고 이혼 서류까지 작성해 놓았다고 밝혀 충격을 안겼다. 아내는 "한번 화가 나면 모든 게 억울해지고 제어가 안 된다"며 "남편은 실수라고 하지만 나는 고의처럼 느껴져 화가 난다"라고 호소했다.
사진 =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캡처
사진 =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캡처
MC들은 복직을 두고 고민하는 남편의 사연에 공감했다. 김응수는 "육아는 엄마, 아빠 구분이 없는 거다"며 "상황에 맞게 해야 한다"고 말했고 문세윤은 "둘 중 하나 전업주부가 되어야 한다면 전 주부와도 어울리는 캐릭터라 나쁘지 않다"고 밝혔다.

아내는 남편에게 폭언을 가하는 이유에 대해 "내가 받았던 것을 남편에게 그대로 하고 있더라"라는 믿기 어려운 고백을 이어가 모두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남편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눈물을 흘려 안타까움을 더했다.

두 사람은 남편이 해양경찰 교육생일 당시 목포에서 소개팅으로 처음 만나 대화를 나누다 밤 12시까지 시간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아내는 취업이 힘들었던 시기에 30대 중반에 경찰 시험에 합격한 낙천적이고 자신감 있는 남편의 모습에 결혼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남편은 경찰 교육생 졸업식에서 동기들의 도움을 받아 프러포즈를 했고 아내는 이미 눈치챘지만 놀라는 척 리액션을 해줬다고 말해 훈훈함 속에서도 애틋함을 자아냈다.

아내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사는 게 너무 힘들다"며 "여기서 조금만 안 좋아지면 제가 안 좋은 생각을 할 것 같다"고 털어놓았고 남편은 "아내 마음이 불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어느 순간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고 그래서 이혼하려고 했다"고 전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임채령 텐아시아 기자 syjj426@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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