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백세희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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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로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전했던 백세희 작가가 향년 3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구체적인 사인은 밝히지 않다. 백 작가는 뇌사 상태에서 장기기증을 통해 다섯 명의 생명을 살렸다.

1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백세희 작가가 심장, 폐, 간, 양쪽 신장을 기증해 총 5명의 생명을 살렸다"며 "그 따뜻한 나눔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백세희 작가의 동생 백다희 씨는 "글을 쓰고, 그 글을 통해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며 희망을 키워가길 바랐던 내가 가장 사랑한 언니. 많은 걸 사랑하고 아무도 미워하지 못했던 그 착한 마음을 알기에, 이제는 하늘에서 편히 쉬길 바란다. 정말 많이 사랑해"라고 눈물로 그를 추모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백세희 님은 따뜻한 글로 많은 이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건넸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생명 나눔을 실천한 그의 용기와 사랑은 누군가의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며 "그 뜻깊은 나눔이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밝히는 힘이 되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백세희 작가는 우울증을 겪으며 자신의 치료 과정을 담담히 풀어낸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로 큰 사랑을 받았다. 해당 도서는 자신과 같은 마음의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넸으며, 이후 '나만큼 널 사랑한 인간은 없을 것 같아',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등의 작품과 함께 토크 콘서트, 강연 등을 통해 독자들과 활발히 소통해왔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세 자매 중 둘째로 태어난 백 작가는 어릴 적부터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해 문예창작을 전공했고, 졸업 후 출판사에서 약 5년간 근무했다. 개인적인 아픔을 극복하고자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기분부전장애’ 진단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첫 책을 출간하며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백 작가는 따뜻한 성품으로 주변을 살피고, 어려운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미는 사람이었다. 마음의 상처를 가진 이들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했고, 자신이 받은 위로를 글과 행동으로 다시 전하며 선한 영향력을 넓혔다.

한편, 백 작가는 지난 7월 2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일본 영화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에 대해 "이제는 마츠코를 생각하거나 보기만 해도 눈물 펑펑"이라며 감상을 적었다. 고인은 마츠코 캐릭터에 대해 "난 감독이 마츠코를 책임과 평가로부터 해방시켰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그녀를 단죄할 수 없도록. 그게 마지막 선물처럼 느껴졌다"며 "마츠코의 삶은 누적된 상처와 학대, 외로움의 점철이었다. 하지만 스스로 삶을 포기한 적은 없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기에 감히 그녀를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 패배자’로 낙인 찍을 수 없다. 그게 슬프면서도 마음에 쏙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다시 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좋은 사람과 건강한 사람에 대해 생각했다. 건강해지고 싶다"고 쓰기도 했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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