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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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파인: 촌뜨기들'의 강윤성 감독이 국내 최초 AI 활용 장편 영화 '중간계'를 내놓았다. 극 중 광화문 액션 및 붕괴신은 모두 AI를 활용하기도 했다고. 아직은 완벽하진 않지만 향후 시간, 비용 절감 측면에서 영화 산업 내 AI 활용도를 고려하게 하는 시도다. 주인공 변요한을 비롯해 배우들은 AI가 배우를 대체할 순 없지만, 더 효율적으로 촬영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13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중간계'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강윤성 감독과 배우 변요한, 김강우, 방효린, 임형준이 참석했다.

'중간계'는 이승과 저승 사이 중간계에 갇힌 사람들과 그 영혼을 소멸시키려는 저승사자들 간의 추격전을 그린다. 강 감독은 "'롱 리브 더 킹' 이후에 6년 만에 관객들과 만나게 돼서 떨린다. 복귀작이 AI 영화라서 더 떨린다. 여러모로 생각이 많다"라고 떨린 마음을 표했다.

영화 기획 과정에 대해 강 감독은 "작년에 '파인'을 찍고 있을 때 KT에서 짧은 분량의 AI영화를 찍어보자고 제안해 왔다. '뫼비우스'라는 짧은 시나리오를 써놓은 게 있었는데, 그걸 장편 영화로 바꿔서 찍어보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AI기술 접목에 대해서는 "올해 3월 말만 해도 실사영화와 잘 섞이지 않을 정도로 기술이 떨어졌다. 저희가 촬영하는 도중에도 기술이 계속 발전했다. 여러분이 보신 버전은 최신 기술로 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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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활용으로 제작비는 얼마나 절감됐을까. 강 감독은 "여러 여건이 섞여서 제작비가 얼마만큼 절약됐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예를 들면 차량 폭파 장면이 보통 CG 작업으로 한다고 했을 때 못해도 4~5일 걸릴 일이라면 AI로 하니 한두 시간이면 됐다"고 말했다.

작업 방식에 대해서는 "처음 기획 단계에서 AI와 VFX 협업을 논의했다. 초반부터 VFX는 AI를 서포트한다고 전제하고 AI가 주가 되게끔 했다. 캐릭터 디자인, 액션은 AI가 하고 모자란 부분은 VFX가 도와준다고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크리처 디자인에 대해서는 "AI팀이 크리처도 같이 했다. 동작, 액션 연출이 당시 AI 기술로는 막혀 있었는데, 여러 기술을 사용해서 싸움 장면을 만들고, 부족한 부분은 VFX로 리터칭했다"고 전했다.
'중간계' 스틸. / 사진제공=포엔터테인먼트, CJ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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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요한은 국정원 국제범죄정보센터 소속 이장원 역을 맡았다. 그는 "국내 최초 AI 활용 장편 영화라 설렘과 긴장감이 공존한다"고 인사했다. AI 영화 작업에 대해서는 "다른 영화와 딱히 차이는 없었는데, 더 적은 회차로 더 안전하게 촬영을 끝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AI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변요한은 "제가 했던 영화 시사회 중 가장 진지한 과학 청문회 같다. 저 또한 실험을 끝내고 증명받는 순간 같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저도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AI가 영화 산업에 있어서 어떻게 활용되고 어떤 선까지 넘어올 수 있으며 어디까지 인식할 수 있는가' 등 여러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인간의 상상력과 창작력이 없으면 AI는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크리처물 같은 경우 AI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영화 산업은 시간과 자본 싸움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더 효율적이라고 체감했다"고 했다. 또한 "오늘 청문회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해 웃음을 안겼다.
'중간계' 스틸. / 사진제공=포엔터테인먼트, CJ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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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우는 서울청 외사과 팀장 조민영 역을 맡았다. 그는 "제가 지금까지 해오지 않았던 영화다. 기대 반, 설렘 반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AI 활용 작업에 대해 김강우는 "기존 블루 스크린이 있는 스튜디오에서 찍던 방식과 달리 광화문, 조계사 등 야외 현장에서 찍어서 훨씬 감정을 가져가기 용이하더라. 배우 입장에서는 체력적으로 덜 힘든데, '이 정도만 찍어도 되나'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영화를 선택했던 건 감독님, 배우들과의 호흡 때문이기도 했지만 'AI가 어떻게 구현될까' 궁금증 때문이었다. 우리 모두 똑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하는 거다. 저희도 궁금했다.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기대 반, 우려 반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처음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 '이게 필요할 것인가'라고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 생활에 24시간 붙어있는 필요한 도구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AI가 그렇게 될 것 같으면서도 배우 입장에서는 '우리 직업이 없어지는 게 아닌가' 생각도 했다. 감독님은 AI가 배우를 대체할 수 없다고 하셨는데, 아직은 동의한다. 보완, 효율적인 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대체할 순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중간계' 스틸. / 사진제공=포엔터테인먼트, CJ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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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효린은 잊혀 가는 배우 설아 역을 맡았다. 그는 "재밌게 촬영했는데 빨리 개봉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방효린은 "짧은 회차로 타이트하게 진행됐는데, 그 안에서 (배우들, 감독님과) 많이 소통했다. 감독님이 어디서 어떻게 크리처가 나올지 디테일하게 설명해줘서 완벽한 이해를 갖고 촬영에 들어갔다. 촬영을 하면서도 감독님, 선배님들과 소통했다. 더 활발한 소통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기존 작업보다) 훨씬 더 활발한 소통이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중간계' 스틸. / 사진제공=포엔터테인먼트, CJ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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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시사교양국 CP 김석태 역의 임형준은 "AI가 모든 생활에 가까이 와있는데, 영화계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이 영화가) 첫 단추라고 할 수 있겠다. 떨린다. 많은 분이 이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실지 궁금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최소 회차로 찍었는데 60분짜리 장편 영화가 나올 수 있나 싶었다. 이렇게 해도 되나 싶더라"며 신기해했다. 또한 "감독님이 촬영하면서 레퍼런스를 보여주셔서 무리는 없었다. AI가 있다고 배우가 달라지는 건 없었는데, 완성물에 대해 더 궁금증을 갖게 됐다"고 기존과의 차이점을 밝혔다.

임형준은 촬영을 며칠 앞두고 발가락을 다쳤다고. 그는 "발가락 부상이 있었는데, 이렇게 뛰는 신이 많을지 몰랐다. 동료 배우들의 배려 덕에 잘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중간계' 스틸. / 사진제공=포엔터테인먼트, CJ CGV
'중간계' 스틸. / 사진제공=포엔터테인먼트, CJ CGV
강 감독은 "AI가 배우를 대체할 순 없다. 배우 한 명 한 명이 크리에이터"라고 강조했다. 대신 전통적인 작업 방식의 변화가 있었다고. 그는 "예를 들어 어떤 배우가 날아가야 한다든가 사고 장면이 있다든가 하면 CG 기술을 사용하는데, 그런 기술이 AI 쪽으로 대체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폭발 장면 같은 경우 AI의 활용도가 높다. 시간도 단축시키고 비용도 적게 들어간다. 이번에 크리처가 많이 등장한다. 조계사 안에 연등이 많은데, 연등 아래 크리처를 묘사하는 데 있어서 AI가 약점이 있다. 거기는 CG가 강한 강점이 있다. 앞으로의 영화 작업들은 AI가 워낙 빠른 속도로 발전하기 때문에 대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AI가 해야될 부분, CG가 해야될 부분이 구분돼야 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이번 영화는 2편을 예상케 하는 엔딩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강 감독은 "2편도 시나리오를 다 써놨다. 1편 들어가기 전에 2편에 대해서도 얘기가 됐다. 1편을 우선 개봉하고 시리즈형 영화로 접근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중간계' 스틸. / 사진제공=포엔터테인먼트, CJ CGV
'중간계' 스틸. / 사진제공=포엔터테인먼트, CJ CGV
향후 영화 산업에서 AI 활용에 대해 강 감독은 "프리 작업을 하면서 아직은 상업영화에 붙이기 어려운 수준이었는데, 작업하면서 발전 속도가 빨라졌다. 하루 지나면 발전해있었다. 그걸 보면서 AI가 영화 현장에 적극적으로 사용될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일은 효율적으로 가게 돼 있다. 비용과 기간을 줄일 수 있는 AI 쪽으로 많은 산업이 흘러갈 것이라 생각한다. 힘든 영화, 드라마 업계에 AI가 좋은 모티브가 되어 활발한 작품 생성이 되면 좋겠다"고 바랐다.

변요한은 "첫 시도였다. 이야기와 감정을 가진 건 인간뿐이기 때문에 (AI 기술을) 적시적때에 잘 활용했으면 좋겠고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간계'는 오는 15일 개봉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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