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여정 / 사진제공=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소니픽쳐스
조여정 / 사진제공=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소니픽쳐스
"기가 빨렸어요. 좋은 의미로 말이죠."

영화 '살인자 리포트'의 주인공 조여정은 작품을 본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 영화는 관객이 생각해 보도록 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그 기 빨림이 좋은 거다. 몰입해서 생각하다 보면 영화의 힘 때문에 얼얼해진다"고 전했다.

오는 5일 개봉하는 '살인자 리포트'는 특종에 목마른 사회부 기자 선주(조여정 분)에게 정신과 의사 영훈(정성일 분)이 연쇄살인을 고백하는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렸다. 조여정이 '얼얼하다'고 말할 이유가 충분한 작품인데, 밀실 안에서 하는 기자와 연쇄살인마 간의 인터뷰가 쫀쫀한 긴장감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자부심이라는 표현이 조심스러워요. '본인이 연기 되게 잘했나 보지?'라고 생각하실 수 있기 때문이에요. 자부한다는 게 작품 자체에 대한 자부심이에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볼 수 있게 하는 영화,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입니다. 본 적 없는 형식의 영화를 해봤다는 것에 대한 자부도 있어요. 이런 형식의 영화도 나왔다고 생각하며 봐주셨으면 해요."
'살인자 리포트' 스틸. / 사진제공=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소니 픽쳐스
'살인자 리포트' 스틸. / 사진제공=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소니 픽쳐스
영화의 107분 러닝타임 대부분은 조여정과 정성일이 긴장감 속에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이다. 두 사람은 많은 대사량을 소화해야 했다. 조여정은 "오빠(정성일)한텐 미안하지만 '내가 그래도 오빠보단 덜 하지' 하면서 스스로 위로했다. '오빠도 하는데 이 정도를 내가 못 하면 안 된다. 오빠 저 대사 좀 봐라. 오빠보다는 내가 덜 힘들다. 전혀 문제가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좀 상대적인 마음이 들 때가 있지 않나"라며 웃었다. 많은 양의 대사를 외울 수 있는 노하우를 묻자 조여정은 이같이 답했다.

"시도 때도 없이 중얼거려요. 매니저와 이동하다가도 갑자기 아무 때나 툭툭 내뱉어요. 어떤 때는 매니저가 대사인 줄 모르고 대답하기도 해요. 계속 중얼거리죠. 집안일 하면서도 그러고요. 하하."

'밀착 인터뷰 스릴러'라는 점 때문에 조여정은 작품 선택을 고민했다. 그는 "영화가 조여정 아니면 정성일이지 않나. 말 그대로 숨을 데가 없잖나. 연기가 더 미세해야 했다. 실수나 단점이 들통날까 봐 제일 무서웠다. 배우는 표현을 안 하지만 들통날까 봐 늘 무섭다. 바닥이 드러날까 봐. 사람이니까 당연하다. '난 아직 카드가 많다'고 자신하는 배우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무섭고 많이 고민했지만 그래도 결국 선택한 이유는 '지금 도망가면 나를 시험해볼 기회가 또 왔을 때 그때도 도망가겠구나 싶어서'예요. 그렇게 도망가면 그 다음에는 시도하는 게 더 무서워질 것 같아서 해보기로 했죠.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잖아요. 내 실력이 과대평가 되는 건 싫고 부끄러워요. 실력 그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맞아보자는 각오였죠."
조여정 / 사진제공=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소니픽쳐스
조여정 / 사진제공=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소니픽쳐스
조여정은 '살인자 리포트'가 체력을 필요로 하는 작품이었다고 했다. 조여정은 "집중력이 약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은 집중력, 체력이 필요했다. 제가 체력이 좀 약하다"라며 웃었다. 그만큼 높은 몰입감을 요했던 것. 그는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잘 끝냈다는 것에 성취감이 있었다"고 전했다.

후반부 선주의 감정이 더욱 고조되면서 조여정은 감정 연기에 더 많은 에너지를 들였다. 그는 "후반부 장면에서는 솔직히 무슨 정신으로 연기했는지 모르겠다. 거기에 푹 잠겨 있었다. 내가 아니라 거기에 푹 잠긴 그 사람이 한 것 같다. 지금 맨정신에서 생각해보면 무슨 정신으로 했나 싶다"고 털어놨다.

마치 2인극처럼 전개되는 '살인자 리포트'. 연극 같은 무대 연기에 도전할 의향은 없을까.

"저는 늘 열어놓고 있어요. 무대에 대한 생각을 닫은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이 영화 때문에 생긴 게 아니라 늘 열려 있죠. 연극 시나리오도 늘 받아 보고 있고, 제가 제 입으로 얘기하고 다녀요. 다만 작품 스케줄 때문에 할 수 없게 되는 거죠. 저는 늘 열려 있습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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