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하늬 연기가 아깝다…노출 은유적인데 메시지가 노골적, 균형 잃은 '애마' [TEN스타필드]](https://img.tenasia.co.kr/photo/202508/BF.41521877.1.png)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평합니다.
이하늬, 진선규, 방효린 등 주연부터 신인까지 제 몫을 해내고도 어쩐지 이야기가 삐걱거린다.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는 노출을 강요당하던 시대의 영화인들을 통해 시대의 부조리를 얘기하고자 했으나, 너무 많은 메시지를 한꺼번에 담으려던 탓에 균형을 잃어버렸다. '애마'는 거창했지만 실천하긴 무리였던 계획표 같은 작품이었다.
'애마'는 1980년대 에로영화의 탄생 과정 속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에 저항하는 톱스타와 신인 배우의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 성애영화 '애마부인'의 제작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애마'는 제목부터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20세기 말 한국 에로티시즘 영화를 대표하는 작품 '애마부인'이라는 소재를 가져온 데다,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코미디 요소도 더러 보였기 때문이다. 에로틱과 코믹이 어떤 조화를 보여줄지 궁금증을 자극했다.

그런데 전후반부 전환이 다소 급작스럽다. 당돌한 신인을 못마땅해하던 톱스타 정희란과 동경하던 톱스타의 무례에도 주눅 들지 않는 신예 신주애. 서로를 흘기던 두 사람이 연대하는 과정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게다가 정희란이 변모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소속 제작사 사장의 여자친구이자 배우 지망생 황미나(이소이 분)의 죽음인데, 정희란과 황미나는 그다지 친분이 없는 사이다. 정희란의 감정이 갑자기 폭발하는 이유가 다소 의아하다.

여배우들의 복수가 시원하게 끝나지도 못한다. 현실과 어느 정도 타협하는 수준이다. 정희란은 더 높은 자리의 권력자에게 적당한 꼬리 자르기를 제안하며 복수를 마무리하고, '애마부인'으로 뜬 신주애는 '섹스심벌' 여배우로 왕성히 활동한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맹물스러운 결말이다.

단편적인 캐릭터일지라도 배우들은 각자의 몫을 잘 해냈다. 베테랑 이하늬와 신인 방효린은 실제 배우로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듯 배우로서 살아가는 고충이 담긴 대사나 행동들을 실제처럼 해냈다. 성공 지향적, 권력 지향적인 제작사 사장 역의 진선규는 얄밉고 탐욕적인 빌런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극 중 '애마부인' 감독 역의 조현철은 검열과 억압의 시대에 찌질해질 수밖에 없는 시네필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이처럼 흥미로운 소재, 훌륭한 배우들에 비해 '애마'의 연출은 아쉬웠다. 다만 배우의 노출신이나 에로틱한 장면이 오로지 '19금'을 위해서가 아닌 서사를 위해 필요분만큼 담겼다는 점은 '애마'의 미점이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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