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라이브(주)
굴곡 많은 한 여성 과학자의 삶이 매끄럽게 다가왔다. 애드리브 하나 없이 150분 내내 진지했음에도 극은 몰입을 유지했다. 이 과학자의 위대함과 이면이 군더더기 없이 세심하게 전달됐다. 과학에 대한 흥미까지 일깨웠다.
오는 10월 19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진행되는 뮤지컬 '마리 퀴리'는 방사성 원소 라듐을 발견해 여성 최초로 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이자 화학자 마리 퀴리 이야기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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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와 화합이 결합한 '과학'이라는 분야를 다룬다는 점에서 작품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는 기우다. 이 작품은 '8세 이상 관람가'에 적격일 정도로 쉽게 와 닿았다. 현실감 넘치는 화학 소품들과 물리 도구 등이 등장하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마리 퀴리의 실험 과정과 그에 따른 실패들은 관객이 '성공적인 실험 결과'를 위해 마음 졸이게 했다.
대사 역시 어렵지 않았다. 마리 퀴리가 발견한 라듐은 치약과 시가렛 등 많은 곳에 쓰였다. 이 같은 정보는 "몸에 바르고 나가요", "라듐 파라다이스" 등 노래 가사로 담겨 마리 퀴리가 얼마나 대단한 발견을 했는지를 관객들에게 어렵지 않게 '상식'으로 받아들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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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퀴리는 여러 번의 실험을 통해 라듐을 발견해 여성 최초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우리가 이미 TV를 통해 많이 접한 의학 드라마와 각종 시상식 분위기, 여기에 다양한 과학 소품들과 야외 투영기까지 더해져 마리 퀴리 당시 시대의 상황을 충분히 상상하게 했다.
라듐은 다양하게 쓰이며 사람들의 삶에 많은 도움을 줬지만, '방사성 물질'이라는 이면이 있었다. 마리 퀴리가 발견한 이 원소로 인해 라듐으로 야광 시계를 만들던 여러 공장 직원이 죽었다. 화학 물질의 특성에 대해 과학 수업에 들었을 법한 내용을 '뮤지컬' 장르를 통해 배울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다가왔다. 동시에 개발로 명성을 얻은 과학자의 고뇌를 보여주며 인간적인 면모도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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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퀴리'는 2021년 '제5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대상을 비롯해 프로듀서상, 극본상, 작곡상, 연출상 5개 부분을 받으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공연이 끝난 후 한 관람객은 "다른 뮤지컬들과 달리 애드리브가 없고 오직 삶에 대한 이야기만 그렸다"며 "이 점이 오히려 마리 퀴리의 인생과 내면을 진중하게 바라볼 수 있게 만든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관람객은 "역사적 인물의 일생과 업적을 이렇게 쉽고 신선하게 배울 수 있다면, 다른 위인들을 다룬 뮤지컬 작품도 찾아서 볼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