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아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임윤아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코믹스런 표정을 지을 때 조금 쑥스럽지 않을까 싶었는데 막상 슛이 돌아가니 자유롭게 풀어졌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도 제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었나 싶어요. 너무 심했나 싶기도 하더라고요. 하하. 선지에 푹 빠져서 연기한 것 같아요."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로 악마와 천사의 얼굴을 오가는 선지 역을 연기한 임윤아는 이같이 말하며 미소 지었다. 이 작품은 새벽마다 악마로 깨어나는 선지(임윤아 분)를 감시하는 기상천외한 아르바이트에 휘말린 청년 백수 길구(안보현 분)의 고군분투를 담은 코미디. 임윤아는 낮에는 평범하게 빵집을 운영하지만 조상 대대로 이어진 저주로 인해 새벽에는 악마로 깨어나는 선지를 연기했다.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 동화 같은 느낌이 기분 좋게 다가왔어요. 또 이렇게까지 과장되고 큼직큼직하게 표현하고 에너지가 큰 캐릭터는 처음 경험해봐요. 어떻게 봐주실까 궁금해요."
사진제공=CJ ENM, 외유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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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선지는 프랑스 유학을 꿈꾸는 평범한 파티셰 캐릭터가 밤이 되면 무시무시한 악마로 깨어난다는 설정. 임윤아는 낮선지, 밤선지의 비주얼부터 완전히 다르게 했다. 낮에는 긴 생머리에 단정한 옷차림으로 청순한 스타일을 보여주지만, 밤에는 보글보글 쑥대머리와 강렬한 비비드 계열의 스타일링을 선보인다. 낮엔 청순하고 맑은 분위기, 밤엔 과장되고 강렬한 분위기를 표현했다. 실제로 낮선지, 밤선지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 성향이냐는 물음에 "둘 다 저한테 있다"면서도 "다만 밤선지처럼 저는 표정을 그렇게까지 흉하게 쓰진 않는다"며 웃었다.

"낮선지가 파스텔 톤이라면 밤선지는 비비드 컬러예요. 좀 더 원색 계열이죠. 더 선명하고 확실해서 거침없이 표현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았어요. 표현의 폭은 밤선지 쪽이 더 자유로웠죠. 밤선지는 외적으로도 화려하게 꾸몄어요. 선지네 집안 사람들의 몸 안에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트렌드를 봤을까요? 여러 트렌드를 섞어 착용하다 보니 언밸런스한 느낌도 있어요. 단순히 악마로서 낮선지와 대비되게 착용한 것뿐만 아니라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신경 써서 만든 스타일링이에요."
사진제공=CJ ENM, 외유내강
사진제공=CJ ENM, 외유내강
임윤아는 기억나는 장면으로 '한강 촬영'을 꼽았다. 극 중 천방지축 악마 선지는 길구와 한밤중에 한강 구경을 갔다가 제멋대로 물에 뛰어들어 길구를 당황스럽게 한다.

"원효대교 앞 한강에 진짜 뛰어들었어요. 사전에 수중 촬영하는 공간에 가서 연습을 여러 번 했죠. 뛰어가는 포즈, 뛰어드는 타이밍을 비롯해 카메라 각도 등 감독님과 연습해보고 한강에서 실전 촬영을 했어요. 제가 원래 물을 겁내는데, 연습했더니 한 번에 잘 뛰어들 수 있었어요. 하하.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준비했다가 촬영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에 기회는 1번뿐이었어요. 그날 마지막으로 그 장면을 찍었는데, 한 번에 오케이가 났죠."

임윤아는 6년 전 코믹 재난물 '엑시트'로 942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엑시트' 때 상대역 조정석은 최근 개봉작 '좀비딸'로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정석 오빠가 많은 분이 극장에 오게 하는 힘을 보여준 것 같아요. 감사하기도 해요. 6년 전 여름 한 작품으로 만났던 정석 오빠와 올여름에는 각자의 작품으로 나란히 같이 인사하게 돼서 의미 있어요. 오빠가 먼저 개봉한 '좀비딸'로 극장을 잘 이끌어주는 것 같아요. 그 힘에 저도 잘 따라가면 좋겠어요. '좀비딸'을 재밌게 본 분들이 극장에 오셔서 '악마가 이사왔다'도 관람해주시면 좋겠어요."
임윤아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임윤아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임윤아는 데뷔 18주년을 맞은 자신을 돌아보며 연기자로서 열의를 보였다. "물음표로 시작해서 느낌표로 끝나는 과정을 걸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눈앞에 주어진 걸 잘 해내겠다는 마음이 큽니다. 내가 잘 표현해낼 수 있을지, 매 작품 어떤 모습으로 임해야 할지 생각이 많은 스타일이에요. 충분히 고민하고 '느낌표'에 다다랐을 때 움직여요. 최선을 다하고 끝나면 후회하거나 미련을 갖지 않는 편이죠. 스스로에게는 아쉬움 없이 잘 걸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그건 제가 또 해나가야 하는 부분이겠죠. 스스로에게 채찍질도 많이 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합니다."

연기자로서 임윤아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나 왈가닥 캐릭터의 모습으로 더 익숙하다. "코믹 요소가 가미된 작품들을 많이 하다 보니 한계가 생기진 않을까 싶기도 해요. 저 역시 새로운 걸 해보고 싶어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이 있다면 하고 싶어요. 어두운 것도 악한 것도 좋고, 반전이 있는 것도 좋아요. 제게서 떠올리지 못했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도 해보고 싶어요. 제가 성숙해지고 성장하는 과정도 있는데, 과정을 건너뛰고 그 지점에 도달했을 때의 모습만 보여주면 낯설어하기도 하더라고요. 제가 걸어가는 과정도 같이 보여줘야 하는구나 싶어요. 다양한 색깔을 가진 사람이고 싶어요. 한정되고 싶진 않아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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