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판펑션'과 '흑백요리사' 포스터 / 사진=텐센트비디오, 넷플릭스
'이판펑션'과 '흑백요리사' 포스터 / 사진=텐센트비디오, 넷플릭스
정지선, 中 짝퉁 '흑백요리사'에 분노했다…예능 도둑질, 이 정도면 습관 [TEN스타필드]
정세윤 텐아시아 기자가 흥미로운 방송계 이슈를 한끗 다르게, 물 흐르듯 술술 읽히도록 풀어냅니다.

중국이 한국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을 판권 없이 표절해 방영한 가운데, 정지선 셰프가 "너무 똑같다"며 분노했다. 이번 사태로 중국의 '한국 예능 베끼기 관행'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지만, 현실적으로 즉각적인 대응은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6일 정지선은 자신의 유튜브에 '중국판 흑백요리사? 제가 나온다길래 봤습니다 (with 철가방 요리사)'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서 정지선은 "아니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똑같다. 파오차이가 아니라 김치"라며 불쾌해했다.
사진=정지선 유튜브 캡처
사진=정지선 유튜브 캡처
정지선이 본 예능은 중국 OTT 플랫폼 텐센트비디오의 '一饭封神(이판펑션·한 끼로 신이 되는 법)'(이하 '이판펑션')이다. 지난달 17일 방영을 시작한 '이판펑션'은 16명의 유명 셰프가 84명의 스트리트 요리 고수들과 맞붙는 경연 프로그램이다.

'이판펑션'은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와 포맷이 상당히 비슷하다. 유명 셰프들이 위에서 참가자들의 요리 과정을 내려다보는 연출, 정지선 셰프의 빠스 요리를 그대로 따라 한 참가자, 검은색과 흰색 옷을 입은 출연자들까지 주요 연출 요소가 거의 같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그냥 그대로 베낀 거 아니냐", "한국 거랑 뭐가 다르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정지선 유튜브 캡처
사진=정지선 유튜브 캡처
중국이 한국의 예능을 표절한 사례는 이번만이 아니다. 2021년에는 중국 스트리밍 서비스 유큐(Youku) 예능 '오징어의 승리'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표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의 포스터에 '오징어게임'을 연상케 하는 동그라미(○), 세모(△), 네모(□) 로고가 들어가 있었기 때문. 유큐 측은 논란이 일자 "착오가 있었다"며 즉각 사과했다.

2019년에는 연예인과 매니저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중국 예능 '나와 나의 매니저'가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을 모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8년 중국 후난 위성 TV에서 방영된 예능 '우리 집 그 녀석'은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미혼 아들은 둔 어머니들이 출연해 결혼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구조가 거의 같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윤식당', '효리네 민박', '쇼미더머니', '무한도전' 등 다수의 한국 예능이 중국에서 유사한 형식으로 재현된 바 있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국내외 프로그램 포맷 권리 침해 사례'에 따르면 2016년부터 5년간 한국 예능 18편이 20차례 표절 또는 도용당했다. 20건 중 19건은 중국에서 발생했다.
사진=MBC, SBS
사진=MBC, SBS
법적인 조처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노종언 법무법인 존재 대표 변호사는 텐아시아에 "소송을 건다면 저작권 침해를 인정받을 소지가 높다. 다만 중국과 우리나라는 사법 체계와 강제 집행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한국 법원에서 승소하더라도 그것을 중국에서 그대로 집행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끝까지 법적 다툼을 이어가기에도 어려운 점이 많다. 노 변호사는 "국제 소송을 하는 데는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큰 노력이 든다"며 "시의성 측면에서도 한계가 있다. 보통 항소까지 포함하면 재판 기간이 적어도 2~3년이 걸리는데, 그사이에 이미 방송이 끝나버리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방송계 관계자들은 "중국이 한국 프로그램을 계속 표절한다면 한류 콘텐츠가 세계로 확장되는 데 큰 지장을 줄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정세윤 텐아시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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