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데뷔 31년차를 맡은 배우 박용우가 그간의 연기 인생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15일 서울 강남구 프레인TPC 사옥에서 STUDIO X+U 미드폼 드라마 '메스를 든 사냥꾼'에 출연한 박용우를 만났다. 그는 "드라마 종영 이후 인터뷰를 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라며 차분히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메스를 든 사냥꾼'은 부검의 서세현이 20년 전 사망한 줄 알았던 아버지이자 연쇄살인마 '재단사'의 익숙한 살인 방식을 발견하고 경찰보다 먼저 진실에 다가가려는 과정을 그린 범죄 스릴러다. 박용우는 극 중 재단사 살인사건의 진범이자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윤조균 역을 맡았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캐릭터였죠. 그래서 복잡하게 가지 말고 단순하게 가자고 생각했어요. 결핍이면 결핍, 피해의식이면 피해의식. 이런 식으로 그냥 감정을 하나의 덩어리로 크게 잡고 연기했어요. 상식에서 완전히 벗어난 인물이니까 굳이 깊게 접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죠."

"촬영장에 갈 때 기본적인 것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준비를 안 하고 가는 편이에요. 드라마 속 인물에게는 그 상황이 전부 처음 겪는 일이잖아요. 저도 낯설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외운 대사지만 외운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노력하기도 하면서요. 또 현장에선 일부러 모니터링도 안 해요. 모니터를 보면 뭔가 계산적인 행동이 나오게 되거든요."
'메스를 든 사냥꾼' 촬영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뭐였냐는 질문에는 "세탁소 씬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 박용우는 "세탁소에서 딸 세현이가 저를 칼로 찌르려 할 때, 맨손으로 그 칼을 막는 장면이 있다"라며 "손에서 피가 흐르는데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때 윤조균이라는 인물이 가장 잘 드러난 것 같아서 유독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예전엔 촬영이 끝나면 모니터링은 물론이고 편집실까지 찾아가서 하나하나 다 확인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니까 기쁘지 않더라고요. 다행히도 연기 경력이 점점 쌓이다 보니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어요. 지금은 그냥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나쁘지 않다는 느낌이 드는 거. 그거 하나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날씨가 많이 추웠는데 무사히 촬영을 잘 마쳐서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아직 '메스를 든 사냥꾼'을 보지 않으신 분들이 있다면 되게 특이한 악역을 볼 수 있으니 꼭 한번 봐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세윤 텐아시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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