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키(로버트 패틴슨)는 친구 티모(스티븐 연)와 함께 마카롱 가게를 차렸다가 거액의 빚을 지고 사채업자에게 목숨을 위협받게 된다. 사채업자에게 벗어나기 위해 택한 방법은 지구를 떠나는 것. 미키는 황폐해진 지구가 아닌 우주에서 새 보금자리를 찾으려는 '행성 개척단'의 우주선에 익스펜더블(소모품)로 몸을 싣게 된다. 익스펜더블은 개척자들을 대신해 위험한 일을 도맡거나 실험 대상이 되는데, 죽으면 다시 프린트된다. 행성 개척단은 4년 반의 우주 비행 후 얼음행성 니플하임에 도착한다. 16번 죽어 17번째 프린트된 미키17은 니플하임 탐사를 나섰다가 우주 생명체 크리퍼를 만나 죽을 위기에 처한다. 우여곡절 끝에 우주선으로 돌아오지만 우주선에는 이미 미키18이 프린트돼 있었다. 행성 당 1명만 허용된 익스펜더블이 둘이 된 '멀티플' 상황.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하는 현실 속에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진다.
![심각한데 웃긴 '미키17'…녹진한 봉준호식 고찰과 위트 [TEN리뷰]](https://img.tenasia.co.kr/photo/202502/BF.39541189.1.jpg)
'미키17'은 극한의 업무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 타인의 죽음에 무감한 사회, 고도화된 과학기술 사회 속 인간성을 잃어버린 모습을 담는다. 영화에서는 미키 자신마저 자신의 '죽음'을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보인다.
영화 속 지배 계층은 군림하고 노동 계급의 평범한 사람들은 선동된다. 우주선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부와 권력은 특정 계층에 편중되고, 나머지 사람들은 통제된 사회 안에서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력마저 흐려진 채 찬양하기 바쁘다. 불안한 세태를 이용하는 기득권과 혼란스러운 환경으로 인해 분별력을 잃어버린 사회를 대변하는 듯하다.


마셜의 사회는 성관계마저 통제한다. 제한된 자원으로 인해 열량 소모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 그럼에도 미키와 나샤(나오미 애키)의 사랑은 뜨겁다. 삭막한 사회 속에도 인간성, 따뜻함이 남아있다고 느껴지는 대목이다. 알콩달콩하기도 격정적이기도 한 둘의 모습은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로버트 패틴슨은 서로 다른 성격의 미키17, 미키18을 매끄럽게 오간다. 소심하고 순박한 미키17과 대범하고 제멋대로인 미키18. 얼굴만 같은 로버트 패틴슨의 쌍둥이 형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져 흥미롭다. 마크 러팔로는 마셜 역으로 연기 인생 처음 빌런을 연기했는데, 압도적이고 인상적이다.
'미키17'은 국내에서는 오는 28일, 북미에서는 다음달 7일 개봉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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