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넷플릭스 영화 '전,란' 공개 이후, 나라의 위기를 외면하고 왕위의 재건에만 힘쓰는 '분노 유발' 선조를 완벽하게 연기한 차승원의 변신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극 중 차승원은 어두운 낯빛, 얼굴 옆까지 난 거친 수염, 하늘로 치솟은 눈썹을 하고 이제껏 본 적 없는 강렬한 비주얼을 지닌 선조로 등장했다. 이어 광기 어린 눈빛으로 "임금이나 노비나 대동하다? 진정 왕과 노비가 대동한가"라고 눈물 섞인 울분을 토하며 이야기의 시작부터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는 또 7년 만에 도성으로 돌아와 나라의 안위보다는 자신의 권위 회복을 우선으로 경복궁 재건에만 힘을 쏟고, 의병들을 시기 질투해 역모꾼으로 몰아 처형하는가 하면 소금 더미에서 쏟아지는 잘린 코에 놀라 우스꽝스럽게 넘어지고, 결국 백성들에게 조롱의 대상이 되는 왕의 말로까지 복합적인 인물을 무게감 있게 소화하며 극의 전반에 걸쳐 중심축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달 초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차승원은 "많은 이들이 거쳐간 선조 역할이라 차별을 두기 위해 고민이 많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캐릭터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체중 감량과 거친 수염 분장, 눈썹의 각도, 피부 결 표현까지 디테일한 설정을 더했고, 광기 어린 눈빛에 목소리의 단단함과 어긋남을 교차하며 던지는 힘 있는 대사, 무력해진 왕이 겪는 잦은 심리 변화를 특출나게 그려 오랜 연기 내공을 바탕으로 한 '차승원표 선조'를 탄생시켰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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